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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5일 일요일

[수업정리] 인지과학철학 개관

2019년 1학기 서울대학교 철학과 과학철학연구(담당교수: 천현득, 주제: 인지과학철학) 첫 시간 수업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인지과학의 독특한 점 중 한 가지는 과학의 다른 분과와 달리 철학이 분과 형성 초기부터 개입을 했다는 점이다. 인지과학철학은 특수과학철학의 일종으로 다른 특수과학철학처럼 해당 분과에 대한 메타적인 분석을 하지만, 다른 특수과학철학과 달리 해당 분과 자체를 이루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물학의 철학은 생물학의 일부분이 아니지만, 인지과학철학은 인지과학의 일부분이다. 한편 인지과학철학은 심리철학의 하위분과라고도 볼 수 있다. 심리철학을 형이상학과 가까운 심리철학과 경험과학과 가까운 심리철학으로 나눈다면, 인지과학철학은 후자와 거의 겹치는 분야이다. 

1950~1960년대 소위 "인지혁명" 시기에 기존에 심리학계를 지배하던 행동주의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나왔다.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인간, 동물의 행동만 관찰하는 것을 넘어 심적 상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본유적인 어떤 것(faculty)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심리학자인 밀러는 단기 기억에 대해 연구했는데, 그는 인지를 정보처리로 보는 접근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의 아이디어도 인지혁명에 영향을 주었다. 70년대 이후 인지과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술지가 창간되고 대학에 학과가 생기는 등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인지과학철학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해석(interpretation)이다. 이는 인지과학 이론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의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며, 실재론/반실재론의 쟁점도 여기에 속한다. 해석의 예로는 인간 인지에 대한 베이지안 모형이 실제 인간의 인지 과정을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모형일 뿐인지에 대한 논쟁을 들 수 있다.

둘째는 명료화(clarification)이다. 명료화는 철학 일반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인지과학철학에서는 인지과학의 다양한 이론적 개념들이 그 대상이 된다. 그러한 개념들로는 의식, 개념(개념 그 자체), 감정, 모듈 등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의식을 어디에 귀속시킬 것인가, 어떤 상태가 의식적인가 하는 질문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는 상호 관련성(hanging together)을 밝히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의 예로는 이론들 간의 상호 관계, 수준들 간의 상호 관계 등을 밝히는 일을 들 수 있다. 수준들에 대해서는 마(Marr)의 세 수준 구분이 유명하다. 마는 인지가 구현(implementation) 수준(e.g. 계산기, 뇌 등), 알고리듬 수준(e. g. 덧셈의 알고리듬), 계산(computation) 수준(e.g. 덧셈)으로 구분된다고 보았다. 이 세 가지 수준의 환원 관계를 밝히는 일이 인지과학철학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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