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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9일 일요일

[요약정리] Wray, K. B. and Andersen, L. E. (forthcoming), "Reporting the Discovery of New Chemical Elements: Working in Different Worlds, Only 25 Years Apart"

Foundations of Chemistry

쿤에 따르면 과학혁명 이후 과학자들은 다른 세계에서 작업한다. 쿤의 이러한 "세계 변화" 개념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이 개념이 통찰력 있다고 주장하며 1898년 네온의 발견과 1923년 하프늄의 발견이 세계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한다. 네온은 원소를 원자량에 기반을 두고 정의하던 시기에 발견되었고, 하프늄은 원소를 원자번호에 기반을 두고 정의하기 시작한 이후에 발견되었다. 이와 같이 원소에 대한 서로 다른 이론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각 원소의 발견자들은 연구를 할 때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했으며 다른 것들을 보고했다.
본 논문의 저자들 중 한 명인 Wray는 20세기 초에 원소를 원자량으로 정의하는 이론에서 원자번호로 정의하는 이론으로 바뀐 것이 쿤 식의 과학혁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주기율표는 별로 변하지 않았지만,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어휘 구조(lexicon)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Wray이 그러한 주장을 네온과 하프늄의 발견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뒷받침한다.

The Discoveries Reported
네온과 하프늄은 겨우 25년 간격을 두고 발견되었지만, 두 발견은 많은 점에서 크게 달랐다. 네온은 비활성 기체로서, 멘델레예프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비활성 기체들의 존재를 예측하지 못했다. 반면 하프늄은 원소들을 원자번호에 의거해 정의하기 시작한 이후 그 존재가 예측되어 있던 원소였다. 원자번호에 따라 주기율표를 만들었을 때 일곱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네온 발견을 보고한 논문은 아르곤의 성질과 관련된 쟁점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네온의 발견자들은 4년 전에 발견된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이 사실은 혼합물인 것 같다고 보았다. 그리고 발견자들은 아르곤에서 네온을 분리한 방법을 서술한다. 그리고 분리한 네온 기체의 질적인(qualitative) 성질들을 언급한다. "기체 스펙트럼이 하나의 특히 밝은 붉은 선을 비롯한 여러 붉은 선들, 그리고 초록 선들과 푸른 선들, 밝은 노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고 나서 노란 선의 파장에 대한 양적인 보고가 나온다. 또한 그 기체가 정말로 새로운 기체라는 점을 보이기 위한 여러 실험 결과들도 보고하는데, 예를 들어 밀도 측정치가 있다.
이와 달리 25년 뒤 하프늄 발견을 보고한 논문에는 엑스선 스펙트럼에 대한 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엑스선 스펙트럼을 통해 원소를 규명하는 것은 네온의 발견 16년 뒤에 나온 방법이다.

Two Chemical Worlds
네온의 발견과 하프늄의 발견은 겨우 25년 차이가 나지만, 그동안 화학은 크게 변했다. 원자량을 원소의 본질적 특징으로 보던 관점에서 원자번호를 본질적으로 보는 관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위원소가 발견되었는데, 동위원소의 존재는 원소를 원자량을 통해 정의하면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네온의 발견자들과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원소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화에 기반을 두고 연구를 한 것이다. 

ㅇ 네온의 발견자들과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스펙트럼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본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네온의 발견자들은 광학 스펙트럼(optical spectrum)을 사용했고,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엑스선 스펙트럼을 사용했다.
-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스펙트럼의 선들이 원자번호를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반면 네온의 발견자들은 스펙트럼을 통해 네온에서 방출되는 빛을 보았을 뿐이다. 스펙트럼의 선들과 원자의 구조 사이의 관련성은 그때까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스펙트럼의 선들이 원소의 "지문"같이 기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원자량과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관되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즉, 양쪽 다 스펙트럼을 보았어도, 그들이 원소에 대해 서로 다른 개념화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본 것이다. 
- 원소를 원자량으로 규정할 때 주기율표에서 어떤 원소들이 비어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원자번호로 규정하면 어떤 원소들이 비어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네온의 발견자들은 어떤 한(a) 원소를 발견한 것이지만,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발견되어야 했던 바로 그(the) 원소를 발견한 것이다. 네온의 발견자들은 그들이 발견한 원소가 새로운 원소라는 점을 보이기 위해 많은 방법들을 사용해야 했다. 반면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Experimentation in the Two Chemical Worlds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원자번호가 72번인 원소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엑스선 스펙트럼을 통해 새로운 원소의 원자번호를 밝혔다. 엑스선 스펙트럼은 예측했던 것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원자번호를 통한 원소 규정은 발견된 원소가 정말로 새로운 원소인지를 밝히는 정확한 방법(엑스선 스펙트럼)을 제시해줬다. 반면 원자량을 통한 원소 규정은 그렇지 못했다. 네온의 발견자들은 그들이 발견하고자 하는 원소에 대해 대략적인 것밖에 예측하지 못했다. 대략적인 밀도 예측치를 통해 새로운 원소인지를 알아보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여러 가지 다른 실험들을 해보아야 했다. 광학 스펙트럼도 네온이 새로운 원소인지 학실하게 결정해주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스펙트럼 선과 원자량 사이에 체계적인 연결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온의 발견자들은 양적, 질적 특성들을 여러 가지 종합하여 그들이 발견한 원소가 새로운 원소라는 점을 뒷받침해야 했다.
또한, 네온의 발견자들은 논문에서 얼마나 주의 깊게 원소를 분리했는지 길고 세세한 서술을 해야 했다. 반면 하프늄의 발견자들은 어떻게 원소를 분리했는지 거의 적지 않았다. 엑스선 스펙트럼만으로도 그들이 잘 분리해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례는 쿤이 서로 다른 패러다임에 속한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실험 작업과 측정을 한다고 주장한 점을 뒷받침한다. 개념의 변화는 실험과 방법론의 변화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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