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eedings of Royal Society London B 205, pp. 581-598.
Abstract
적응주의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이 최적화시키는 힘이라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적응주의 프로그램은 생물을 개별 형질들로 나누고 각 형질들을 따로 고려하는 적응적 가설을 제안한다. 완벽한 적응에 제동을 거는 것은 서로 경쟁하는 선택압 사이의 교환 관계(trade-off)다. 그러므로 최적화가 안된 것도 어쨌든 적응의 결과로 해석된다. 저자들은 이런 접근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진화된 이유와 현재의 효용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둘째, [적응 가설이 아닌] 대안적인 가설을 고려하지 않는다. 셋째, 가설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구체적인 증거가 아닌] 그럴듯함에만 의존한다. 넷째, 유전적 부동, 선택된 형질과 발생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나타나는 비적응적 구조, 적응과 선택의 구분 가능성, 다중 적응 정점(multiple adaptive peaks), 현재의 유용성이 비적응적 구조의 부수현상인 경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1. Introduction
성 마르코 성당의 스팬드럴 구조는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의도적으로 만든 구조같지만, 사실 건축학적 제약 때문에 생겨난 부산물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이 적응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생물학적 구조들이 사실 적응이 아니라 다른 형질의 부산물일 수 있다.
2. The Adaptationist Programme
적응주의 프로그램, 혹은 팡글로스 패러다임[뭐든지 최적화되어있다고 보는 적응주의 프로그램을 비꼬는 용어]은 자연선택이 매우 강력한 힘이고, 자연선택의 제약은 적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에 따르면 자연선택의 작동이 생물의 거의 모든 형태, 기능, 행동의 원인이다. 적응주의의 지지자들도 자연선택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제약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 저자들은 적응주의 프로그램의 주요 논제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a) 생물은 형질들로 분해될 수 있고 그 형질들은 그것들의 기능을 위해 자연선택된 최적의 구조이다.
(b) 각 부분이 모두 최적화될 수 없는 경우는,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을 희생하지 않고는 최적화될 수 없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형질들 간에 교환 관계(trade-off)가 있다. 따라서 부분적으로는 최적화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도 그것은 전체의 최적화를 위한 것이다.
적응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이렇게 묘사하는 것이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자신들도 유전적 부동, 상대생장(allometry [몸의 어떤 부분의 크기가 다른 부분의 크기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 듯]) 등 비적응적 진화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적응주의자들이 비적응적 진화를 인정하면서도 전혀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적응주의 프로그램은 몇 가지 공통된 논증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한 적응적 논증이 실패하면 다른 적응적 가설을 제안한다.
(2) (1)의 좀 더 약한 버전으로, 한 적응적 논증이 실패해도 어쨌거나 다른 적응적 논증이 존재할 거라고 가정한다.
(3) 좋은 적응적 논증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우리가 그 생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탓으로 돌린다.
(4) 생물의 형태가 갖는 즉각적인(immediate) 효용만을 강조하고 다른 속성은 무시한다. e. g. 많은 생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가 짧은 이유는 어떤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는 적응적 가설을 여러 가지 내놓았다. 하지만 저자들은 앞다리가 어떤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짧아졌다기보다는, 몸의 다른 부분이 더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짧아지게 됐다는 비적응적 가설이 제시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3. Telling Stories [직역하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지만, 논문 내용상 '설득력 있어보이기만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저자 중 한 명인 Gould가 도입한 용어인 'just-so stories'와 비슷한 의미로 쓰였다.]
적응적 가설에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그 가설을 기각하고 대안적인 설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반대 증거가 나와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적응적 가설을 고수한다.
첫째, 2절의 (1)~(3).
둘째, 가설을 수용하는 데에 너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여, 가설이 적절하게 입증되지 않아도 수용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가설이 단지 자연선택론과 일관적이기만 하면 수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것은 여러 그럴듯한 가설들 중 적절한 설명을 가려내는 과정이라고 비판한다.
4. The Master's Vocie Re-examined
다윈도 자연선택이 진화의 주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다른 메커니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5. A Partial Typology of Alternatives to the Adaptationist Programme
적응주의적 가설 대신 다음과 같은 대안 가설들도 고려해봐야 한다.
(1) 자연선택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고, 적응도 아니다: 유전적 부동에 의해 유전자 빈도가 변할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한다.
(2) 자연선택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고 적응도 아니지만, 다른 부분에 작용한 자연선택이 해당 부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3) 자연선택과 적응이 별개일 수 있다.
(3-1) 자연선택이 작용했는데 적응은 아닐 수 있다. 가설적인 예: 어떤 종에서 자손을 두 배로 낳는 개체들이 등장한다면 그 개체들이 선택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어린 개체를 잡아먹는 포식자가 창궐한다면 결국 전체 개체수는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자손을 두 배로 낳는 개체가 선택된 것이지만 적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2) 자연선택 작용 없이도 적응이 있을 수 있다. e, g, 유전형은 같지만 환경에 따라 표현형이 달라지는 경우.
이와 같이 적응이 있다고 해서 꼭 자연선택되었다는 증거가 아닌 이유는, 적응은 세 층위에서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생리학자들이 '적응'이라고 부르는 대물림되지 않는(그러나 그 표현형을 발현시킬 능력은 대물림될 수도 있는) 표현형 가소성. 둘째, 대물림되는 문화적 적응. (인간 사회생물학에서 나타나는 많은 혼란이 이러한 적응과 유전적 변이에 의한 적응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아서 생겨난다.) 셋째, 유전적 변이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
이와 같이 적응이 있다고 해서 꼭 자연선택되었다는 증거가 아닌 이유는, 적응은 세 층위에서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생리학자들이 '적응'이라고 부르는 대물림되지 않는(그러나 그 표현형을 발현시킬 능력은 대물림될 수도 있는) 표현형 가소성. 둘째, 대물림되는 문화적 적응. (인간 사회생물학에서 나타나는 많은 혼란이 이러한 적응과 유전적 변이에 의한 적응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아서 생겨난다.) 셋째, 유전적 변이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
(4) 자연선택이 작용했고 적응이기도 하지만, 적응들 사이의 차이 때문에 자연선택이 일어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개체군들 혹은 종들이 다른 방식으로 적응했을 수 있다.
(5) 자연선택이 작용했고 적응이기도 하지만, 현재 해당 부분의 기능(적응)이 자연선택된 기능(적응)과 다른 경우일 수도 있다. e. g. 스팬드럴.
4. Another, and Unfairly Maligned, Approach to Evolution
유럽 대륙에서는 영미권에 비해 적응주의 프로그램이 거의 퍼지지 않았다. 대신, 유럽 대륙에서 두 가지 형태의 대안이 발전했다.
강한 형태는 적응주의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자연 선택이 신체구성계획(Bauplan)의 피상적인 변화만을 설명한다고 비판한다. 대신 진화에서 중요한 단계는 신체구성계획 그 자체의 생성과, 신체구성계획들 사이의 전환이다. 여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내재적 메커니즘이 관련되어 있다. 다만 저자들은 영미권 생물학자들이 이런 대안을 신비주의적이라며 기각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약한 형태는 적응주의 프로그램이 신체구성계획의 피상적인 변화만 설명한다고 본다는 점에서는 강한 형태와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 입장의 핵심은 생물의 기본적인 신체 계획(body plan [= bauplan])이 매우 통합되어 있어 적응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가능한 진화 경로는 강하게 제약되어 있는데, 이 관점에 따르면 진화에서 흥미로운 측면은 오히려 그런 제약들이다.
진화적 제약은 최소한 두 가지 범주가 있다. 첫째, 계통발생적 제약. e. g. 인간의 신체는 이족보행에 최적화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인간의 신체구성계획의 많은 부분이 사족보행에 맞춰 진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계통발생적 제약의 하위범주로 발생적 제약이 있다. 초기 발생 과정에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기가 힘든데, 왜냐하면 초기 발생 과정은 매우 섬세해서 조금만 변화가 일어나도 해당 생물에게 큰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생에 변화가 적을 수밖에 없고, 이는 진화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둘째 범주는 아키텍처의 제약이다. 스팬드럴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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