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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일 일요일

[요약] 강성훈 (2015), "플라톤은 심신이원론자였는가"

강성훈 (2015), "플라톤은 심신이원론자였는가", 철학


 

1. 시작하는 말

ㅇ심신이원론[실체이원론]의 역사에 대한 일반적 견해: 플라톤의 이원론 데카르트의 이원론 그 이후의 전개

-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플라톤이 심신이원론자라는 것을 부정하는 논의는 거의 없으며, 대개 검토 주제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ㅇ 저자는 플라톤이 당연히 심신이원론자로 간주되는 것은, 물리주의가 아니면 이원론이라는 이분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이런 이분법이 틀렸다면, 플라톤이 이원론자인지 물리주의자인지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

- , 물리주의 / 이원론 이분법 틀을, 그러한 틀이 확립되기 이전 철학자에 대해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2. 예비적 논의

ㅇ 심신이원론: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정신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에 존재론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 플라톤은 이런 의미에서 심신이원론자가 아니다. 플라톤은 존재하는 것을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으로 나누지 않는다.

- 굳이 비슷한 구분을 찾자면, (episteme)의 대상이 되는 이데아와, 믿음(doxa)의 대상이 되는 일상적인 사물들의 구분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데아를 정신적인 것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그래서 플라톤은 관념론자도 아니다). 이데아는 그 존재를 정신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는다.

- 현대철학에서도 추상적 존재자들(수 등)은 물리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아니라고 간주하기도 한다.

 

ㅇ 물리주의

- 제거적 유물론: 실재에 정신적인 것에 대응하는 존재자는 없다.

- 환원적 물리주의: 정신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으로 환원된다. 정신적인 것이 있지만, 그것은 모두 물리적인 것의 특정 상태로 존재한다.

- 비환원적 물리주의: 정신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과 별개로 존재한다. 그리고 정신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의 부수현상이 아니라 독자적인 인과적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모든 정신적인 성질은 궁극적으로는 물리적인 성질에 의존한다.

 

플라톤은 사람이 죽은 후 영혼이 신체를 떠나 윤회를 하기도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정신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함축하는 것 아닌가? 따라서 플라톤은 이원론자 아닌가?

영혼과 신체가 분리 가능하다는 입장이 반드시 이원론인 것은 아니다. 영혼을 구성하는 특정 물질이 있다는 입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신빙성은 없지만,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며 몸무게가 21g 줄어든다는 속설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 에피쿠로스: 영혼은 미세한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 스토아학파: 영혼은 원자로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물체적인(corporeal)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 영혼과 육체의 분리라는 것을 전제로 영혼이 물체적인 것이라고 논증을 하기도 한다. 영혼이 물체적이지 않으면 애초에 육체와 접촉할 수 없으니 분리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점만으로는 이원론자라고 결론내릴 수 없다.

 

 

3. 영혼과 육체의 관계

티마이오스: 영혼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이성적인 부분은 머리에, 기개적인 부분은 가슴에, 욕구적인 부분은 배에 위치시킨다.

- 영혼을 신체의 특정 부위에 위치시킨다는 생각 자체로 [실체]이원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 이런 생각은 속성이원론과는 양립 가능할지도 모르지만[이성이라는 정신적인 것이 머리라는 물질적인 것의 속성이라는 식으로], 플라톤은 영혼과 신체의 분리 가능성을 이야기했으므로 속성이원론자도 아니다.

 

파이돈: 플라톤이 [실체]이원론자라는 통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작. 육체가 영혼의 감옥이어서 죽음이 영혼의 해방이라는 이야기, 사람이 죽은 후 영혼이 윤회를 해서 다른 동물들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 영혼이 일종의 조화라는 심미아스의 주장에 반대하는 소크라테스의 논거를 보면 플라톤이 물리주의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영혼이 조화라는 심미아스의 주장: 현악기의 현들은 물질적이고 현들의 조화는 비물질적이지만, 현들이 파손되면 조화도 소멸한다. 마찬가지로 육체의 여러 성질이 조화를 이룬 것이 영혼이라면, 육체가 파괴되면 영혼도 소멸한다. 현대 심리철학의 환원적 물리주의나 부수현상론에 가까운 입장으로 보인다. -영혼 사이의 유비는 신경계-마음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

- 작중 소크라테스의 반론: 조화는 구성요소에 종속적이다. 그러나 영혼은 육체에 저항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영혼은 육체의 조화가 아니다.

영혼이 육체에 저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육체의 상태가 결정되어도 영혼의 상태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주의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중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육체의 상태에 저항하는 예로 목마르지만 마시지 않으려는 사람이나 분노를 참는 오뒤세우스를 거론한다. 이는 현대 물리주의자들이 두뇌상태와 마음상태의 관계를 논할 때 염두에 두는 상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목마름을 참는 일이나 분노를 참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물리주의에 반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플라톤이 제시한 예들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몸과 마음의 대립이라고 하기 어렵다.

- 목마름: 육체의 상태? 마음의 상태? 구분하기 애매하다.

- 분노, 욕망, 두려움: 현대적 관점에서는 몸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게다가 파이돈에는 이원론과 양립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 "육체와 육체의 욕구들"이 철학을 위한 여가를 제한한다.

- 영혼이 "육체와 같은 믿음을 가지고 동일한 것들을 즐거워해서" 육체와 같은 성격으로 되는 것이 윤회의 원인이다.

이렇게 욕구를 가지고 믿음을 가지고 어떤 것을 즐거워하는 것, 즉 지향성을 가지는 것은 현대에는 몸이 아니라 마음의 고유한 특징으로 이야기된다.

 

ㅇ 만약 파이돈에서 나온 육체의 지향적 상태(육체의 욕구, 육체의 믿음, 육체의 즐거움)가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파이돈"이원론"이 현대의 이원론과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 현대의 이원론 논의에서 중심 문제는 의식의 질적 특성과 두뇌 상태의 관계이다.

- 플라톤의 논의에서 관심사는 의식이 아니다. 플라톤에게 영혼은 윤리적 삶의 주체로, 플라톤의 관심사는 영혼이 쾌락과 물질의 세계에 정향되어 있는지, 아니면 덕과 이데아들에 대한 앎에 정향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파이돈에서 영혼과 육체를 대비시켜 이야기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추구라는 자연적 경향성을 극복할 힘이 영혼에 내재하고 있으며 좋은 삶을 위해서는 바로 그러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4. 영혼의 본성과 물질의 본성

ㅇ 현대 심리철학에서 이원론이 논의될 때는 의식과 의식의 내용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원론 / 물리주의의 현대적 틀을 플라톤에 적용할 때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 플라톤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영혼은 생명의 원리이므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살아있다'라는 말은 동의어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식물의 영혼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식물도 살아있는 존재로 본 것일 뿐이다.

- 플라톤의 영혼관과 물질관은 조금씩 변하지만, 파이돈』→『국가』→『티마이오스』→『법률로 이어지는 경향성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도달하는 영혼관과 물질관이 있는데, 이원론 / 물리주의라는 현대적 틀은 이러한 물질관을 거부하는 데서 성립한다. 따라서 플라톤에게 그러한 현대적 틀을 적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 큰 틀에서 보면 플라톤은 자연계의 모든 운동의 원리를 결국 영혼에서 찾는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물리학이 성립되는 과정은 플라톤의 생각에 반대하여 물질이 독자적인 운동의 원리를 가진다는 생각이 확립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절의 서술이 다소 불분명해서 이해하기가 힘든데, 플라톤의 물질 및 영혼 개념은 현대의 물질 및 영혼 개념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플라톤에게 운동의 궁극적인 원리는 영혼에 있는 반면, 현대적 관점에서는 물질에 있다는 것.]

 

5. 끝내는 말

현대 심리철학에서 이원론 / 물리주의 대립은 물리 세계가 독자적인 운동의 원리를 갖는다는 것을 전제한 채로, 의식의 세계도 그 나름의 독자적 운동의 원리를 갖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 환원적 물리주의: 의식 세계의 독자성 X, 독자적 운동 원리 X

- 부수현상론: 의식 세계의 독자성 O, 독자적 운동 원리 X

- 비환원적 물리주의: 의식 세계의 독자성 O, 독자적 운동 원리 O인 듯하지만 그 원리는 물리 세계의 원리에 의존

플라톤은 이 논쟁의 전제인, 물리 세계의 독자적 운동의 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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