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윤 역, 『뇌과학과 철학』
ㅇ 이론 간 환원: 환원되는 이론 TR은 다른 기초 이론 TB와 어떤 관계를 갖는다.
- 어떤 현상 PR이 다른 현상 PB로 환원된다는 것은 현상 PR을 특징짓는 이론이 현상 PB를 특징짓는 이론으로 환원된다는 더 근본적인 주장에서 파생된다. 환원은 이론들 간의 관계이므로, 한 현상이 다른 현상으로 환원된느 것은 그 관련 이론이 환원됨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e. g. 빛이 전자기파로 환원된다는 것은 (a) 광학 이론이 전자기파 이론으로 환원되고 (b) 빛이 전자기파와 같다는 주장이 합당하게끔 광학 이론이 환원된다는 것을 뜻한다.
e. g. 2. 심적 상태가 뇌 상태로 환원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심적 상태의 본성에 관한 어떤 이론이 뉴런 집합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술하는 이론으로 환원되는지, 그리고 이론 TR 내의 심적 상태들이 이론 TB 내의 신경세포 상태들과 동일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ㅇ 이론 간 환원의 성과
- 설명적 통일(explanatory unification): 한 이론이 다른 이론으로 설명되고 환원될 수 있다면, 그렇게 기술된 현상에 대한 우리 이해가 크게 강화된다.
- 존재론적 단순화(ontological simplification): 두 종류의 서로 다른 현상들이 있다고 생각되었던 곳에 사실은 한 종류의 현상만이 있음이 밝혀진다. e. g. 빛과 전자기파.
- 존재론적 단순화는 한 이론을 다른 이론으로 환원이 아니라 제거시킴으로써도 이루어질 수 있다. e. g. 칼로릭은 분자 운동 에너지와 동일화된 것이 아니라 제거된 것이다.
ㅇ 환원 조건 - 논리경험주의
- 논리 경험주의에서 말하는 환원: TR을 TB와 함께 어떤 조건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는 것.
- 교량 원리들(bridge principles)이 필요하다. 교량 원리들은 TR의 법칙으로 이해되는 속성들을 TB의 법칙으로 이해되는 속성들과 연결시키는(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동일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 문제점: 과학은 질서 정연하게 누적적으로 발전하지 않으므로, 논리경험주의자들이 말하는 환원 패턴에 잘 맞는 예가 거의 없다. 이론들이 기초 이론들로부터 연역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수정되어야 한다. 이론이 크게 수정되어야 할 경우, 교량 법칙들은 형식적으로 배제된다. e. g. 플로지스톤과 산소를 잇는 교량 법칙은 없다.
- 교량 원리들을 잘 정립한 경우, 수정된 이론 내의 속성들과 환원하는 이론 내의 속성들이 대응된다. 그렇지만 수정된 이론의 속성들은 원래 이론의 속성들과 동일하지 않다.
- 심신 문제에 대한 함의: 마음-뇌 통합 이론의 가능성에 대한 대표적 반론들은 의식, 믿음, 욕망 등의 심적 상태에 대해 상식적 이해가 옳다는 가정에 근거하여 신경 상태와 심적 상태 사이에 어떠한 동일화도 없다는 주장을 포함한다. 하지만 심적 상태에 대한 우리 이해가 옳다는 확신을 조금 완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마음-뇌 통합 이론이 가능해진다]
ㅇ 수정된 환원 조건
- 환원하는 이론 TB는 환원되어야 할 이론 TR의 유사 이론 TR*를 구성한다. 그래서 유사 이론 TR*은 특별 조건을 주는 문장과 환원하는 이론 TB로부터 논리적으로 연역될 수 있다. 그 유사 이론은 환원되는 이론의 문장들을 새 이론의 문장들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 환원이 성공적으로 성취되어 환원하는 이론이 환원되는 이론을 설명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환원되는 이론이 왜 그러했었는지 이해되며, 환원되는 이론이 문제에 봉착한 이유도 설명된다.
- 환원에는 비형식적인 조건도 있다. TB는 다른 과학 분야와 잘 어울리며, TB가 참임을 믿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TR이 적용되었던 영역에도 TB가 적용되어야 한다.
- 그런데 한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합리적으로 선호될 이유는 없다. - 쿤, 과학혁명의 구조.
- 환원되는 이론이 얼마나 [환원하는 이론과] 유사하게 보일지는 환원되는 이론이 얼마나 많은 정도로 수정될 필요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유사하다는 것은 환원되는 이론의 속성 PR이 환원하는 이론 내의 속성 PB와 같은 정도의 인과적 힘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환원되는 이론이 환원하는 이론과 얼마나 유사해야 동일하다고 할 만한지는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받는다. e. g. 연구자의 변덕, 환원되는 이론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혼란의 정도, 과거의 사고 습관을 유지하고 싶은 열망 등.
- 저자는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ㅇ 과학의 통일화는 교차 이론적 동일화(cross-theoretic identification)에 의한 순탄한 환원뿐만 아니라, 환원되는 이론 내의 개념을 수정해야 하는 "삐걱거리는" 환원, 교차 이론적 동일화가 없는 철저한 소거 등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 심적 상태를 뇌 상태로 환원하려는 논의에서, 상호 이론적 통일화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교차 이론적 동일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환원은 환원되는 이론을 실질적으로 수정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말끔한" 환원을 통해 동일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신경과학 내의 이론적 발달을 저해할 뿐이다. 다양한 유형의 환원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또한, 이론들은 서로 정보를 제공하고 수정하면서 상호 진화한다. e. g. 고전유전학이 완전히 분자유전학으로 환원되지는 않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다.
- 지금 환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 때때로 완전히 환원이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적절한 수학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ㅇ 저자는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이론적 통일이 현재 이해되는 심적 상태를 현재 이해되는 신경 상태로 보존 환원됨으로써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참고할 만한 예시: 특수 상대성 이론은 고전 역학을 보존 환원한 것이 아니라 교체한 것이다.
- 고전 역학의 법칙들은 특수한 조건에서만 유지되므로, 고전 역학과 유사한 것을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연역하려면 이러한 제한 조건들을 담고 있는 가정들을 부가해야 한다.
- 고전 역학의 용어가 본성적 속성들을 표현하는 반면,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그것에 대응되는 용어들은 관계를 표현한다. e. g. 두 이론에서 질량의 개념은 매우 다르다.
-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제한 조건을 부과하는 가정들이 더해져야 수정된 형태의 고전 역학을 연역해낼 수 있다. 수정된 고전 역학은 원래의 고전 역학과 동형 관계이다. 이런 식의 환원은 왜 고전 역학이 특정 한계 내에서 성공적이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특수 상대성 이론이고전 역학에 의해 수행된 설명과 예측력을 물려받아 새로운 힘을 갖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이론 간 동일성 진술문들이 없어도 성공적인 이론 간 환원이 일어난 것이다.
- "질량 그 자체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잘못되었다. 질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믿음은 이론(통속 이론일지라도)과 독립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관찰 같은 것은 없다.
ㅇ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통합 가능성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정신활동을 일상적 직관에 의존하는 개념으로 바라보고, 그런 직관적 개념 체계를 관찰에 의해 자명하게 참으로 인정하며, 그 체계는 신경과학 내의 어떤 이론으로도 환원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개념 체계가 환원될 수 없다면, 교체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관찰 가능한 개념들도 수정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
- 참고할 만한 예시: 뉴턴 이론보다 추진력(impetus) 이론이 일상적 직관에 부합하지만, 추진력 이론은 틀렸다.
- 추진력 이론은 뉴턴 이론으로 순조롭게 환원되지 못하고, 틀렸기 때문에 교체되었다. 뉴턴 이론에서 추진력 같은 것은 없다. 운동량이 그나마 유사해 보이지만 운동량은 힘이 아닌 반면 추진력은 힘이다.
-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믿고 행동하는 성향은 (의도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추진력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 예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보여준다.
(1) 환원적 발전에서 한 이론이 다른 이론을 교체하거나 틀렸음을 밝힐 수 있다.
(2) 교체되거나 틀린 것으로 밝혀질 대상은 통속 이론이다.
(3) 통속 이론이 자명함해 보이지만, 그것이 잘못 인식된 것임을 논증할 수 있다.
(4) 새롭게 획득된 이론에 익숙해진다면, 새 이론도 옛 통속 이론처럼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사용될 것이다.
ㅇ 후행 이론이 선행 이론을 대체하면, 설명되어야 할 것이 달라진다.
- 피설명항에 대한 이전 견해는 소멸되고, 새로운 이론 체계 내에서 인식된 새로운 피설명항이 연구의 대상이 된다. e. g. 천동설에서는 천구의 움직임에 대한 설명에 관심을 가졌는데, 지동설에서는 천구를 상정하지 않으므로 그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 관찰 자료도 새로운 이론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 e. g.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럴듯한 관찰 자료도 지동설 이후 수정되었다.
- 직관적 심리학 체계에서 얻어진 명백한 것, 관찰된 것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 관찰 자료도 이론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경쟁 이론들 간의 대립이 기존 이론의, 당연하게 여겨져서 결함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던 결함을 드러낸다. c. f. 파이어아벤트.
규태씨 힘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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