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ikan, R. G. (2020), "Neuroscience and Teleosemantics", Synthese.
세 줄 요약
(1) 목적의미론(teleosemantics)은 '표상'이 그 기능에 의해 규정되는 기능적 용어(functional term)라는 주장이다.
(2) 표상의 기능은 다른 메커니즘(들)의 작동이나 동작을 인도하는 것이다.
(3) 신경 표상(neural representations)도 우리가 '표상'이라고 부르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의 의미에서 표상이므로, 신경과학에서 말하는 '표상'에 새롭거나 전문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논문의 목적
직설법 문장, 지도, 차트, 다이어그램, 그래프, 도로 표지판, 꿀벌의 춤, 구애의 춤, 동물들의 위험 신호, 병에 붙은 라벨 등은 모두 '표상'이라고 불린다. 이 다양한 종류의 표상들에 공통적이면서 고유한(peculiar) 속성들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런 것을 뇌에서 찾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것을 찾는 일이 신경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면, '표상'이라는 용어가 신경과학에서 자연스럽고 생산적으로 쓰이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로 충분할 것이다. 즉, 뇌의 표상이라고 해서 다른 표상들과 다른 특별하고 전문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전 저작들(Millikan 1984, 2005, 2017)에서 우리가 '표상'이라고 부르는 대상들 대부분에 공통적이면서 고유한 속성들이 있다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이 논문에서는 저자의 기존 작업의 결과와, 뇌의 표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현대의 유력한 관점들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표상에 대한 여러 관점들은 다른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제안되었음에도 수렴한다.
기능적 용어로서의 ‘표상’
ㅇ '표상'은 기능적 용어이다. 즉, 표상은 그것이 하는 기능에 의해 규정된다. 기능이란, 그 대상의 목적이다.
- 기능적 용어가 무엇인지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알아보자.
e. g. '타자기'는 기능적 용어이다. 타자기는 그것이 하는 기능(글자를 산출하는 일)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두 물체를 생각해보자.
- 물체 1: 고철을 처리하는 기계가 고철을 압축했는데, 우연히 찌그러진 타자기 모양이 나왔다.
- 물체 2: 실제 타자기가 트럭에 치여서 찌그러졌다.
여기서 물체 1과 물체 2는 모양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해보자. 그런데 물체 1은 단지 찌그러진 타자기처럼 생겼을 뿐 타자기가 아니지만, 물체 2는 찌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타자기이다. 이런 분석은 "타자기란 타자를 치기 위한 키들을 가지고 있는 기계"라는 사전적 정의에 부합한다. 타자기는, 글자를 실제로 산출하는 기계도 아니고, 글자를 산출할 수 있는 키들을 가진 기계도 아니다. 타자기는 글자를 산출하기 위한 키들을 가지고 있는 기계이다.
물체 2는 글자를 실제로 산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출할 수도 없다. 하지만 글자를 산출하기 위한 키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자기이다. 즉, 실제로 글자를 산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든 없든, 그 기능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타자기'는 기능적 용어이다.
ㅇ 대상이 기능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 기능이 무엇인지는 그 대상이 좋은·옳은 것인지 아니면 결함 있는·틀린 것인지를 평가할 기준을 제공한다.
- 대상이 기능·목적을 갖지 않는다면, 그런 평가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e. g. 물체 2는 결함 있는 타자기이다. 그것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 g. 틀린(거짓인) 믿음은, 믿음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e. g. 애매하거나 공허한 단어·개념은 단어·개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표상'이 기능적 용어라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만약 '표상'이 기능적 용어가 아니라면, 표상이 옳은지 틀린지 판단할 근거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목적의미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전부이다. 목적의미론 그 자체는 심적 표상에 한정된 이론이 아니며, 심적 표상의 기능에 대해서는 열린 문제로 남겨둔다.
표상에 대한 두 가지 질문
표상에 대해 두 가지 완전히 독립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1) 기능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 대상이 기능을 갖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 구체적으로는, 표상의 기능 혹은 목적을 무엇이 결정하는가? 어떻게 표상이 그런 기능을 얻는가?
(2-a) 표상의 기능은 무엇인가? 즉, 어떤 대상이 표상이기 위해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가?
(2-b) 손상되지 않은 표상이 그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는가?
- 손상되지 않은 타자기는 글자를 산출하는 키들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가 키들을 누름으로써 그 기능을 수행한다. 표상은?
(1)과 (2-a)에 대한 답변
- 한 대상의 기능이란, 사람에 의해/자연선택에 의해/발달 중의 학습 과정을 통해/사회적 학습 과정을 통해 그것이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거나 선택된 것을 뜻한다.
- 만약 뇌에 표상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 선택에 의해 선택된, 표상을 산출하기 위한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되었을 것이다.
ㅇ 만약 '표상'이 기능적 용어라면, 표상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누구에 의해, 무엇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는가?
- 표상은 해석자(intepreter)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 만약 뇌에 표상이 있다면, 그것들의 해석자도 있을 것이다.
- 심적 표상의 해석자는 커다란 신경 네트워크와 관련된 극도로 복잡한 시스템일 수 도 있다. 표상 해석자는 한 인지 기능(e. g. 추론)을 수행할 때 다양한 심적 표상들을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 뇌의 한 표상이 여러 해석자들을 가질 수 있고, 해석자들은 서로 매우 다를 수 있다.
e. g. 빈 맥주 캔이 있다는 지각[표상]은, 그 사람이 밟고 지나가게 하거나 그것을 줍거나 차버리거나 가리키거나 그것을 버린 사람의 성격을 추측하게 하거나 등의 다양한 행동을 인도할 수 있다.
(b)에 대한 답변: 표상들이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
ㅇ (b)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대답의 시도가 거의 없었다. 표상의 기능을 일반적으로 정의하거나, 표상이 그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 대한 이론이 지금껏 제안되지 않았다.
- 심적 표상에 한정하면 그런 시도가 있긴 했다. 하지만 심적 표상에 대해서가 아닌, 목적의미론 일반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논증은 거의 없었다. c. f. 예외: Dretske (1986), "Misrepresentation"
- 표상 일반에 대해 그것이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을 찾으면 뇌의 "표상"이 그런 방식으로 기능을 수행하는지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다.
ㅇ 그렇다면 해석자가 표상을 표상으로서 이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표상들이 기능을 수행하는 공통된 방식은 있는가? 이에 대해 합의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 인지과학에서 표준적 대답은, 행동을 이끌거나 행위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이 대답은 일반화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표상은, 다른 메커니즘(들)의 작동(operation)이나 동작(behavior)을 인도하기(guide) 위한 것이다.
- 그리고 오직 그 활동이[≒ 작동, 동작?], 표상되는 사태에 맞춰지거나 그 사태를 고려할 때(only if), 표상의 기능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그 표상이 옳다는 점은, 그 해석자가 그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인과적 설명의 일부가 될 것이다.
동형성
표상하기에는 <한 시스템의 표상 집합>과 그것이 표상하는 <대상들의 집합> 사이의 동형성(더 전문적으로 말하면, homomorphism)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동형성은 해석자 메커니즘(들)이 그 기능을 하는 방식을 표상되는 것에 맞춰질 수 있게 그 표상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성립해야 한다. 그 표상의 형식의 특정 측면(들)에 의해 인도되는 것은 표상되는 것의 특정 측면(들)에 의해 인도되는 것과 동등하다. [표상을 이용해 행동한 결과가 그 표상에 의해 표상되는 대상을 이용한 결과와 꼭 대응되도록 표상 시스템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말인 듯]
동형성은 두 개체[표상-대상]가 아니라 두 집합[표상들의 체계-대상들의 체계] 사이에 성립한다. 각각의 표상은 다른 대상에 대한 다른 표상으로 대체될 수 있다. 문장과 마찬가지로, 표상은 분절적(articulate)이다. 표상의 분절성은 시스템의 한 표상을 다른 표상으로 변환할 수 있는 변환의 종류에 의해 정해진다. 한 표상의 각 특성은, 만약 변환된다면 다른 표상을 산출한다. 표상적 시스템의 변환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그 시스템의 불변항(invariant)이다. 따라서 모든 각 표상은 최소한 두 가지 부분 (불변항과 변항)으로 나뉜다.
[이 부분에서 표상적 시스템(representational system)의 한 표상을 이야기했다가 한 표상의 특성들을 이야기했다가 해서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약간 헷갈림. 대략 표상적 시스템에서 한 표상이 바뀌면 표상적 시스템이 변하듯이, 한 표상의 한 특성이 바뀌면 그 표상이 의미하는 것이 바뀐다는 뜻인 듯]
단순한 표상들
ㅇ 위의 논의는 '표상'보다는 '신호'(signals) 혹은 '표시'(signs)로 불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단순한[내부에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듯한] 표상들에 대해 의문을 일으킨다.
e. g. 기차 신호등에서 기차가 접근한다는 점을 알리는 빛은 '표상'이라기보다는 '신호'라고 불린다.
e. g. 날아다니는 검은 점을 보고 개구리가 혀를 내밀도록 야기하는 신경 섬유의 흥분은 (그것의 "내용"이 무엇이든) '표상'보다는 '신호'라고 불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 위의 신호들을 '표상'으로 부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이 신호들이 분절적(articulate)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 즉, 이 신호들은 어떤 특성들(features), 만약 변한다면 다른 의미를 산출했을 그러한 특성들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신호들은 다른 무언가[다른 내용]를 대신 말할 수 있는 표상적 시스템의 부분으로 보이지 않는다.
- 그러나 위의 신호들을 그렇게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 왜냐하면 위의 신호들에서 시간 그리고/혹은 장소를 단지 표상을 위한 맥락 취급을 했기 때문이다.
- 위의 신호들에서 시간 그리고/혹은 장소는 표상을 위한 맥락이 아니라, 표상 내의 중요한 변수다. 시간 그리고/혹은 장소는 위의 신호들이 나타내는 메시지의 일부를 담고 있다.
e. g. t1 시점에서 신호등에 빛이 나는 것은 t1에 기차가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t2 시점에서 신호등에 빛이 나는 것은 t2에 기차가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뇌의 표상
ㅇ 이제, 뇌가 기능을 할 때 발생하는 신호에 불과한 대상을 표상으로 간주하는 일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답변을 해줄 수 있다.
e. g. Gallistal: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표상'은 어떤 비-신경적 대상을 나타내기 위한 심적 혹은 신경적 대상, 예를 들어 특징 탐지기(feature detector)를 의미한다. 표상은 오직 고유의 명명 장치(unique naming device)로서만 기능한다.
- Gallistal의 주장과 달리, 표상은 단지 이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완전한 문장과 마찬가지로 표상들은 주장을 한다. 특징 탐지기는 언제 그리고 어디서 어떤 특징이 발견될 것인지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다. 신호는 진정한 표상이다.
e. g. 특정 시점에 어떤 사람의 혈류에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것은 그 시점에 격렬한 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표상한다. 그 표상의 해석자는 신체 내에서 심박수 및 혈압 증가, 폐의 공기 통로 확장 등의 반응을 하는 다양한 메커니즘들이다.
결론적으로, 신경과학에서 생산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일상적 용어 '표상'의 특별하거나 전문적인 정의를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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