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학기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시공간철학" 2주차 강의 요약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대수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그와 동등한 기하학적 구조로 바꿀 수 있다. 그 기하학적 구조를 뉴턴 시공간이라고 한다. 기하학적인 맥락에서 뉴턴 물리학의 내용이 정의되기 때문에, 새로운 정리들을 사용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물체의 운동을 대수 방정식으로 서술할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뉴턴 시공간은 시각화시키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뉴턴 시공간을 도입한 중요한 동기는 제1 법칙 관성의 법칙과 관련되어 있다. 원래 "정지"라는 개념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지만, 관성의 법칙에서는 절대 정지라는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절대 정지라는 개념을 우주에서 의미있는 개념으로 승격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절대 정지를 정의하기 위한 좌표계가 시공간 좌표계이다.
우주는 이 세계의 존재하는 모든 사건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공간 좌표계는 우주를 모형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시공간 좌표계에서 공간 좌표 세 개와 시간 좌표 하나를 통해 각 사건들에 서로 다른 꼬리표를 달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사건들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좌표계에서는 절대 정지 개념이 정의될 수 있다.
한편, 시공간 좌표계의 한 점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같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게 해주는 수학적 개념이 필요하다(시각화해서 생각하면, t축과 평행한 수직선). 이와 같은, 시간축의 한 점과 다른 점을 동일시하는 개념을 연결(connection)이라고 부른다. 연결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공간의 통시간적 동일성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뉴턴은 공간이 작은 부분으로 쪼갤 수 있고, 그 한 부분이 시간이 지나도 동일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물체와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의 통시간적 동일성은 절대 정지라는 구조를 표현하기 위한 수학적 구조로서, 통시간적 동일성을 상정하면 우주의 사건들을 연결해주는 우주의 구조, 즉 절대 정지가 있다는 점을 표현할 수 있다. 우주의 구조를 이렇게 상정하면 관성의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왜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주가 공간의 통시간적 동일성이 성립하고, 절대 정지 개념이 정의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공간의 통시간적 동일성과 절대 정지 개념이 관성의 법칙의 형이상학적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통시간적으로 동일한 공간의 한 부분에 공을 하나 얹어놓았을 때, 외부에서 힘을 받지 않으면 통시간적 동일성 때문에 계속 얹혀 있다.
시공간 좌표계에서 직선으로 표현되는 것은 관성의 법칙을 만족시키는 물체이다. 가속도 법칙은 직선에서 벗어나 곡선으로 표현되는 물체에 적용된다. 곡선에서 중요한 것은 곡률이고, 그 곡률이 가속도이다. 여기서 기하학에서 정의된 여러 정리들을 통해 이 공간의 중요한 속성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뉴턴은 시공간 좌표계가 절대적이라고 보았다. 즉, 뉴턴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대적이라고 보았다. 한 시각을 잡으면 우주의 아무리 떨어진 곳이라도 시각이 동일하다. 혹은 시각이 같은지 다른지 절대적으로 정해줄 수 있다.
대수적인 방정식을 기하학적 구조로 바꾸면 어떤 이점들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기하학은 대칭성을 통해 기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공간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대칭이 있다. 첫째, 회전에 대한 대칭이 있다. 이는 각운동량 보존과 관련이 있다. 둘째, 원점을 어디로 잡는지는 상관이 없다는 의미의 대칭이 있다. 이는 에너지 보존 법칙과 관련이 있다. 셋째, 축을 밀어도 상관이 없다는 의미의 대칭(translational symmetry)이 있다. 이는 선운동량 보존 법칙과 관련이 있다. 공간에 이런 대칭들이 있기 때문에 보존 법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보존 법칙들은 운동방정식의 수학적 구조에서 읽어낼 수 있다. 대칭성에서 라그랑지안이라는 개념이 도출 가능하고, 라그랑지안에서 변분 원리를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뉴턴 방정식이다. 즉, 기하학적 구조만으로 뉴턴 방정식을 도출할 수 있다. 둘은 정보가 동일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성의 법칙은 절대 정지 개념을 표현하고 있고, 절대 정지 개념은 궁극적으로 시공간 좌표계 개념을 도입하게 해준다. 시공간 좌표계는 뉴턴 방정식의 기하학적 구조를 표현해준다.
한편, 뉴턴 물리학에서 시공간 구조와 운동 법칙 중 무엇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시공간 중심 견해와 동역학적 견해가 있다. 시공간 중심 견해에 따르면 시공간 구조에서 운동 법칙이 도출된다. 반면 동역학적 견해에 따르면 운동이 더 기초적인 개념이고 시공간은 운동을 의미있게 보기 위한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동역학적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시공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냥 사건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좌표계에 불과하고, 어떤 물질적인 기반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 좌표계는 직선을 일관적으로 정의하기 위한 가상적인 좌표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뉴턴 물리학은 과거에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여러 반증 사례가 나타났다. 한 가지 중요한 반증 사례는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운동 상태와 관련 없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로렌츠는 뉴턴 물리학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아인슈타인은 뉴턴 물리학을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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