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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1일 목요일

[요약] 이병덕, 『표상의 언어에서 추론의 언어로』 3장: 프레게의 뜻 이론 (후반부 - 뜻과 지시체 구분의 문제점들)

 뜻의 존재론적 위상

- 프레게에 따르면 뜻은 물리적 영역도 아니고 심적 영역도 아닌 제3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제3의 영역에 속하는 뜻이 어떤 종류의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있는지 적절하게 대답하기 힘들다.

- 뜻은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추상적 대상인데, 뜻이 콰인의 동일성 조건(no entity without identity)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e. g. '샛별'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뜻은 몇 개인가? 그 뜻들은 어떤 경우에 동일하거나 동일하지 않은가?

- 프레게에 따르면 개념은 술어의 지시체이며 객관적인 것이다. 그리고 개념은 물리적인 것도 아니고 심적인 것도 아니므로 뜻과 마찬가지로 제3의 영역에 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뜻과 개념이 범주적으로 매우 다른데 어떻게 같은 영역에 속하는가?

 

 

동의어와 관련된 문제

- 동의어는 뜻이 같은 단어인데, 한 표현을 동의어로 대체했을 때 진리치가 변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e. g. '총각''결혼하지 않은 남자'의 뜻은 동일한데, '총각'이라는 말을 아직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는 "강규태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이다"는 믿으면서 "강규태는 총각이다"는 믿지 않을 수도 있다.

 

 

간접적 뜻과 관련된 문제

- 내포 문맥에서 표현의 지시체(간접적 지시체)가 일상적 뜻이라면, 그 표현의 뜻(간접적 뜻)은 무엇인지 답하기 힘들다.

- 내포 문맥이 중첩되면 한 표현에 대해 무한히 많은 뜻이 존재하게 된다. 뜻이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라면, 내포 맥락에서 간접적 뜻은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 제시되는 방식>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중 내포 맥락에서 간접적 뜻은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 제시되는 방식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문장이 무한히 중첩될 수 있으므로, 무한히 많은 뜻이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어떻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각각의 뜻은 의미론적으로 원초적인데, 우리는 유한한 수의 원초적 표현들을 가진 언어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c. f. 더밋의 해결책: 간접적 뜻은 일상적 뜻과 같다.

- 더밋에 대한 반론: 더밋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간접적 지시체도 일상적 뜻이고 간접적 뜻도 일상적 뜻이 된다. 그런데 뜻은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므로, 지시체와는 범주적으로 다르다.

 

 

간접적 맥락 속에서의 동일성의 의미

- 간접적 지시체가 일상적 뜻이라는 프레게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간접적 맥락 속에 포함된 동일성 주장은 두 뜻이 동일하다는 이상한 주장이 되어버린다. e. g. "철수는 샛별이 개밥바라기와 동일하다고 믿는다"에서 '샛별''개밥바라기'는 모두 내포 문맥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두 표현의 일상적 뜻이 된다. 그렇다면 철수는 '샛별'의 뜻과 '개밥바라기'의 뜻이 동일하다고 믿는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간접적 맥락 속에 있는 이름의 의미와 관련된 문제

- 프레게에 따르면 이름과 한정기술구는 뜻을 가진다. 그리고 이름의 뜻은 한정기술구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주장들을 받아들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의 의미를 적절히 분석할 수 없다.
"철수는 그가 철수가 아니라고 믿도록 영희를 속였다
여기서 '철수'의 뜻이 '옆집 안과의사'라는 한정기술구로 표현되면, 위의 문장은 영희가 <옆집 안과의사는 옆집 안과의사가 아니다>라고 믿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은 적절하지 않다.

 

지시체가 없는 이름들에 대한 퍼즐

- 프레게에 따르면 이름의 뜻은 이름의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지시체가 없는 이름(empty name, 빈 이름)은 뜻도 없어야 한다. 지시체가 없다면 지시체를 제시하는 방식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반직관적이다.

- 프레게의 가능한 답변: 어떤 이름이 지시체를 결여한다면 임의의 지시체를 부여할 수 있다.

- 문제 1: 두 이름 '셜록 홈즈''페가수스'의 지시체로 0을 부여해보자. 그럼 두 문장 "셜록 홈즈는 탐정이다", "페가수스는 탐정이다"는 동일한 대상에 대한 주장이 된다. 이는 반직관적이다.

- 문제 2: 위의 예에서 '셜록 홈즈'라는 이름의 뜻이, 0이라는 지시체가 제시되는 방식이라고 보는 것도 반직관적이다.

- 프레게에 따르면 이름의 뜻은 한정기술구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한정기술구의 뜻은 그 기술구에 부합하는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와 독립적이다. 따라서 프레게는 지시체가 없는 이름도 있는 이름과 동일한 방식으로 뜻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의미론적 내재주의, 즉 사고의 내용이 주체에 내재적인 요인들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입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의미론적 내재주의에는 논란이 많다.

- 문제 1: 주체가 파악하는 어떤 이름의 뜻은 그 이름의 지시체를 결정하는 데 불충분할 수 있다.

- 문제 2: 이름의 뜻이 이름이 적용되는 대상의 실존 여부와 독립적이라는 견해에도 문제가 있다. 허구적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지시 의도가 없으며, 따라서 허구적 이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공적 언어에서 허구의 이름으로 도입되었고, 그 이름이 옳게 적용되는 대상이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주체 내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맥락 의존적 표현들에 대한 문제

- '', '지금', '여기' 등 맥락 의존적 표현이 포함된 문장은 그 표현을 사용한 화자가 누구인지, 어떤 조건에서 사용했는지에 따라 진리조건이 바뀐다. 예를 들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그 표현의 지시체는 그 사람인데, 뜻은 무엇인가? 프레게에 따르면 뜻은 한정기술구에 의해 표현될 수 있는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은 ''라는 표현의 뜻을 표현한 한정기술구를 결여한다. 이 점은 맥락 의존적 표현의 뜻이 한정기술구와 동등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프레게에 따르면 문장의 뜻은 그 명제적 내용이고, 문장의 지시체는 진리치이다. 그런데 문장에 맥락 의존적 표현이 들어가면 그 문장의 진리치는 명제적 내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e. g. "오늘은 토요일이다"

 

문장의 뜻과 지시체

- 프레게는 이름의 뜻과 지시체를 구분한 것처럼 문장의 뜻과 지시체를 구분한다. 하지만 이름과 문장을 이렇게 동질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진리치는 대상이 아니라 속성일 수도 있다.

- 문장은 이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e. g. '버락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의 이름이지만, '2+2=4'는 참의 이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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