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지칭이론이 언어표현 전반에 대한 의미론으로서는 설득력이 없더라도, 단칭어(singular term)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1. 단칭어의 종류
(i) 이름
(ii) 확정기술구(한정기술구, definite discriptions)
(iii) 단칭 인칭대명사
(iv) 지시대명사
(ii) 확정기술구는 단 하나의 대상만 지칭한다는 점에서는 이름과 유사하지만, 그 대상이 만족하는 조건을 기술함으로써 그 대상을 지칭한다는 점에서는 이름과 다르다.
영어에서 확정기술구는 'the'를 통해 표현되고, 불확정기술구는 'a'를 통해 표현된다. e.g., 'the natural satellite of the Earth' vs. 'a natural satellite of Mars'
ㅇ 의미지칭이론을 확정기술구에 적용할 때의 문제점들
- 문제 1: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지칭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확정기술구가 있다.
e.g.,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다"- '현재의 프랑스 왕'이라는 확정기술구가 지칭하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확정기술구는 의미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확정기술구의 의미와 확정기술구의 지칭체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 문제 2: 부정존재진술의 문제.
e.g., "현재의 프랑스 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 이 문장은 유의미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참이다. 그런데 '현재의 프랑스 왕'이라는 확정기술구는 어떤 것도 지칭하지 않는다. 무의미한 표현을 포함한 문장은 참일 수 없다.
2. 마이농의 대상 이론
ㅇ 마이농(Alexius Meinong)은 앞의 문제들을 의미지칭이론의 관점에서 해결하는 이론인 "대상 이론"(the theory of objects)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각 단칭어는 한 대상을 지칭한다.
- 대상들은 있음을 가진 대상들과 있음을 결여한 대상들로 분류된다. e.g., '현재의 프랑스 왕' 등은 특정 대상을 지칭하지만, 이 대상은 있음을 결여한다.
- 있음을 가진 대상은 존재하는(exist) 대상과, 존립하는(subsist) 대상으로 나뉜다.
- 존재하는 대상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 대상들이다.
- 존립하는 대상은 시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시공간 속에 있는 어떤 대상에 예화될 수 있다. e.g., 빨강이라는 속성
- 있음을 결여한 대상들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 가능한 대상들 e.g., 현재의 프랑스 왕, 황금산
- 불가능한 대상들 e.g., '둥근 정사각형, 나무로 구성된 쇠
- 실현되지 않은 사태들 e.g.,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
※ 가능성의 수준 구분: 기술적 가능성 / 물리적 가능성 / 형이상학적 가능성 / 논리적 가능성
ㅇ 마이농의 대상 이론은 의미지칭이론에 제기된 두 문제를 의미지칭이론의 틀 내에서 해결한다.
- 문제 1: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지칭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확정기술구가 있다. e.g., "현재의 프랑스 왕은 대머리이다"
- 마이농의 해결책: '현재의 프랑스 왕'은 가능한 대상을 지칭한다. 즉, 지칭체가 있다.
- 문제 2: 부정존재진술의 문제. e.g., "현재의 프랑스 왕은 존재하지 않는다"
- 마이농의 해결책: '현재의 프랑스 왕'은 가능한 대상을 지칭하므로 이 문장은 의미가 있고, 그 대상이 존재하지는 않으므로 참이기도 하다.
ㅇ 마이농의 대상 이론은 심리적인 것의 지향성(intentionality)을 설명할 때 유용하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생각의 대상일 수 있는가? 그러한 대상들이 불가능한 대상이긴 하지만 어쨌든 있기 때문이다.
3. 마이농의 대상 이론의 문제점들
ㅇ 러셀의 비판
- 러셀의 비판 1: 어떤 불가능한 대상은 모순율을 위반한다. e.g., 둥근 정사각형
- 마이농의 재반론 1: 둥근 정사각형은 서로 모순적인 속성을 가지지만, 이것은 속성 이론의 당연한 귀결이다. 둥근 사각형은 모순적인 속성들을 갖고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불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 마이농의 재반론 2: 모순율에서 말하는 모순은 A&~A 형태이다. 그런데 '둥근 정사각형'과 같은 표현은 모순율을 위반하지 않는다. 술어 부정과 문장 부정은 현실적인 대상과 가능한 대상의 경우 동치지만, 불가능한 대상의 경우 동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7) 둥근 정사각형은 둥글다. x는 P이다
(8) 둥근 정사각형은 둥글지 않다. x는 ~P이다 - 술어 부정
(9) 둥근 정사각형이 둥글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x는 P이다) - 문장 부정
마이농은 (7)과 (8)을 모두 받아들인다. 그런데 (8)은 술어 부정이고, (9)는 문장 부정이다. 따라서 (8)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9)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즉, 마이농은 자신이 (x는 P이다) & (x는 ~P이다)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x는 P이다) & ~(x는 P이다)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므로 모순율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러셀의 비판 2: 다음 두 진술은 모순적이다.
(5) 존재하는 둥근 정사각형은 존재함을 가진다.
(6) 존재하는 둥근 정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 마이농의 재반론: (5)에서 존재함은 속성의 한 양태이고, (6)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음의 한 양태이다. 따라서 속성에 대한 주장인 (5)와 있음의 양태에 대한 주장인 (6)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 러셀: 존재함과 존재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콰인의 비판
콰인의 비판1: 가능한 대상들은 배중률을 위반한다. 배중률에 따르면 모든 평서문 A에 대해 A가 참이거나 ~A가 참이다. 그런데 가능한 대상들에 대한 진술은 A, ~A 각각에 대해 참인지 거짓인지 말하기가 어렵다.
e.g., (14) 황금산은 높이가 100미터이거나(A) 또는 황금산은 높이가 100미터가 아니다(~A).
콰인의 비판 2: 마이농의 "가능한 대상들"은 존재론적 허용 가능성 기준을 위반한다.
- 존재론적 허용 가능성 기준: "동일성이 없으면 대상도 없다"(No entity without identity). 대상은 그것을 다른 것과 구분해 주는 동일성 조건이 성립하는 한에서만 존재론적으로 진정한 대상으로 허용된다.
- 가능한 대상들은 하나인지 여럿인지, 여럿이라면 그 중 무엇과 무엇이 같은 대상인지 말하기 어렵다. e.g., 황금산은 여러 개 존재하는가? 여러 개 존재한다면, 황금산 a와 황금산 b는 같은 대상인가, 아닌가?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
브랜덤의 비판
마이농은 지칭 의도(referential purport)와 지칭 성공(referential success)을 적절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e.g., 어떤 사람이 "현재의 프랑스 왕은 부자일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 사람은 특정인을 지칭하려고 의도했지만, 그 지칭 의도는 성공적이지 않다. 그러나 마이농에 따르면 이 사람이 가능한 대상을 성공적으로 지칭했다고 해야 한다.
반 이와겐의 비판
존재하는 대상들은 시공간 속에(구체적인 영역에) 있고, 존립하는 대상들은 보편자의 세계에(추상적인 영역에) 있다. 그런데 있음을 결여한 대상은 기존 형이상학이 용인하는 두 영역인 구체적인 영역에도 추상적인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농은 있음을 결여한 대상들을 "집 없는 대상들"(homeless objects)이라고 말한다.
<x는 있음을 가진다>는 <어떤 y에 대해, x는 y와 같다>를 의미한다.
그런데 마이농주의자는 <x는 있음을 가진다>를 이렇게 정의할 수 없다. <어떤 y에 대해, x는 y와 같다>고 하더라도 그 y가 있음을 결여한 대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의미지칭이론의 또 다른 난점들
동일성에 관한 프레게의 퍼즐: 한 언어표현을 그것과 지칭 대상이 같은 다른 언어표현으로 대체했을 때 중요한 인지적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16)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
(17) 샛별은 샛별이다.
'샛별'과 '개밥바라기'의 지칭 대상은 금성으로 동일하므로, 의미지칭이론에 따르면 이 두 문장은 동일한 명제를 표현한다. 그런데 (16)은 실질적인 정보를 담고 있지만 (17)은 사소하게 참이다.
대체 실패의 문제: 한 언어표현을 그것과 지칭 대상이 같은 다른 언어표현으로 대체했을 때 문장의 진리치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e.g., 명제태도 문장들).
(18) 철수는 샛별이 샛별이라고 믿는다.
(19) 철수는 샛별이 개밥바라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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