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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9일 월요일

[요약] Machery, E. (2017), "Human Nature"

Machery, E. (2017), "Human Nature" in D. L. Smith (ed.), How Biology Shapes Philosophy: New Foundations for Naturalism, Cambridge University Press.

 

인간 본성에 대한 본질주의적 개념(전통적 개념): 각각의 인간은 인간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속성들을 가진다.

 

생물학(특히 유전학과 진화생물학)과 생물철학에서 본질주의적 개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새로운 본성 개념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인간 본성 개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 본질주의적 개념에 대해 제기된 반론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 본질주의적 개념이 수행했던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기능은 수행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인간 본성 개념: 법칙적 개념(nomological notion)

 

 

왜 새로운 개념을 개발해야 하는가?

왜 인간 본성 개념을 단순히 제거해버리지 않는가? 최소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 인간 본성 개념은 행동과학의 중요한 연구 프로그램들에 사용된다. e. g. 생성언어학, 발달심리학, 비교심리학, 진화적 행동과학, 경제학 등.

- 물론 과학자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필수불가결한 개념인 것은 아니지만, 인간 본성 개념은 분명히 설명적 역할을 한다.

- 일반인들은 인간 본성에 대해 부적절한 통속생물학적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올바른 개념을 개발하여 통속 개념을 대체해야 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법칙적 개념

법칙적 개념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그들이 속한 종 진화의 결과로 인간이 가지게 된 속성들의 집합이다. e. g. 두 발로 걷는 것은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대부분의 인간이 두 발로 걸으며, 그런 속성이 인간 진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 인간 본성에 속하는 속성들 각각은 인간의 필요조건이 아니며, 합치더라도 충분조건이 되지 않는다.

- 인간 본성에 속하는 속성들은 인간에게만 속할 필요가 없다.

- 인간 본성은 진화 과정에서 변할 수 있다.

- 다형적 형질(plymorphic traits)은 모든 인간에게 일반적으로 공유되지 않을 경우 인간 본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e. g. 만약 남녀의 짝짓기 심리가 서로 다르다면, 각각의 짝짓기 심리는 인간의 본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 인간 본성에 얼마나 많은 속성들이 포함되는지는 경험적인 문제다. 행태적 다형성, 생리학적 다형성, 반응 규준 등의 차이로 많은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속성이 적을 수도 있다. 또한 본성의 양은 생물 종마다 다를 수 있다.

 

법칙적 개념의 장점

- 본질주의적 개념에 제기되는 반론들을 물리칠 수 있으면서, 생물학의 성과와 조화를 이룬다(Machery 2008 참고).

- 진화행동학자들이 '인간 본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인간이 공유하는 속성이라는 점, 진화 과정과의 관련성 등.

 

 

인간 본성 개념의 전통적 기능

전통적 인간 본성 개념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했다.

- 서술적 기능: 인간 본성 개념은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어떠한 속성을 가지는지 말해준다.

- 분류학적 기능: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인간이, 그리고 오직 인간만이" 가지는 속성들.

- 인과적-설명 기능: 인간이 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는지 인과적으로 설명한다.

- 인과적-설명 기능을 충족시키는 인간 본성 개념은 이데올로기적일 수 있다.

- 제한 기능: 인간 행동의 유연성 범위를 제한한다. 이 점은 특정 집단의 사람들을 억압하는 데에 사용되기도 했다.

-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결정해준다. e. g. 인간이 도구 없이 날 수 없는 이유는, 하늘을 나는 것이 인간 본성에 포함되지 않는다.

- 인간이 잘 하는 일과 잘 하지 못하는 일을 구분해준다. Kant: "누구든 본성에 반하는 일을 잘하기란 언제나 매우 어려운 법이다"

- 어떤 제약이 인간 본성에 포함될 경우, 그 제약을 극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감을 알려준다.

- 규범 제시 기능: 활동, 형질, 행위, 생활 방식 등의 허용 가능성 및 가치에 근거를 둔 규범을 제시한다 e. g. 동성애는 인간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주장.

 

새로운 개념은 "x가 인간 본성에 속하지 않는다면, x는 그르다"와 같은 식의 논변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인간 본성 개념을 규범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법칙적 개념이 서술적 기능을 충족하는가?

법칙적 개념은 서술적 기능을 충족하며, 애초에 서술적 기능을 충족하도록 개발되었다.

법칙적 개념은 서술적 기능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충족한다.

- 인간에게 특징적이거나 전형적인 속성이라고 해서 전부 인간 본성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속성이 인간 본성에 속하려면, 인간에게 특징적이거나 전형적일뿐만 아니라 진화로 인해 나타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빠르게 변하더라도 인간 본성 개념이 안정적일 수 있게 해준다.

-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형질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 점은 인간과 다른 동물의 유사점을 무시하면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하는 기존 입장의 문제를 극복하게 해준다.

 

법칙적 개념은 서술적 기능을 충족하기 때문에 예측력을 갖는다. ,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다른 후보 개념

인간 본성에 대한 다른 새로운 개념들은 법칙적 개념에 비해 서술적 기능을 잘 충족하지 못한다.

pp. 325-328.

 

 

분류학적 기능

법칙적 개념은 분류학적 기능을 충족하고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실제로도 충족하지 않는다.

- 인간 본성을 이루는 일부 속성은 인간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다른 동물들도 그 속성을 가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원문에는 "필요조건이 아니다"라고 나와있는데 저자가 실수한 듯.]

- 분류학적 기능을 필요하지 않다. 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 부모가 인간이라는 점뿐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을 나누는 것은 계통의 문제이지, 인간의 속성의 문제가 아니다.

-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와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법칙적 개념은 인과적-설명 기능을 충족하는가?

법칙적 개념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진화 과정의 결과이다. e. g. 인간 본성은 이족 보행의 원인이 아니다. 진화에 의해 나타난 이족 보행이라는 결과가 인간 본성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과적-설명 기능은 포기해야 하는가? - 아니다

- 전통적 개념의 기능을 너무 많이 포기한다면, 새로운 개념이 정말 인간 본성 개념이라는 생각이 약화될 수 있다.

- 인간 본성 개념이 아무런 설명적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제거해버려도 무방해 보인다.

따라서 왠만하면 인과적-설명 기능을 인간 본성 개념의 기능에서 제외하기보다는, 어떤 설명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편이 바람직하다.

 

설명항이 반드시 피설명항의 원인일 필요는 없다. 인간 본성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인간 본성 개념이 인과적-설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개념일 수도 있다.

- 인간 본성 개념은 어떤 형질을 원인론적 종(etiological kinds)으로 분류함으로써 인과적-설명적 기능을 제공한다.

- K는 원인론적 종이다 iff K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속하기 위한 특정 원인론을 가져야 한다. e. g. 진화생물학에서, 적응(adaptions)은 원인론적 종이다. 어떤 형질이 적응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 형질이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원인론적 종도 과학의 인과적 설명에서 자주 쓰인다. 무엇인가가 어떤 원인론적 종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설명적 기능을 한다. 어떤 원인론적 종의 구성원이 왜 특정 속성을 가지는지를, 우리는 해당 원인론적 종으로 그 구성원을 분류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 그런 분류가 어떻게 설명을 해주는가? - 그런 분류는 특정한 설명적 밑그림을 그려준다. , 어떤 대상을 특정 원인론적 종의 사례로 분류한다는 것은, 그럼으로써 그 대상이 그것의 유관한 속성들을 인과적으로 설명해줄 특정 종류의 원인론을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다만 일반적으로 원인론적 종에 분류하는 일이 그 원인론을 충분히 규정하지는 못하며, 이것이 일반적으로 그런 분류가 설명의 밑그림에 불과한 이유이다.

- 원인론적 종은 설명적일 뿐 아니라 인과적 설명의 속성도 갖는다. 왜냐하면 이런 분류를 통해 피설명항에 대한 인과적 설명의 특정 형식을 지지하는 한편 경쟁하는 다른 형식들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Classification in etiological kinds is causal explanation without causes" e. g. 질투를 적응이라는 원인론적 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질투가 다른 적응의 부산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칙적 개념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원인론적 종이다. , 인간 본성에 속한 것들은 모두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같은 원인론을 공유한다. 따라서 어떤 형질을 인간 본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 형질이 궁극적 설명의 대상이라고 판정하는 일이다. 또한, 어떤 형질을 인간 본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다른 설명적 밑그림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인간 본성은 원인은 아니지만, 어떤 형질을 인간 본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 형질에 대한 진화론적 원인론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동시에 그 형질에 대해 진화와 무관한 인과적 설명만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다른 후보 후속 개념

인간 본성에 대한 다른 새로운 개념들은 법칙적 개념에 비해 인과적-설명적 기능을 잘 충족하지 못한다.

pp. 333-334.

 

 

제한 기능

제한 기능은 강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법칙적 개념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인간에게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불가능한지 판별해주지 않는다. 단지 인간에게 전형적일 뿐이라는 점만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 본성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제거하는 일이 반드시 어려울 필요도 없다. 따라서 만약 제한 기능이 충족되어야 한다면, 제한 기능이 무엇인지는 약한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저자는 제한 기능을, 인간 본성을 구성하는 형질은 수정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 인식론적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을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지 우리가 알게 될 개연성이 희박하다.

- 도구적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을 수정하기 위해 대규모의 사회, 교육적 변화가 필요하다.

- 도구적 관점에서,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을 수정하는 일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을 수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최소한 세 가지가 있다.

- 법칙적 본성 개념에서 인간 본성은 인간에게만 특유한 것이 아닌 형질을 포함한다. 그런 형질은 인간과 전혀 다른 개체 발생 과정을 거치는 생물 종에서 오랜 진화적 역사를 거쳐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들은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영향을 잘 받지 않으며, 어떤 요인이 그 형질들에 영향을 주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들은 "발생적으로 확립됐다". 한 형질이 "발생적으로 확립됐다"는 것은 그 형질의 발생에 다른 형질들의 발생이 의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 본성을 이루는 형질들은 긴 계통발생 역사를 거쳤기 때문에 그것들은 발생적으로 잘 확립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형질의 발생을 발해하는 것은 그것에 의존하는 다른 형질의 발생에 영향을 끼쳐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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