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글 목록

2020년 3월 25일 수요일

[요약정리] Resnik, D. (1984), "Hacking's Experimental Realism"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원 논문의 순서를 재구성하여 요약하였다.]




레스닉은 해킹의 대상 실재론(entity realism)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비판을 가한다.

(1) 해킹의 생각과는 달리, 대상 실재론은 또 다른 기적 불가 논증[레스닉의 용어로는 '과학의 성공 논증']에 불과하다.
(2) 이론이 근사적으로 참이라고 가정할 때만 대상의 실재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
(3) 실험에는 이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대상 실재론은 또 다른 기적 불가 논증에 불과하다
레스닉은 해킹의 논변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전제 1) 우리는 어떤 대상을 이용해 세계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오직 그 때에만(if and only if) 그 대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믿는 일이 정당화된다. - 정당화 조건
(전제 2) 우리는 어떤 이론적 대상들을 이용해서 세계에 무언가를 한다. e. g. 전자를 이용해 나이오븀 공의 전하를 바꾼다.
(결론) 따라서, 우리가 그런 대상의 존재를 믿는 일이 정당화된다. 

여기서 레스닉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전제 2)이다. (전제 2), 즉 이론적 대상을 이용해서 세계에 무언가를 한다는 주장은 인과적 주장이다. 이런 인과적 주장은 어떻게 지지되는가? 즉, 우리가 세계에 한 일의 원인이 해당 이론적 대상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지지되는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a) 귀납 추론(inductive reasoning): 우리는 세계의 규칙적 현상들을 관찰하고, 그것으로부터 그 모든 규칙적 현상의 공통 원인을 추론한다.
(b) 귀추(abductive reasoning, '가추'라고도 함.) [≒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 규칙적 현상 B가 있을 때, B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A가 B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면, A가 실제로 B의 원인이라고 추론한다. 

해킹은 흄과 달리 인과가 실재하고, 현상의 규칙성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해킹은 우리가 현상의 규칙성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인과적 주장을 정당화하는 귀납 추론을 거부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귀추이다. 해킹의 논변은 실제로 귀추와 비슷하다. 그런데 귀추는 기적 불가 논증에서 쓰인 추론과 같은 추론이다. 기적 불가 논증이 "과학의 성공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 실재론이므로 실 재론이 참"이라는 주장인 것처럼, 해킹의 대상 실재론도 "실험의 성공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 대상 실 재론이므로 대상 실재론이 참"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실험의 성공이란 관찰 불가능한 대상을 이용 하여 도구를 만들고 그것으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좀 더 자세히 쓰면 다음과 같다.
A. 우리 과학 도구들은 원하는 효과를 산출하는 데에 있어 상당히 신빙성 있게 작동한다. 
B. 이런 신빙성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도구들이 세계의 실제 인과적 구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C. 우리가 [도구 구성에] 사용하는 낮은 수준의 일반화에 따르면, 우리 도구는 효과를 산출하는 데에 이론적 대상들을 이용한다. 
D. 따라서, 우리는 그런 이론적 대상들을 세계에 무언가를 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해킹은 자신이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을 이용한다는 점을 부정한다. 그는 실험가들이 어떤 이론적 대상을 도구로 이용할 뿐이지,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이론적 대상을 이용한다는 주장은 정당화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실은 그 이론적 대상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다른 어떤 경로로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그 이론적 대상을 이용하고 있다는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 정당화는 귀납 추론 또는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이론이 근사적으로 참이라고 가정할 때만 대상의 실재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
(2) 이론이 근사적으로 참이라고 가정할 때만 대상의 실재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 해킹의 주장대로, 관찰 불가능한 대상들이 실재한다고 믿으면서 그것들에 대한 이론이 참이 아니라 고 믿을 수는 있다. 이는 해킹이 퍼트넘의 의미론을 따라, 이론(스테레오타입)이 변해도 같은 대상에 대한 지시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론이 참이라고 믿어야, 관찰 불가능한 대상 이 실재한다는 믿음을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퍼트넘의 입장은 우리가 지시하는 그 대상들이 (이론적 구성물이 아니라) 자연종이라는 점을 우리가 알고 있을 때에만 해킹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왜 냐하면 우리가 그런 대상들이 자연종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우리는 이론이 변화할 때 우리가 계속해 서 성공적으로 지시한다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렇다면 대상들이 실재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킹의 가능한 답변: 이론이 변화해도 그 대상을 지시하기 때문에 그 대상이 실재한다는 것을 안다. 
레스닉의 비판: 선결 문제 요구의 오류이다. 대상을 지시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대상이 자연종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상이 자연종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해킹의 가능한 답변: 대상을 이용해 자연의 다른 부분에 간섭할 수 있다면 그 대상이 자연종임을 알 수 있다. 
레스닉의 비판: 우리가 이론적 대상이 실험적 성공을 설명한다고 주장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적 대상 을 이용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실험적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험의 인과적 과정과 구조를 기술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험가들은 실험의 성공을 설명하는 이론들에 의해 전자가 상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자의 실재를 믿는 데에 정당화된다. 
해킹의 가능한 반박: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법칙을 포함하는 완전한(ful-blown) 이론이 아니라, 낮은 수준의 일반화가 있으면 충분하다. 
레스닉의 재반박: (a) 그런 반박은 이론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편적이 고 필연적인 법칙을 포함하지 않지만 과학 이론으로 간주되는 이론들이 많이 있다. e. g. 생명과학, 지구과학, 인간과학. (b) 이론을 엄격하게 정의한다고 해도, 실험가들은 그런 엄격한 의미에서의 이론 을 이용한다(→ (3).

3. 실험에는 이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가들은 진정한 이론 없이 실험을 하지 않는다. 실험과 이론 사이의 간극은 해킹이 생각하는 것 보다 크지 않다. 과학혁명기의 과학자들, 예를 들면 갈릴레오, 뉴턴, 하비, 보일 등은 훌륭한 이론가 이자 실험가였다. 과학자들의 역할이 분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험가들은 이론을 잘 알고 실험에 이용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