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학기 서울대 철학과 "과학철학연구" 수업(담당교수: 천현득, 주제: 인지과학철학)에서 작성한 발제문이다.
개념은 사고의 구성요소인데, Locke가 주창한 경험론에 따르면 모든 개념은 경험의 산물이다.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Locke의 주장을 부정하지만, Prinz는 적절하게 현대화된 경험론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장의 목적은 적절한 개념 이론이라면 갖춰야 할 조건들, 즉 개념 이론에 대한 요구사항들(desiderata)의 리스트를 제시하는 것이다. Prinz는 모든 주요 개념 이론들이 이 요구사항 리스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1.2.1 범위(scope)
적절한 개념 이론은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개념들을 accommodate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력 또는 넓이를 가져야 한다. 참고) 개념의 종류: 우리 자신 내부에서 관찰 가능한 상태에 대한 개념, 이론적으로 파생된 개념, 형식적 개념, 자연종 개념, 인공물 개념, 사회적 종 개념 등등...
1.2.2 지향적 내용(intentional content)
개념은 개념 그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표상하거나 지시한다. 즉, 개념은 지향성(intentionality)을 갖는다. 개념이 지시하는 대상을 그 개념의 지향적 내용이라고 부른다. 적절한 개념 이론은 개념이 어떻게 지향적 내용을 얻는지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ㅇ 개념이 무언가를 지시한다는 데에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지만, 무엇을 지시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많은 개념들이 자연에 의해 경계가 정해지는 자연종 범주들을 지시한다고 상정한다. 저자인 Prinz의 입장이기도 하다.
- 다른 사람들은 범주 경계(boundaries)가 우리 개념에 의해 세계에 부과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2.3 인지적 내용(cognitive contents)
ㅇ 개념은 지향적 내용만으로 개별화되지 않는다. 프레게가 언어 표현에 대해 제시했던 논증을 개념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 두 공지시적인 개념들의 동일시가 정보적일 수 있다: 샛별과 개밥바라기는 둘 다 금성을 가리키지만, 샛별은 샛별이다라는 사고에는 정보가 없는 반면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라는 사고에는 정보가 있다.
- 두 공지시적인 개념들을 포함하는 믿음들이 다를 수 있다: 강규태는 샛별이 금성이라고 믿는다라는 사고와 강규태는 개밥바라기가 금성이라고 믿는다라는 사고은 다른 진리치를 가질 수 있다.
- 따라서 개념은 지향적 내용(지시체) 외에 다른 요소를 가져야 한다. 그러한 요소를 Prinz는 '인지적 내용'(cognitive contents)이라고 부른다. 인지적 내용은 두 공지시적인 표상들이 인지 행위자에게 의미론적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ㅇ 인지적 내용은 어떻게 공지시적이지 않은 개념이 비슷해 보일 수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이 점은 Putnam의 논증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지구에서 '물'이라고 표현하는 개념은 H2O를 지시하지만 쌍둥이 지구에서는 XYZ를 지시한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물' 개념은 같은 인지적 내용을 갖는다.
1.2.4 습득(acquisition)
적절한 개념 이론은 개념이 어떻게 습득되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일관되어야 한다.
- 개체발생적 습득: 한 개인이 어떻게 개념을 가지게 되는가?
- 계통발생적 습득: 우리의 개념적 능력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1.2.4 범주화(categorization)
적절한 개념 이론은 어떤 대상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 즉 범주화에 대한 설명과 일관되어야 한다. ‘범주화’는 두 가지 다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다음 두 능력들을 가리킨다.
- 범주 확인(category identification): 주어진 대상이 속하는 범주를 규정
- 범주 생산(category production): 주어진 범주에 속하는 대상이 어떤 속성을 가지는지 규정
ㅇ 적절한 개념 이론은 다음과 같은 경험적 발견과 일관되게 범주화를 설명해야 한다.
- 전형성 효과(typicality effects): 범주 내의 어떤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보다 더 전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 범주화의 기본 수준(basic level): 범주들은 위계를 띠고 있는데, 추상성 수준의 위계에서 중간 정도에 있는 수준의 범주들이 더 빨리 확인되고 더 이른 시기에 습득된다.
1.2.6 합성성(compositionality)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의 수나 가질 수 있는 믿음들의 수에 상한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마음의 능력은 유한하고, 따라서 가지고 있는 개념의 수도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무한한 사고는 이러한 제한된 수의 개념들에서 도출되어야 한다. 이는 복합 개념들이 특정 조합 규칙을 통해 그것의 구성 개념에서 합성되는 경우, 즉 합성성이 성립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 합성성은 사고의 생산성(productivity)을 잘 설명할 수 있다.
- 합성성은 사고의 체계성에 대한 최선의 설명이다. 체계적으로 연관된 두 사고는 같은 개념들과 같은 조합 규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합성성은 지향적 내용과 인지적 내용 모두에서 성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두 종류의 내용 모두 사고의 생산성과 체계성에서 함축되기 때문이다.
1.2.7 공공성(publicity)
ㅇ 개념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서로 다른 시점의 한 사람에게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개념 이론이 공공성에 대한 설명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개념들은 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같은 단어에 같은 개념을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 개념은 행동에 대한 의도적 설명(intentional explanations of behavior)과 관련되어 있다. 의도적 설명은 명제 태도에 의거해 이루어지는데, 명제 태도들은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같은 의도적 설명이 여러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으려면 개념들은 공유 가능해야 한다.
ㅇ 개념들은 지향적 내용과 인지적 내용 두 측면 모두에서 공유 가능해야 한다.
- 지향적 내용이 공유 가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무엇을 지시하는지 알아야 한다.
- 인지적 내용이 공유 가능해야 한다는 점은 Frege와 Putnam의 논증에서 알 수 있다. 샛별(새벽별)과 개밥바라기(저녁별)가 공지시적임에도 불구하고, 개밥바라기를 보려는 사람들은 모두 새벽이 아닌 저녁에 밖으로 나선다. 또, 우리 지구와 쌍둥이 지구의 물이 각각 H2O와 XYZ로 다르더라도,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나와 쌍둥이 지구의 사람은 같은 행동을 한다.
1.3. 언어 요구사항이 필요한가? [저자의 답: 필요 없다]
개념과 언어의 관계가 여러 번 언급됐는데, 그렇다면 적절한 개념 이론이 언어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ㅇ 첫째 질문: 개념이 언어적 의미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 어떤 사람들은 개념은 언어의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거나 좀 더 강하게는 언어의 의미뿐이므로, 적절한 개념 이론은 언어의 의미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그러나 최근의 의미론들은 언어 표현의 의미는 지시체뿐이라고 상정한다. 따라서 개념 이론이 언어의 의미를 다룰 필요는 없다.
ㅇ 둘째 질문: 언어 없이 개념을 가질 수 있는가? [▷ 그렇다는 근거, ▶ 아니라는 근거]
▷ 실어증 환자들, 아기들과 인간 외의 여러 동물들은 언어 없이도 대상을 범주화할 수 있다.
▷ 애초에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개념이 필요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개념에 언어를 대응(mapping)시키는 것이 아니면 어떻게 언어를 배울 수 있겠는가?
▶ Wittgenstein의 사적 언어 논증에서 비롯된 주장: 개념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개념을 이용할 때 따라야 할 규칙들을 따를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그리고 그 규칙들을 올바로 따랐는지 판별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규칙이 사적이라면 규칙을 옳게 따르고 있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다.
▶ 아기들이 심적 상태에 단어를 연관시키면서 단어를 배울 수 있겠지만, 그런 심적 상태들은 진짜 개념이 아니다. 옳음 판별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 옳음에 대한 사적 기준이 있을 수 없다는 Wittgenstein의 주장에 여러 반론이 있다.
- 오류에 대한 자연화된 이론(naturalized theories of error)은 옳음을 규칙이 아니라 법칙(law) 또는 진화된 기능에 따르는 것으로 본다. 이 이론이 옳다면 Wittgenstein은 틀렸다.
- 규칙을 따르는 것과 규칙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은 다른데, Wittgenstein이 보인 것은 후자가 불가능하다는 점뿐이다.
- Wittgenstein은 공적 언어에서 규칙을 옳음 기준의 작동을 과장했다. Chomsky는 규칙과는 옳음보다 권위가 더 큰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사적 규칙 따르기는 옳음이 아니라 다른 사적 불이익에 의해서도 가능하므로 옳음에 대한 공적, 사적 기준의 차이는 과장됐다.
ㅇ 위와 같은 이유로 Prinz는 언어 없이도 개념을 소유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적절한 개념 이론이 언어를 언급하지 않고도 제시될 수 있음을 함축한다. 그렇다고 언어가 개념적 능력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 언어는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 어휘화된(lexicalized) 개념들은 더 두드러지고 배우기 쉬울 때가 많다.
- 언어는 개념 사용을 돕는다.
- 매우 복잡한 개념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어 인지 처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단어를 통해 개념이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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