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국가의 사절이라고 거짓말하거나, 실제로 사절이더라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헤르메스와 제우스에 대해 불경을 행함으로써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되어야 한다. 공공재산을 훔치는 자는 큰 물건을 훔치든 작은 물건을 훔치든 똑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작은 물건을 훔친 자도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건의 크기가 아니라 치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대가가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이나 노예가 공공재산을 도둑질하면 치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처벌을 비교적 작게 하지만,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양육을 받은 사람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다면 사형시켜야 한다.
군사조직에 대해서, 누구도 지휘관 없이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놀이로든 진지하게든 혼자 일을 하는 습관이 들게 하면 안 된다. 전쟁에서든 평화로울 때든 지휘관에게 복종하며, 아주 사소한 일도 지도를 받으며 살게 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함께 뭉쳐 공유하는 삶을 살게 해야 한다. 이를 평화 시에 어린 시절부터 연습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무는 전쟁에서의 무용을 목표로 삼고 행해야 한다. 병적에 올라 있는 사람이 병역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야 한다.
살기 위해 비겁하게 고의로 무기를 버린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만 무기를 고의적이지 않게 잃어버린 경우도 있을테니, 재판관이 그 사정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처벌은 언제나 못된 사람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행하는 것이며, 운이 없는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살기 위해 비겁하게 무기를 버린 사람은 남은 생애 동안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못난 사람이라는 오명을 안고 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자리에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정관이 바로잡아야 한다.
사정관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사정관은 덕에서 관리를 능가하는, 관리들의 관리이다. 사정관이야말로 정치체제가 안정을 유지하느냐 해체되느냐를 결정짓는다. 관리들을 사정하는 사람들이 잘못 진행될 경우 모든 통치 행위를 하나로 묶어주는 정의가 와해되고 모든 관직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사정관들은 관리로 일하다가 임기를 마친 사람들을 심사하는데, 심사가 끝나면 그 내용을 공표해야 한다. 사정관 중에 선출 후에 못된 자가 되어 자신의 인간적인 본성[vs. 신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자가 있다면 고발해야 한다. 재판에는 호법관과, 다른 사정관들, 그리고 이런 일을 위해 선출된 재판관들이 참석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을 아예 믿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신들이 사람들에게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신들이 사소한 제물과 아첨을 받고 자기 벌을 면제해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고소 재판에서 소송 당사자 양편 모두 선서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나라에 송사가 많이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시민들 가운데 거의 절반은 거짓 맹세를 하는 셈인데, 그러면서도 서로 어울린다는 건 끔찍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소송 당사자들이 설득력을 높이려고 선서를 한다든지, 애원한다든지 하는 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항상 신중한 언사를 유지해야 한다.
자유민이 중대 사항은 아니지만 나라에 복종하지 않는 경우, 처음 해야 할 필수적인 일은 손실에 대한 치유이다.
땅에서 나오는 돈벌이 외에는 돈벌이를 하지 않고 무역도 하지 않는 나라는 자기 시민의 해외 여행과 타지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 허가에 대해 규정을 해야 한다. 나라들이 서로 섞여 어울리면 다양한 종류의 품성이 뒤섞인다. 이는 올바른 법을 통해 다스려지는 좋은 정치체제 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해를 초래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나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시민이 외국에 나가면서 외국인과 섞인다고 해도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고, 야만스럽고 빡뽁하다는 인상을 다른 사라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 이런 평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덕의 본질에 근접해 있지는 못하지만, 누가 악하고 누가 쓸만한지에 대한 판단을 못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에게서 받는 좋은 평판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
구체적인 법 규정으로, 40세 미만인 사람은 외국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40세 이상인 사람들은 사적으로는 외국에 나가지 못하고 공적으로만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 가운데 다른 곳 사람들의 행동을 여유를 두고 관찰해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호법관들의 허가를 받고 나가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나라가 남들과 교류가 없어서 나쁜 사람들과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완벽한 상태가 될 수 없다. 그저 습관이 아니라 통찰력을 갖고 자신의 법률을 파악하지 않고 법률을 지켜낼 수는 없는데,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야 그런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중에 신적인 사람은 많지는 않아도 있기 마련이고, 좋은 법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나라에서도 그렇게 교류할 만한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외국에 나가 이런 사람들을 찾아 교류하면서 자기 법 가운데 좋은 것은 더 공고하게 하고 부족한 것은 교정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할 사람은 50세가 넘어야 하고, 특히 전쟁에 있어 좋은 평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10년 이내 한도에서 외국 참관자로 일하고, 귀국하면 법률에 대해 감독하는 위원회에 가야 한다. 이 위원회는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이 섞여 있어야 하며, 매일 동트기 직전부터 해가 뜰 때까지 반드시 모인다. 이 위원회는 법률과 나라에 대해, 그리고 이 사안과 관련해 다른 곳에서 배운 중요한 사항에 대해 다룬다.
[위원회 이야기에서 참관자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외국을 관찰하고 법 제정, 교육, 양육에 대해 어떤 것을 알아내고 돌아왔다면 위원회 전체와 공유해야 한다. 반면 타락한 채로 돌아오면 지혜로운 사람과 사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제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이야기할 외국인은 네 부류이다. 첫째, 돈벌이를 위해 드나드는 사람. 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유입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해주는 등 상대해야 할 때는 상대하되,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 둘째, 공연 관람을 위해 온 사람. 손님 환대 정신을 살려 각 신전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주고 관심을 기울여준다. 셋째, 공적인 일로 온 사람. 이들은 공적으로 맞아들여야 된다. 넷째, 외국에서 온 참관자. 이들은 초대받지 않고서도 부유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방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군가 담보를 제공할 때는 명문화된 계약서에 밝히면서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누군가를 수색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법이 정한 신들에게 그 물건을 정말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는 맹세를 먼저 한 후에 수색해야 한다. 소유권 분쟁에는 시간 제한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 누군가 소유하고 있었다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소유권을 놓고 다툴 수 없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재판 참석을 막으면 적절히 처벌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경연 참가를 방해는 경우 / 훔친 물건이라는 걸 알고서도 받는 경우 / 도망자를 받아들이는 경우, 사적으로 평화나 전쟁 관계를 맺는 경우 / 뇌물을 받는 경우("조국에 봉사하는 사람들은 선물 받는 일 없이 봉사해야 한다" 공역 각주 46: 공직자의 소신과 양심, 판단력에 맡겨 부패의 가능성을 용인하기보다는 일률적으로 통제) 적절하게 처벌해야 한다.
재판과 관련된 사소하고 쉬운 법 절차들은 나이 든 입법가가 빼놓으면 젊은 입법가가 채워 넣는다. 모든 배울거리 가운데 법률들에 관한 것들이, 올바른 체계를 갖춘 것이기만 하다면, 배우는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데 가장 효과가 강력하다. 정의에 따르는 공평한 재판관이 되려는 사람은 이런 모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지역은 따로 정해놓아야 하며, 무덤은 크게 만들면 안 된다. 혼은 육체보다 훨씬 뛰어나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각자를 바로 그 사람이게 만들어 주는 것은 혼인 반면, 육체는 각자를 따라다니는 유사물에 불과하다. 못된 사람이 죽는다면 그에게 어떤 도움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시신을 매장할 때 너무 많은 돈을 써서는 안 된다. 죽은 사람을 위해 지나치게 울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입법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단을 찾을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법률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호법관 중 연장자들, 서훈을 받은 사람들, 외국에서 귀국한 사람들, 그리고 이들 각자가 한 명씩 데려온 30세 이상의 젊은이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회는 새벽에 열려야 하는데, 이 시간이 누구에게나 사적이든 공적이든 다른 활동에서 벗어나 가장 여유로운 때이기 때문이다. 지성이 들어있는 혼, 가장 아름다운 감각인 시각과 청각이 들어있는 머리가 제대로 목표를 설정하면 동물에게 안전을 가져다주듯이, 야간위원회도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 나라의 보호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목표는 덕이다. 네 가지 덕 중 지성이 가장 우선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덕이 어떤 의미에서 구별되는 한편 어떤 의미에서 모두 '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선, 네 가지가 구분되어 있는 이유는 각각 독립적으로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동물들도 용기를 가질 수 있지만, 지성은 추론 없이는 가질 수 없다.
입법자와 호법관, 그리고 덕이 있다고 상을 받은 사람들에게 용기, 절제, 정의, 분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덕에 대한 해석자들, 선생들, 입법가들, 수호자들은 무언가를 배우고 이해할 필요 있는 사람이나 잘못을 저질러서 벌과 꾸중이 필요한 사람에게 악덕과 덕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가르치고 완벽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덕을 잘 갖춰야 한다. 수호자들 중 젊은이들은 예민함을 갖춘 좋은 본성을 가진 사람들로 선발되어, 나라가 몸통이라면 이들은 일종의 감각 역할을 한다. 이들은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이 든 사람들에게 보고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라의 지성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젊은이들을 보조자로 쓰고 조언도 구하면서 숙의를 한다. 이렇게 양쪽 사람들이 공동으로 나라 전체를 지킨다.
그런데 비슷하지 않은 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의 형상(이데아)에 주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해 엄밀하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호자들도 네 덕을 관통하는 동일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봐야 한다. 수호자들은 덕 각각이 여럿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떤 점에서 하나인지도 알아야 한다. 우선, 이해를 하는데 말로 논증을 제시할 수 없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실행으로 따를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아름다운 것들 중 하나가 신들에 대한 문제이다. 신들이 존재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큰 힘을 행사하는지도 인간이 알아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알아내야 한다. 그런 일들에 대해 신적이지 않거나[*공역 각주 95: 재능을 타고났거나] 열심히 연구하지 않은 사람은 호법관이 될 수 없으며, 덕과 관련해 승인받은 사람이 될 수도 없다.
신들에 대한 믿음으로 이끄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혼이 어떻게 가장 오래된 것이면서 신적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별을 비롯한 온 세상을 질서 지운 지성의 통제를 받는 모든 것의 움직임이 어떤 질서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중들은 천민학 등을 통해 이런 것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관찰 가능한 일이 좋은 것들을 이루고자 하는 계획에서가 아니라 필연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관찰하고 무신론자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형편없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무신론자가 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천체들에 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체들에 혼이 없다면, 그래서 지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렇게 엄밀한 계산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신론자들은 혼이 물체보다 오래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많은 혼 없는 물체들이 가득 차 있고, 그것이 전 우주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제 그 반대로 밝혀졌다.
이 두가지, 혼이 어떻게 하여 가장 오래된 것이고 불사적인 것이며 모든 물체를 지배하는 가와, 별을 비롯한 존재하는 것들의 지성을 알지 못하면 흔들리 없이 신을 경외할 수 없다. 또한 이것들에 앞서 필수적인 배움거리들(7권에서 논의)도 파악해야 하고, 뮤즈에 속한 배울거리도 알아야 한다.[* 공역 각주 105: 여기소 '뮤즈에 속한 배울거리'가 음악에 가까운 것인지, 종합적인 성격의 철학인지, 혹은 둘 다인지에 대해 해석이 갈리낟.] 이를 통해 관습적인 실행들과 규칙들에 조화롭게 적용하고, 근거를 가진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것의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대중적인 덕들에 더해 이것들을 가져야 나라 전체를 다스릴 유능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
야간위원회가 교육에 참여한 후 법에 따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일에 적합한 나이와 학습 능력과 기질적 품성과 습관을 가진 사람의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들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지가 문제인데, 이를 일일이 문자로 써서 말해주는 것은 헛수고이다. 그래서 앞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고 계속 논의해볼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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