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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4일 수요일

[요약정리] Bechtel, W. (2010), "How Can Philosophy Be a True Cognitive Science Discipline?"

Topics in Cognitive Science

저자는 철학이 인지과학에 어떻게 이론적, 방법론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세 가지 철학 프로젝트(두 가지는 자연주의적 심리철학, 한 가지는 자연주의적 과학철학)를 중심으로 논의한다. 첫째, 심신문제에 대한 입장들은 신경과학과 인지신경과학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 도움을 준다. 둘째, 심적 표상이 어떻게 내용을 가지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은 인지적 행위자와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셋째, 과학철학에서 메커니즘에 관한 논의는 인지과학의 설명적 프로젝트에 대한 규범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1. Introduction
철학은 인지과학이 시작될 때부터 인지과학의 한 분과를 이루고 있다고 하지만, 인지과학에서 철학이 하는 기여는 중심적이지 않았고 제대로 이해되지도 않고 있다. 심리학과 달리 철학은 인지 현상을 발견하거나 경험적 증거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연구와 달리 철학은 인지 활동에 대한 계산적(computational) 모형을 제공하지 않는다. 언어학과 달리 철학은 특정 인지 현상을 탐구하고 설명하는 이론틀(e. g. 보편 문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철학자들은 인지과학 연구팀에 잘 참여하지 않고 학회에도 잘 참여하지 않으며, Cognitive Science 저널에 논문을 내기보다는 철학 저널로 인식되는 Mind and Language, Minds and Machines, Philosophical Psychology 등의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
철학자들이 선호하는 방법론은 사고 실험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론인 자연주의적 접근도 있다. 자연주의적 방법론은 인지과학에 대해 직접적인 함의를 가지며, 반대로 자연주의 철학자들은 인지과학에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자연주의 방법론을 심리철학에 확대한 분야인 인지과학철학은 철학 고유의 연구뿐만 아니라 인지과학의 결과들을 이용한다. 마찬가지로 자연화된 과학철학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개발하는 데에 인지과학의 연구들을 사용한다. 



2. Philosophy of Mind: The Mind-Body Problem
심신문제에 대한 철학 이론들은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발달과 관련되어 있다. 20세기 초의 연구들은 신경섬유에 여러 유형들이 있고 그것들 각각이 다른 종류의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연구들이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어 동일론이 등장하게 된다. 
한편 심리학, 언어학,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인지 활동에 대한 심리주의적(mentalistic) 설명을 개발했는데, 이 분야의 선구자들은 심리주의적 설명들은 뇌에 대해 알려진 점들과 통합하고자 했지만 그런 작업을 위한 수단이 충분치 않았다. 이런 인지적 접근들은 철학에서 동일론의 대안으로 기능주의가 등장하게 했다. 기능주의의 중심 주장은 심적 상태의 구성(constitution)이 아니라 심적 상태들 간의 상호작용이 심적 상태들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철학 내에서 기능주의는 인지과학을 위한 심신 관계 설명에 대해 옳은 설명을 제공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기능주의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는데, 예를 들어 경험의 질적인 본성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몇몇 철학자들이 기능주의를 거부하게 만들었다.
퍼트넘의 복수실현 가능성 논제는 철학자들이 동일론이 아니라 기능주의를 받아들이게 했다. 90년대까지 복수실현 가능성은 직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같은 심적 과정이 다른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주장은 신경과학에서의 연구와 충돌한다. 복수실현의 사례라고 주장된 것들은 심적 상태를 덜 나누고 두뇌 상태를 더 나눈 것에 불과하다. 최근에 몇몇 철학자들은 복수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동일론의 장점에 대해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동일론과 기능주의 사이의 철학적 논쟁은 인지과학과 인지신경과학 사이의 관계를 논의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일론자들처럼 인지 메커니즘들을 두뇌 메커니즘들로 규정하는 학자들도 있고 기능주의자들처럼 두뇌에 의거하지 않고 인지 과정에 대한 설명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인지과학과 인지신경과학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키는 한 가지 방식은, 이에 대응되는 철학적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철학자들(Armstrong, Lewis)은 기능적 고려와 동일론을 통합했다. 그들은 두뇌 상태를, 기능적으로 특징지어지는 심적 상태를 예화하는 것으로 다뤘다. 이런 접근은 신경과학 자체가 두뇌 상태들 간의 기능적 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발전될 수 있다. 한편으로 Bechtel and McCauley가 발전시킨 발견법적(heuristic) 동일론은, 동일성 주장을 발견법적 전략으로 본다. 즉, [동일성을 가정함으로써]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이 서로를 이끌거나 제약함으로써 두 분야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Philosophy of Mind: The Nature of Representations
심적 표상에 대한 현재의 철학적 관심은 지향성이 심적인 것의 표지라는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지과학에서 표상에 대한 관심은 주로 표상의 운반자(vehicle)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서 운반자란 표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심적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지향성은 운반자와 그 내용 간의 관계를 가리킨다. 철학에서는 심적 표상의 운반자와 내용 모두에 대해 다뤘지만 인지과학에 영향을 준 것은 운반자에 대한 것이었다.
Fodor는 인지과학적 설명은 인지적 행위자들이 언어와 유사한 표상적 운반자들(사고언어)에 대한 선천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고 주장했다. 인지과학은 심적 표상이 존재한다는 주장(마음에 대한 표상 이론)뿐만 아니라 관념들 사이의 연합이 이루어진다는 연합주의까지 가정한다. 또한 Fodor에 따르면 인지과학은 표상적 운반자들에 대한 조작인 인과적 (계산적) 과정이 있다고 주장한다(계산주의 마음 이론). 그런 조작이 사고를 만들어내기 위해 운반자들은 주-술 구조로 결합해야 하고, 술어(특정 속성에 대한 운반자)는 다른 운반자들과 구분되어야 한다(즉, 그것 고유의 모양 혹은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만 적용되는 규칙은 속성들에 대한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Fodor는 언어와 유사한 표상적 시스템(사고 언어)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논증은 학습에는 가설 시험(hypothesis testing)이 필요하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새로 배울 개념에 대한 가설을 만들기 위해서, 인지적 행위자는 이미 그 개념을 가지고 있거나 표상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선천적이다. 
Fodor의 선천주의는 그의 사고 언어 가설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덜 문제적이었지만, 연결주의 모델이 1980년대에 부활하면서 계산주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연결주의에 따르면 네트워크에 있는 단위들이 표상적이더라도, 이 표상들은 형식적 규칙에 따라 조작되는 것이 아니다. Fodor와 Pylyshyn은 연결주의가 표상의 실현 혹은 구현을 설명하는 데에 적절할지 몰라도 심적 활동은 표상에 대한 조작에 관련된 것이라고 대응한다. Fodor와 Pylyshyn은 언어와 유사한 표상을 상정하는 일을 옹호하는 새로운 논증을 내놓았는데, 그들에 따르면 사고도 언어처럼 생산적이고 체계적이다. 그들에 따르면 조합적 구문론을 가진 표상적 운반자들만이 이런 특징을 가질 수 있다. 연결주의자들은 정말로 생산성과 체계성이 언어와 유사한 운반자들로만 설명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연결주의 네트워크를 통한 가설 시험 학습도 표상들이 선천적이어야 한다는 Fodor의 주장에 문제가 된다. 
표상의 운반자에 대한 철학적 주장들은 인지과학과 관련되어 있지만 표상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전적으로 철학적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Fodor가 가장 중요한 기여자였다. 그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을 받아들이면 인지과학은 내용을 무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 그는 표상이 어떻게 내용을 갖는지 설명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내용이 운반자의 출현을 야기한다는 인과적 설명을 지지했으나, 인과적 설명은 오표상(misrepresentation)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대상에 대한 잘못된 표상을 가질 수 있는데(e. g. 실제로는 막대기인데 뱀으로 착각하는 경우), 인과적 설명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흔한 전략은 특권적 지위를 갖는 특정 원인이 내용을 제공하고, 오표상의 경우에는 다른 원인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Millikan은 자연선택이 적절한 인과적 연결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표상의 내용이란, 그 표상이 표상하도록 자연선택된 것이다. (Fodor는 이런 설명에 반대한다. Fodor 1987, Psychosemantics)
이런 설명은 인지과학에 중요하다. Dreyfus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논의했고 Searle은 중국어방 논증을 제시했는데, 이 두 사람의 주장은 운반자의 조작으로만 마음을 설명하면 사고의 의미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Dreyfus는 인간 마음의 실행을 설명하는 데에 사회적인 면을 강조했다. 한편으로 동적 시스템 이론의 옹호자들은 계산주의적 접근이 두뇌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너무 정적으로(static) 접근한다고 지적하며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4. Philosophy of Science: Explanations
과학철학에서 중심적인 질문 중 한 가지는 무엇이 과학적 설명으로 간주되는가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설명을 논리와 언어적 표상으로 특징지었다. 그 결과 나온 D-N 모형은 규범적(과학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와 달리 자연주의 과학철학은 과학의 실행 그 자체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인지과학이나, 더 일반적으로 말해 생명과학에서 법칙에 의거한 설명은 적다. 인지과학자들은 현상을 산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메커니즘에 의거한 설명을 제시한다.
메커니즘은 어떤 작용(operations)을 하는 부분(parts)이 조직화(organized)되어 현상을 산출하는 것이다. 메커니즘에 대해 추론할 때 연구자는 언어적 표상뿐만 아니라 다이어그램이나 심적 시뮬레이션(mental simulation) 등도 이용한다.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표상하고, 사람들이 과정을 어떻게 시뮬레이션하는지는 인지과학의 연구 주제이다. 따라서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는 철학자들은 인지과학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명과학에서의 메커니즘적 연구의 한 특징은 생명과학이 모델 시스템[모델 생물 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모델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특정 사례를 보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들의 메커니즘들 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규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연주의 과학철학은 인지과학과 다음과 같은 연관성이 있다. 첫째, 인지과학은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철학적 분석의 대상이다. 둘째, 철학자들은 과학자들의 인지적 활동을 규명하는 데에 인지과학의 연구를 사용할 수 있다. 셋째, 철학자들은 과학적 설명이 갖춰야 할 기준과, 성공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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