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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요약] Barker, G. and Kitcher, P. (2013), Philosophy of Science: A New Introduction 2장: The Analytic Project (전반부)

 Demarcating Science

여러 과학 분야들이 공유하는 특징은 무엇인가? 과학이 좋은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특징을 찾음으로써 왜 과학이 그런 특별한 지위를 가지는지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 과학 분야들이 공유하는 특징을 찾는 일은 "구획 기준의 문제(demarcation problem)"라고 불린다.

흔히 과학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것은 과학만의 특별한 방법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론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관찰이나 실험 결과에 비추어 가설을 시험하라", "증거에 기반을 두고 결론을 내려라" . 과학철학자들은 이런 답변들을 정교화하고자 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필요한 구분들

ㅇ 발견의 맥락과 정당화의 맥락

- 발견의 맥락(context of discovery): 연구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잠재적 답변들/가설들을 떠올리는 단계. 이 단계에서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발견은 우연에 의한 것이거나 생각의 창조적인 도약의 결과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e.g., 케쿨레가 꿈을 꾸고 벤젠의 구조를 떠올린 것.

- 정당화의 맥락(context of discovery): 발견의 맥락에서 떠올린 가설들을 즈억에 비추어 평가하고 정당화하는 단계. 증거와 가설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이 단계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ㅇ 분석적 참과 종합적 참

- 분석적 참(analytic truth): 용어의 정의와 논리 규칙에 의한 참. 참인지 판단하기 위해 실제 세계를 관찰할 필요가 없다. e.g., "총각은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다" - '총각'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의해 참. e.g., 수학의 진술들도 이런 의미의 참[이라는 견해가 있음].

- 종합적 참(synthetic truth): 실제 세계를 관찰해야 알 수 있는 참. 자연과학은 분석적 참인 진술만 포함하고 있지 않고, 종합적 참인 진술들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수학적 증명"이라는 말을 한다. 이는 (1) 수학의 기본적인 진술들(공리)이 있고, (2) 그 진술들에서 추론 규칙에 따라 정리를 도출해내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과학적 증명"이라는 말도 하는데, 겉보기에 이는 수학적 증명과 비슷하다. (1) 자연 세계의 일부를 관찰하여 기본 진술들을 만들고, (2) 그 진술들에서 추론 규칙에 따라 가설을 이끌어냄으로써 그 가설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 두 가지 질문을 검토해보면, 과학적 "증명"이 수학에서보다 불확실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1) 과학에서 기본 진술들이란 무엇인가?

(2) 과학에서 연역 외의 어떤 종류의 추론이 사용되는가?

 

 

(1) 과학에서 기본 진술들이란 무엇인가?

과학이 확실한 지식이려면, 기본 진술들이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본 진술이 될 수 있는 진술은 어떠한 것인가?

 

a. 이론적 진술? - X

e.g., 과학자가 소립자의 궤적을 탐지하는 실험 도구를 이용하면서 "양전자(positron)가 방출됐다"고 말했다고 하자.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본 진술이 아니다. 실제로 과학자가 관찰한 것은 스크린에 나타난 궤적이지, 양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b. 관찰 진술? - X

e.g., "스크린에 이러이러한 궤적이 나타났다" - 이런 관찰 진술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과학자가 확실하게 관찰했는지, 기구가 잘 작동했는지 등.

 

c. 감각 경험에 대한 진술? - X

e.g., "내 눈 앞에 이러이러한 색깔과 모양의 무언가가 나타났다" - 이런 진술은 거의 확실하지만, 과학의 기반이 되기에는 너무 사소하다.

 

(2) 과학에서 연역 외의 어떤 종류의 추론이 사용되는가?

과학에서 쓰이는 추론은 확실한 지식을 보장하지 못한다. 과학의 많은 주장은 일반적인 주장인데, 이론에 반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 타당성을 포기해야 한다. e.g., 뉴턴 이론은 모든 물체에 적용되는 것으로 상정됐지만,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등에 의해 수정되었다.

이처럼 과학은 수정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증주의

포퍼(Karl Popper)는 오히려 수정 가능성이 과학을 특별한 지식으로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과학은 반대 증거를 지지하고, 오류를 수정해 나간다. 포퍼에 따르면, 이와 같은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이 과학을 규정하는 특징이다.

- 좋은 과학적 가설은, 반증될 가능성이 있는 주장을 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가설이 만약 실제로 반증되었다면 그 가설을 포기해야 하고, 반증되지 않았다면 수용하면 된다.

- 모든 사례를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은 좋은 과학 아니다. e.g.,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프로이트는 "Rat Man"이라는 환자의 나쁜 행동이 어린 시절 성적인 행동에 대해 혼난 일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혀졌을 때, 프로이트는 어쨌든 그 사람이 과거 일을 성적으로 해석했을 거라며 자신의 이론이 맞다고 주장했다.

- 모호해서 반증을 회피할 수 있거나, 반대 증거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는 가설을 구성하는 것은 이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반증주의의 문제: 개별 가설이 반증 가능한지 따지는 것은 어렵다. 개별 가설은 단독으로 시험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설과 관련된 보조 가설들과 함께 시험된다. (특히, 실험 및 관찰 기구에 대한 여러 가지 가정들, 실험 및 관찰의 배경 조건들에 대한 가정들) 따라서, 어떤 가설을 반증하는 듯이 보이는 실험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것이 그 가설이 틀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실험 및 관찰 조건의 문제인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

e.g., 태양중심설에 따르면 별의 연주시차가 관찰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태양중심설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양중심설 지지자들은 별들이 지구에서 아주 멀 경우 연주시차가 너무 작아서 잘 관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태양중심설 계속 옹호했고, 실제로도 그러한 주장이 옳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반증주의는 실패했지만, 무엇이 과학을 특징 짓는지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여전히 지난 반 세기 동안 과학철학의 목표로 남아있었다. 과학철학자들은 자연과학의 세 가지 주요한 특징들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과학적 가설들이 증거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지지되는가? (입증 이론)

- 과학자들이 과학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정식화하는가? (과학 이론과 이론적 언어에 대한 철학적 이론)

- 과학은 자연 세계에 대한 우리 이해를 어떻게 깊게 만드는가? (과학적 설명에 대한 이론)

 

 

Confirmation

과학적 증거는 가설을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입증(confirmation)은 한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입증하는가?

 

[과학철학에서 증명(proof), 검증(verification)100% 확실한 것, 입증(confirmation)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verification - confirmation - disconfirmation - falsification]

 

The Hypothetico-Deductive Method

한 가지 인기 있는 답변은 철학자들이 가설-연역적 방법(hypothetico-deductive method)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설()에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시험할 수 있는 진술(시험 함축, test implications)을 도출해내고, 그 진술이 참이면 원래의 가설()이 입증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H라면, O1, O2, O3, ..., On일 것이다.

[실제로 실험 혹은 관찰을 해보니] O1 & O2 & ... & On

따라서, H.

 

[e.g.,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H)이 옳다면, 특정 시점 t1에서 금성이 위치 p1에서 관찰될 것이다(O).

실제로 관측을 해보니, 금성이 그 위치에서 관찰되었다(O).

따라서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H)이 옳을 것이다.]

 

이런 추론은 연역적이지는 않다. [, 전제들이 참이라고 해서 결론이 반드시 참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추론은 가설 H를 뒷받침한다.

 

여전히 모호한 점이 남아 있다.

- 어떤 종류의 시험 함축이 가설을 입증하는가?

- 언제 그것이 수용을 보증하기에 충분히 강한 증거로 간주되는가?

e.g., 신약의 효과에 대한 쥐 실험: 똑같은 성별, 똑같은 사료 사용, 똑같은 연령대 등이 똑같은 쥐 그룹만으로 실험하는 것보다, 다양한 그룹의 쥐를 시험해보는 것이 더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성별, 먹이, 연령대 등의 요인은 약의 효과와 관련 있고, 다른 요인은 관련이 없는지 어떻게 아는가?

- 배경 지식(이 경우 쥐에 대한 생리학)이 필요하다. 약의 효과에 성별은 영향을 줬고, 비만 여부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이전 연구 결과들. 그렇다면 나중 연구는 비만 여부를 제외하고 샘플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새로운 분야에서,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다 알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설-연역적 방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게다가,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이전 연구에서 밝혔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 연구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신빙성 있는 배경 지식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까지 도달한다. 그렇다면 다른 형태의 추론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상태인 분야에서는, 배경 지식 없이 그저 많은 수의 샘플을 관찰하고 거기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하고자 시도했을 것이다. [이처럼, 과학은 처음부터 가설-연역법을 통해 발전한 것은 아니다.]

 

과학 분야들이 발전하면서, 과학의 언어도 발전한다. 이러한 발전은 일반화를 정식화하기 위해 적절한 개념들을 개발하면서 이루어진다.[e.g., 정전기, 번개, 전자기 현상 등 겉보기에 달라보이는 여러 현상들을 '전기' 개념을 통해 일반화] 때때로 이러한 발전은 이전의 일반화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일을 포함한다. e.g., 화학은 '원소', ''과 같은 이전 용어들을 개선하면서 유의미한 발전을 만들어냈다.

아마 과학의 발전 초기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요인/개념을 바탕으로 일반화를 했을 것이고, 그러한 개념들이 정교화되면서 과학의 어휘들이 정교화되었을 것이다. 과학의 언어와 일반화는 함께 진화했고, 현재 형태로 되었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정확하지도, 형식적이지도 않다. 이런 것들을 형식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다른 문제도 있다. 사례들이 가설과 부합하는데도 가설을 약화하는 경우가 있다.

e.g., "사람의 최대 수명은 200년이다"라는 가설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나이가 198세인 사람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이 사람이 200세가 되기 전에 죽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례는 "사람의 최대 수명은 200년이다"라는 가설을 의심하게 만든다. 왜 그러한가?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일반화에 대한 뒷받침은 사람 수명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생리학적 이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Confirmation and Probabilites

과학적 증거가 결정적인 증명을 할 수 없다면, 확률 개념을 통해 입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어떤 가설이 시험을 통과하면, 참일 확률이 그 이전보다 더 높아진다고 하는 것이다. 베이즈주의(Bayesianism)는 이 아이디어를 정교화하려는 시도이다.

e.g., 어떤 사람이 10만 명 중 한 명에게 발병하는 희귀 질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실제로 걸렸을 확률은?

위음성 확률이 없고 위양성 확률이 2%라면,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왔을 때 실제로 양성일 확률은 약 0.05%이다. [책에는 약 0.5%(0.005)라고 나와 있는데 오타인 것 같음.]

, 검사를 안 했을 때 "이 사람은 그 희귀 질환에 걸렸다"는 가설이 옳을 확률이 1/100,000이었다면, 검사 결과로 인해 그 확률이 1/2,000 정도로 올라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적 가설에 대한 입증도 증거를 발견하기 전에 가설이 옳을 확률(사전 확률)이 증거에 따라 확률이 오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확률은 어떤 사람이 그 가설을 믿어야 하는 정도이다. (e.g., 가설이 옳을 확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한다면 0.5 부여.) 그리고 증거에 따라 그 믿음의 정도를 업데이트한다.

 

e.g., 프레넬은 빛의 파동설을 주장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 가설이 옳을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동설이 옳다는 증거가 발견되었고, 따라서 사람들은 파동설이 옳을 확률이 증가했다고 생각했다.

 

베이즈주의의 문제:

- 과학자들은 가설이 옳을 확률, 증거에 의해 확률이 증가하는 정도에 대해 모호하게 이야기한다.

- 확률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ㄴ 베이즈주의자의 답변: 사전 확률을 과학자들이 어떻게 설정하든, 많은 증거가 모이면 가설에 대한 확률은 점점 수렴할 것이다.

 

ㄴㄴ 여전한 문제: 일정 기간 내에 그런 수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간 내에는 그 증거가 그 가설을 얼마나 뒷받침하는 지 합의하지 못한다.

ㄴㄴ 더 근본적인 문제: 사전 확률을 명시해야 한다. 게다가, 먄약 그 가설이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도 그 실험 결과가 나타날 확률도 추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확률들을 확실하게 정하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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