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 H. (2012), Is Water H2O? 1장: Water and the Chemical Revolution (1/3)
발제자: 강규태
물이 원소가 아닌 화합물로 처음 인지된 것은 18세기 후반 화학혁명을 통해서였다. 1장에서 저자는 화학혁명에 대한 수정주의적 설명을 제시한다. 플로지스톤주의 화학 체계는 라부아지에의 산소주의 화학 체계보다 열등한지 분명하지 않다. 라부아지에의 체계는 그 시대에 이미 알려진 중요한 경험적, 이론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두 체계 사이에 의미론적 공약불가능성은 적었지만 상당한 방법론적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했다.
플로지스톤이 폐기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플로지스톤과 잘 들어맞지 않는 합성주의가 화학에서 지배적인 경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플로지스톤이 폐기되면서 많은 가치있는 지식 요소들이 소실되었다. 결과적으로 그것들은 다른 개념들(e.g., 퍼텐셜 에너지, 전자)에 의해 복구되고 발전되었지만, 만약 플로지스톤주의 체계가 존속되었다면 과학을 위해 더 나았을 것이다. 이 결론은 5장에서 상세히 다룰, 과학의 다원주의를 옹호하는 더 일반적인 주장과 이어진다. 이 아이디어들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옹호하기 위해, 실천 체계(system of practice)라는 개념을 분석의 단위로 이용할 것이다.
1.1 The Premature Death of Phlogiston
18세기 중반까지 물은 여전히 원소로 여겨졌다. 현재 우리는 물이 원소가 아니라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임을 알고 있다. 이 장에서는 이 점이 화학혁명의 결과로 어떻게 알려졌는지를 다룬다.
1.1.1 Joseph Priestley
프리스틀리의 연구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기를 순수한 원소로 여겼다. 프리스틀리의 연구에 의해 평범한 공기가 최소한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졌고, 서로 다른 유형의 기체가 다양한 화학 반응에서 산출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프리스틀리는 우리가 '산소'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으로 만들고 포집한 사람이다. 그는 이 기체 안에서 물체를 태워보고, 생쥐를 넣어보면서 일반적인 공기보다 이 기체가 연소와 호흡에 낫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이 기체가 평범한 공기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진 것이라고 생각해 '탈플로지스톤화 공기'라고 불렀다.
- 플로지스톤이란 가연성의 원리(principle)이다. 즉, 다른 물질과 결합해 그 물질에 가연성을 부여해준다. 가연성 물질은 플로지스톤을 풍부하게 함유한 물질이고, 연소 시에 플로지스톤을 방출한다. 플로지스톤 방출은 불꽃을 통해 드러난다.
- 몇몇 실험들은 금속도 플로지스톤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금속에 광택, 전성, 연성, 전기전도성, 적절한 조건 하에서의 가연성 등 금속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금속이 플로지스톤을 잃으면 이러한 금속성을 잃고 금속회(calx, '녹', '금속산화물')가 된다. 그리고 플로지스톤을 금속회에 다시 공급하면 금속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보았다. 금속 광석은 순수한 금속보다는 금속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숯처럼 플로지스톤을 함유한 물질과 가열하면 플로지스톤이 숯에서 금속회로 이동해 금속회가 금속으로 된다(제련).
금속 + 산소 → 금속회
금속 → 금속회 + 플로지스톤
- 탈플로지스톤화 공기가 연소를 돕는다는 점도 잘 설명된다. 탈플로지스톤화 공기는 플로지스톤을 다시 흡수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탈플로지스톤화 공기가 호흡하기 좋다는 점도 잘 설명된다. 호흡은 몸에서 생성된 플로지스톤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흔히 프리스틀리는 뛰어난 실험 솜씨와 좋은 과학적 의도를 가졌지만 시대에 뒤쳐진 사고방식에 독단적으로 집착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쿤조차도 프리스틀리가 라부아지에의 화학을 거부한 것이 비논리적이거나 비과학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오래 저항한 것은 부당했다고 본다.
그러나 프리스틀리는 풍부한 지식, 정교한 추론으로 플로지스톤을 옹호했고, 플로지스톤을 새로운 현상들을 이해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틀로 간주했으며, 플로지스톤 이론에 명백히 반하는 현상은 없었다 그리고 프리스틀리뿐만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도 플로지스톤 이론을 폐기하기를 거부했다.
1.1.2 Water
산소 이론과 플로지스톤 이론의 경쟁에서 결정적인 순간 하나는 물이 원소가 아니라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라는 라부아지에의 논증이다. 그러나 물의 합성은 오히려 플로지스톤 이론의 설득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플로지스톤 이론가들은 자신들이 '가연성 공기'라고 불렀던 수소를 순수한 플로지스톤이라고 여겼다. (금속을 산에 녹이면 수소가 빠져나오고 금속은 금속회가 된다). 그렇다면 만약 금속회를 산에 넣는다면 수소를 생성하지 않을 것이고, 이 점은 잘 입증되었다.
나중에 캐번디시와 프리스틀리는 가연성 공기를 플로지스톤 그 자체라기보다는 플로지스톤을 많이 함유한 '플로지스톤화 물'이라고 관점을 수정했다. 그래서 플로지스톤화 물과 탈플로지스톤화 물이 결합하면 물이 생성된다.
수소 + 산소 → 물
플로지스톤화 물 + 탈플로지스톤화 물 → 물
이것은 단지 물의 합성에 대한 사실에 의해 이론이 반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물이 기체의 본질적 구성요소라고 생각할 좋은 이유들이 있었다. e.g., 증기는 액체에서 생성된다.
그렇다면 프리스틀리의 견해에서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
▶ 플로지스톤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이런 대답은 부적절하다. 이 점을 우리가 그것은 어떻게 아는가라는 질문이 따라나오기 때문이다.
▶ 순수한 플로지스톤을 분리해낼 수 없다.
> 과학에서 상정하는 대상이 꼭 분리 가능해야 하지 않다. e.g., 쿼크, 에너지.
> 라부아지에도 칼로릭이라는 분리 불가능한 대상을 상정했다.
▶플로지스톤은 관찰 불가능하므로 과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 관찰 불가능하지만 이론적 필요성 때문에 상정된 대상들이 있다. e.g., 암흑물질, 초끈
> 플로지스톤이 관찰 불가능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 플로지스톤주의자들에게 플로지스톤은 관찰 가능했고(e.g.,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불꽃), 조작도 가능했다(e.g., 금속 제련, 금속을 산에 녹여 가연성 공기를 생산하는 과정).
▶ 플로지스톤은 무게가 없는 물질이므로 과학에 수용되면 안 된다
> 당시에 플로지스톤뿐만 아니라 다른 무게 없는 물질들의 존재도 상정되었다. e.g., 전기 유체(electric fluids). 심지어 라부아지에도 칼로릭의 존재를 상정했다.
> 현대과학도 무게 없는 물질의 존재를 인정한다. e.g., 광자
▶ 플로지스톤 이론은 금속이 녹슬 때 무게가 증가한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금속 → 금속회 + 플로지스톤”인데 무게 증가)
> 플로지스톤은 가벼움(levity)을 가졌다는 설명이 그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다.
> 그게 아니더라도, 금속이 플로지스톤을 잃으면서 물과 결합한다는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있었다.
1.1.3 The Trouble with Lavoisier
프리스틀리가 플로지스톤 이론을 고수한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을 선호할 명확한 이유가 없었는데도 왜 다수의 화학자들이 라부아지에의 편이 되었는가이다.
우선 현대 화학 및 물리학의 관점에서 라부아지에가 얼마나 틀렸는지 살펴보자. 18세기 말에, 늦어도 1815년 무렵에 라부아지에 이론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들이 틀렸다는 점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 산 이론: 라부아지에는 모든 산이 산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애초에 ‘산소’라는 용어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 염산(HCl), 시안화수소산(청산, HCN) 등이 산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음을 라부아지에 편의 화학자들도 알고 있었다.
- 연소 이론: 라부아지에는 연소는 기체 산소와의 결합이라고 보고, 그 과정에서 산소 기체에 포함된 칼로릭이 방출되므로 열과 빛을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산소 기체는 칼로릭을 포함하기 때문에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 기체 상태의 산소가 없어도 연소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e.g., 화약의 폭발
> 산소가 아예 없을 때도 연소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 칼로릭 이론: 라부아지에는 열의 원리인 칼로릭을 상정했다. 칼로릭은 물질의 세 가지 상태에 대한 설명에도 쓰였다. 라부아지에는 칼로릭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화학 원소 목록의 첫째 부분에 칼로릭을 위치시킨 것, 그가 쓴 교과서의 첫 장을 칼로릭 이론에 할애한 것이 그 증거이다.
> 열은 운동의 한 형태이며, 이는 1800년 경에도 많이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왜 다수의 화학자들이 라부아지에 편을 들었는가? (머스그레이브 1976)
▶ 관찰에 기초한 귀납을 통해 확립되었다.
> X
▶ 금속의 하소 과정에서 무게가 증가하는 현상에 의해 플로지스톤 이론이 반증되었다.
> X
▶ 라부아지에의 이론이 플로지스톤 이론보다 더 단순하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관찰 불가능한 물질인 플로지스톤을 상정해서 복잡해졌다.
> 라부아지에도 관찰 불가능한 물질인 칼로릭을 상정했다.
▶ 산소 연구 프로그램이 러커토시적 의미에서 진보적이었다. 반면 플로지스톤 이론은 1970년 이후, 성공적인 새로운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ad hoc 가설만 만들었다. (머스그레이브)
> 1983년에 이루어진, 가연성 공기 속에서 금속회를 가열하면 금속이 될 것이라는 플로지스톤 이론의 예측은 성공적이고 참신한 예측이었다. (저자)
> 라부아지에도 참신한 예측을 별로 내놓지 못했다. (저자)
1.1.4 Could Water Be an Element?
그렇다면, 플로지스톤 이론이 존속했다면 무엇이 성취되었을까? 이 질문은 다음 (1)~(4)로 나눠볼 수 있다. 자세한 답변은 뒷 절에서.
(1) 쿤 손실이 있었는가? 즉, 과학자들이 플로지스톤 체계(이론보다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론‘ 대신에 '체계'라는 용어 사용)를 거부함으로써 상실한 지식이 있었는가? 플로지스톤 시스템은 했지만 산소 시스템은 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는가?
> 금속들이 금속성을 띤 이유
(2) 플로지스톤 체계가 존속했다면 발전할 수 있었지만, 폐기되면서 발전이 지체된 지식이 있었는가?
> 플로지스톤을 (음의) 전기와 동일시하는 것
> 플로지스톤을 퍼텐셜 에너지와 동일시하는 것. (화학에서 무게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3) 두 체계가 공존했을 때 상호작용을 통해 이로운 결과들이 나왔는가?
(4) 두 체계가 계속 공존했다면 이로운 결과들이 계속 나왔을 것인가?
▶ 플로지스톤 이론을 폐기하지 말았어야 한다면, 물이 원소라는 아이디어도 폐기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물은 확실히 원소가 아니다.
> 물을 원소로 간주하는 합리적인 과학 체계가 존재할 수 있고, 플로지스톤 시스템을 비롯한 화학혁명 이전의 모든 과학 시스템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 물을 원소로 간주하는 시스템을 현재 타당하게 믿을 수 있거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우리의 과학만큼 성공적이고 진보적이지만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른 과학이 존재할 수 있을까?"
>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원소'는 더 분해할 수 없는 궁극적인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심지어 소립자조차도, 그런 의미에서의 원소가 아니며 파동-입자 이중성을 나타내는 에너지 꾸러미(packet)이다.
>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 화학 체계 안에서 원소가 그 기능과 관련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프리스틀리와 캐번디시가 물을 원소로 간주했을 때, 이 원소는 플로지스톤을 첨가하거나 빼냄으로써 변형할(modified) 수 있는 물질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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