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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3일 월요일

[요약정리] Giere, R. (1995), "Science Without Laws of Nature"

발표: Laws of Nature: Essays on the Philosophical, Scientific and Historical Dimensions
재수록: Science Without Laws


많은 철학자들은 과학의 실행(practice)을 해석할 때 자연법칙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연법칙은 흔히 필연적으로 참인 보편 진술로 이해된다. 그리고 자연법칙은 인식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기어리는 과학의 실행을 해석함에 있어 자연법칙 개념이 유용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어리에 따르면 자연에 규칙성과 필연성은 있지만 자연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법칙이라는 개념은 17세기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인공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현대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법칙 개념을 분석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단순히 가정되었을 뿐인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과학의 실행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자연법칙 개념에 대한 비판
기어리는 자연법칙들이 보편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심지어 참이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 전의 뉴턴의 운동 법칙과 중력 법칙을 생각해보자. 우주 어디서든지 이 법칙들이 두 물체 사이에 정확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법칙들이 그 두 물체에 정확하게 적용되려면 우주의 다른 물체들의 중력이 두 물체에 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두 물체는 완벽한 구형이어야 하고, 전하를 띠지 않으며(전하를 띠고 있다면 전기력이 작용할테니까), 마찰이 전혀 없는 진공에 있어야 한다는 등등의 아주 제한된 조건이 필요하다. 

자연법칙 개념 옹호자의 가능한 반론: 과학자들이 논의하는 것은 실제 자연법칙이 아니라, 근사적(near) 법칙이다. 과학자들이 논의하는 법칙에는 그 법칙이 적용되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주어져 있다.
기어리의 재반론: 그런 식으로 주장을 바꾸어도 자연법칙에 대한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조건을 만족시켜도 그 결과물은 공허할 뿐이다[자연법칙이 참에 가까워지면 설명력은 줄어든다는 카트라이트의 입장을 염두에 둔 이야기인 듯]. 이런 문제는 그런 암묵적 조건에, 그 법칙이 정식화될 때 알려지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야 할 때 특히 명배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뉴턴 역학의 법칙들에 암묵적 조건들이 주어져 있다면 그 조건에 자기장에 대한 조건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자기장에 관한 것은 뉴턴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2. 모형과 원리
과학 이론의 방정식들은 법칙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기어리는 방정식을 법칙이 아닌 원리(principles)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리란 세계의 특정 측면을 표상하는 모형을 구성하는 데에 이용되는 규칙이다. 모형이란 원리들이 (필연적) 참이 되는 추상적인 역학계(mechanical systems)이다. [쉽게 말해 모형이란 주어진 방정식들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딱 그 정도의 물체들만 있는 가상적인 계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엄밀하게는 틀린 설명이지만 일단 이 정도로 이해하자]. 
법칙은 보편적으로 참이지만, 원리는 해당 모형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참이다. 따라서 방정식들은 세계와 간접적으로만 연결된다. 모형은 실재계의 특정 측면만을 표상하고, 방정식(원리)들은 그 모형에 대해서만 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의 상호작용은 두 물체들만 있는 모형에 의해 표상된다. 그 모형을 구성하는 원리들(뉴턴의 방정식들)은 그 모형의 작동을 기술하고, 그럼으로써 실제 지구-달 계의 작동을 표상한다.
모형은 실재계에 대해 참이나 거짓이 아니다. 모형은 언어적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 실재계에 대해서, 그 실재계의 어떤 측면들을 표상하느냐와 얼마나 유사하게 표상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모형들이 존재할 수 있다. 다른 모형들보다 더 잘 들어맞는(fit) 모형은 실재계의 더 많은 측면을 표상하거나, 몇몇 측면을 더 정확하게 표상하는 모형을 말한다. 실재계의 어떤 측면을 얼마나 유사하게 표상하는 모형을 만들지는 과학자의 연구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사한 모형들이 여러 유사한 실재계들을 표상할 수 있다. 뉴턴의 성공은 천상의 운동과 지상의 운동을 통합한 것이라고 흔히 이야기되는데, 이는 뉴턴이 다양한 실재계를 모형을 구성하는 원리들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물체가 있는 운동 법칙 + 중력 모형은 지구-태양 실재계, 목성-태양 실재계, 지구-공 실재계, 공-공 실재계 등등에 쓰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뉴턴이 찾아낸 것은 보편 법칙이 아니라 다양하지만 제한된 일반화이다.
한편으로, 기어리는 보편적 자연법칙 개념을 거부한다고 해서 인과적 필연성의 개념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실재계에 조작을 가할 때 어떤 필연성에 의해 특정 결과가 나올 것을 예측한다. 규칙성주의자들은 필연성을 가정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비약이며, 필연성과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연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또 하나의 형이상학적 주장이다. 기어리는 이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수 있다며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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