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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5일 수요일

[요약정리] Cartwright, N. (1980), “Do the Laws of Physics State the Facts?”

본 논문에서 카트라이트가 논증하는 것은 물리 법칙의 사실성(facticity)과 설명력이 교환 관계(trade-off )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물리 법칙이 참에 가깝게 기술되면 지나치게 제한된 영역에만 적용되므로 설명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넓은 영역에 적용되도록 설명력을 높이면 참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환 관계는 실제 대상들에는 여러 힘들의 합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따라서 한 힘의 작용만을 기술하는 법칙은 실제 대상의 운동을 참되게 기술하지 못하는 것이다. 법칙이 아주 제한된 조건에서 참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경우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별로 없다.


1. 사실성 관점에 대한 반론
법칙에 대한 사실성 관점(faciticity view of laws)에 따르면, 자연법칙은 실재에 대한 참된 기술이다. 하지만 카트라이트는 사실성 관점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카트라이트에 따르면 물리 법칙이 정확 히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법칙은 실재에 대한 참된 기술이 아니다.
카트라이트가 예로 드는 것은 중력 법칙이다. 중력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의 중력은 두 물 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F = Gmm'/r^2, 여기서 G 는 중력상수). 하지만 전하를 띤 물체들은 이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 전하를 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의 합력이기 때문이다. 중력 법칙과 쿨롱의 법칙(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법칙)이 상호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작용하는 힘을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 력 법칙 또는 쿨롱의 법칙 각각은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참되게 기술하지 않는다.


2. 물리 법칙이 조건부 법칙이라면?
사실성 관점의 옹호자들은 물리 법칙이 참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 법칙은 사실 조건 부(ceteris paribus) 법칙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즉, 중력 법칙에는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붙어 있다는 것이다.
카트라이트는 이런 조건부 법칙은 참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문제는 조건부 법칙은 매우 단순하고 이상적인, 아주 제한된 상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설명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두 물체 사이에 서로의 중력만이 작용하는 경우는 우주에 거의 없을 것인데, 조건부 중력 법칙은 기 껏해야 이런 상황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카트라이트는 법칙의 "설명력"이란 다양한 현상을 그 법칙에 포섭하는(cover)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다양한 현상들이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을 때(= 법칙에 포섭될 때) 그 법칙은 설명력이 좋다는 것이다. 논문 뒷부분에서 과학적 설명에 대한 포섭 법칙 모형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설명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포섭 법칙 모형의 지지자들과 입장이 같은 듯하다.]


3. 작용하는 힘이 벡터합이라면?
카트라이트는 사실성 관점을 "원인의 합성에 의거한 설명"[앞으로 그냥 '벡터합 관점'이라고 쓰겠다]을 통해 옹호하는 입장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카트라이트는 (1) 앞에서 계속 나왔던 중력과 전자기력 사례와, (2) 탄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1) 벡터합 관점 비판 - 중력과 전자기력 사례
사실성 관점의 옹호자들은 물리 법칙이 참이라는 생각을 다른 방식으로 옹호할 수도 있다. 복잡 한 현상에 작용하는 힘은 여러 힘들의 조합 혹은 벡터합으로 얻어진 것이며, 법칙들은 그 각각의 힘에 대해 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다란 공을 한 사람은 북쪽으로 밀고 한 사람은 동쪽으 로 민다면 공은 북동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 경우 두 가지 힘, 북쪽으로 작용하는 힘과 동쪽으 로 작용하는 힘이 있으며 공이 북동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 힘들의 벡터합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하를 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 두 가지 힘이며, 이들의 벡터합이 두 물체의 운동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카트라이트는 벡터합 관점은 계산을 위한 허구 혹은 메타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용하 는 힘은 각각의 힘들이 아니라 합력(resultant force)이라는 단일한 힘이다. 앞의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커다란 공을 한 사람은 북쪽으로 밀고 한 사람은 동쪽으로 밀 때, 두 힘(북쪽으로 작용하는 힘, 동쪽으로 작용하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쪽으로 작용하는 단일한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하를 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 두 가지 힘이 아 니라, 중력과 전자기력의 합력이라는 단일한 힘이다. 중력 법칙, 쿨롱의 법칙 각각은 이 합력을 기술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력 법칙, 쿨롱의 법칙은 참이 아니다.
[인과 능력(causal power)에 대한 부분 생략]


(2) 벡터합 관점 비판 - 탄소 원자의 에너지 준위 사례
탄소 원자는 바닥 상태일 때 다섯 개의 에너지 준위를 갖는다. 물리학 교과서에는 이런 현상이 세 단계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다. 탄소 원자의 바닥 상태 에너지 준위는 근사적으로는 그림 7.1에 서 (a)에 해당하는 단일한 준위로 계산된다. 그런데 쿨롱 포텐셜을 고려하면, 단일한 준위가 아니 라 (b)에 해당하는 세 준위로 나뉜다. 여기에 스핀 궤도 결합 포텐셜(spin-orbit coupling)의 영향 도 고려하면 가장 낮은 준위가 또 세 준위로 나뉘어져 전체적으로는 (c)의 다섯 준위가 된다.
사실성 관점의 옹호자들은 쿨롱 포텐셜이 (b)의 세 준위를 나타나게 했다고 할 것이다.
카트라이트는 실제 탄소 원자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준위는 (c)의 다섯 준위이지, (b)의 세 준위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바닥 상태에서 세 에너지 준위를 나타내는 탄소 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성 관점의 옹호자들은 (b)에 나타난 세 준위가 쿨롱 포텐셜이 나타나게 한 준위라고 반론할 것이다. (중력과 전자기력 사례에서, 중력의 작용을 분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해당한다. 또는, 북동 쪽으로 움직이는 공의 사례에서 북쪽으로 작용하는 힘을 분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해당한다.)
카트라이트는 쿨롱 포텐셜에 의해 나타났다는 (b)의 맨 아래 준위가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물리학 교과서의 설명과 달리, 실제 탄소 원자가 세 단계를 거쳐서 다섯 에너지 준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 교과서는 탄소 원자에 작용하는 두 가지 힘, 쿨롱 포텐셜과 스핀 궤도 결합 포텐셜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단계별로 서술된 것이지, 실제로는 쿨롱 포텐셜과 스 핀 궤도 결합 포텐셜의 합력으로 인해 다섯 에너지 준위를 갖게 된다. 이 다섯 에너지 준위에서 무엇이 쿨롱 포텐셜의 영향이고 무엇이 스핀 궤도 결합 포텐셜의 영향인지 분리할 수 없다.


4. 벡터합 관점 대신 포섭 법칙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포섭 법칙 모형이란, 과학적 설명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 헴펠이 제시한 모형이다. 헴 펠에 따르면 과학적 설명은 논증과 같은 구조로 되어있다. 설명되어야 할 현상이 논증의 결론을 이루고, 설명하는 현상이 논증의 전제를 이루는 것이다. 이때 전제에는 법칙이 반드시 하나 이상 들어가야 한다.

카트라이트는 만약 복잡한 현상을 기술하는 "강력한 법칙"(super law)이 있다면, 포섭 법칙 모형에 의거한 설명이 제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한다. 이런 경우 강력한 법칙은 복잡한 현상에 대해 참이면서도 설명력을 갖춘 법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하를 띤 두 물체에 작용 하는 힘을 기술하는, 중력 법칙과 쿨롱의 법칙을 합친 법칙. 하지만 카트라이트는 이런 입장에 반 대한다. (1) 강력한 법칙은 항상 이용 가능한게 아니다. (2) 이용 가능하더라도 설명력이 별로일 것이 다. (3)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각각의 과정들을 기술하지 않는다면, 무엇 이 현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1) 강력한 법칙은 항상 이용 가능한게 아니다.
많은 경우에 강력한 법칙은 이용 가능하지 않다. 그런 법칙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어쨌 든 강력한 법칙 없이도 우리는 설명을 잘 해낸다. [카트라이트의 다른 논문인 "The Truth Doesn't Explain Much"에서 비료 뿌렸더니 나무가 말라죽은 사례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2) 강력한 법칙이 이용 가능하더라도 설명력이 별로일 것이다.
이것은 포섭 법칙 모형에 대한 오래된 비판이다. 포섭 법칙 모형에 따른 설명은 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그런 법칙이 있어서 그렇다"는 당연한 답밖에 안한다는 것이다. 

질문: "왜 질량 2kg의 물체에 2N의 힘을 가한다 1m/s^2의 가속도로 운동을 하는가?"
답변: "모든 물체는 F=ma를 따르니까."

질문: "왜 이 탄소 원자는 다섯 에너지 준위를 가지는가?"
답변: "모든 탄소 원자는 다섯 에너지 준위를 가지니까."

(3) 각 과정을 기술하지 않으면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
포섭 법칙 모형이 설명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법칙 하나로 때우면 어떻게 그런 현상 이 발생했는지 그 세부적인 인과적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복잡한 현상은 서로 다른 영역의 법칙 들이 결합하여 작용함으로써 일어난 것이다. 그 각 법칙들 없이는, 설명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전하를 띤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작용과 전자기 작용이 결합되어 일어난 것인데, 중력 법칙과 쿨롱의 법칙이 합쳐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하면 그런 각 과정을 놓 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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