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자연에 대한 사유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겠지만, 문자 기록으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것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세계의 시작과 작동 원리에 대해 신화, 종교, 주술에 많이
의존했고, 이러한 설명은 경험적인 관찰과 구분되지 않았다. 한편
그들은 좀더 실용적인 이유로도 자연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로 인해 천문학, 수학, 의학이 발달했다.
의학은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하나의 학문 분과로 정립됐다.
고대 이집트 의학 책 중 하나인 “Edwin Smith Surgical Papyrus”는
메소포타미아 의학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 이 책은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그리고 척추를 포함하여 신체부위별로 48가지 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장들은 제목-병의 징후에 대한 판단-진단-치료법-모호한 용어들에
대한 해설 순서로 서술되어 있다. 이 책에는 약학, 해부학, 생리학 지식이 반영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병이 몸에 사는 악마의
작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각종 주술적인 것도 치료법의 일부로 서술되어 있다. 눈에 잘 띄는 것(상처 등)은 주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2900년경에 1년을 365일로 하는 상용력을 개발했다. 그러나 천문학의 진정한 발전은 기원전 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이루어졌다. 메소포타미아의 수학은 60진법과 수의 자리 개념을
바탕으로 하였다. 그리고 분수 계산법이 연구되었고 ‘0’의
개념 또한 도입되었다. 이렇게 체계화된 수학 덕분에 정교한 천문학이 발달할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자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자연철학은 주술, 신화
등 초자연적인 것과 얽혀있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이전, 기원전
600-400년 경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초자연적인 원인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우주론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관념이 발견되긴 하지만, 자연
현상에 대한 설명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 현상은 규칙적이며 규명 가능한 원인과 결과에
따른다고 생각했다.
초자연적인 설명을 배제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 시대 자연철학의 또 다른 특징은 대개 일원론이라는 점이다. 세계가 특정 시점에 창조되었다면 초자연적인 존재자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가 생성되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근원적인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러한 존재자를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터키 서부인 밀레토스 지역에서 활동한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는 그리스 자연철학의 창시자로 뽑힌다. 탈레스는 만물의
기원이 물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땅이 물 위에 떠 있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아페이론’이라는, 무한하고 소멸하지 않는 것이 물질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는 지구가 움직이지 않으며, 그 이유는 지구가 세계의 중심에
있어서 다른 곳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가 가장 근본적인 물질이며, 공기의 농도 변화에 따라 불, 물,
흙, 암석 등이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기원전 5세기경에 등장한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추상적인 수가 어떻게 물질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그들은 수가 물질을 실제로 구성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나,
이것이 정말로 피타고라스 학파의 주장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편 피타고라스 학파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우주의 중심에는 불(태양이 아님)이 있고 지구는 그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존재하는
것은 시작을 가질 수 없는데,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에 위배되더라도 자신의 논리를 따랐으며, 이러한 태도는
감각보다 이성을 중시한 서양 철학 전통의 시작이었다. 한편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인 제논은 변화와 움직임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는 네 가지 논변을 제시했다.
1. 운동을
통해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먼저 중간 지점에 도달해야 하고, 그 중간 지점에 도달하려면 또 그 중간
지점까지 도달해야 하며, 이런 식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무한히 있으므로 운동은 불가능하다.
2. 앞서
출발한 거북을 아킬레우스가 아무리 빨리 쫓아가도 따라잡을 수 없다. 거북이 있던 자리에 아킬레우스가
도달하더라도 그 시간 동안 거북이 더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3. 날아가는
화살은 사실은 멈춰있다. 시간은 순간들로 이루어졌으며, 각각의
순간에 화살은 특정 공간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4. A A A A
B B B B →→
←← C C C C
B와 C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맨 오른쪽에 있는 B는 두 개의 A를 지나는 동시에 네 개의 C를 지나는데, 이는 모순이다.
B와 C가 같은 속도로 움직일 때, 맨 오른쪽에 있는 B는 두 개의 A를 지나는 동시에 네 개의 C를 지나는데, 이는 모순이다.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봤던 파르메니데스와 제논과 달리,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설을 통해 변화를 설명했다. 불, 공기, 물, 흙의 4원소가 사랑과 불화라는 두 원리를 통해 결합하고 해체되면서 변화를 일으킨다.
4원소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받아들인 이후 18세기까지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편 레우키포스와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을 통해 변화를 설명했다. 그들은
만물이 영원하고 불변하는 작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원자들은 진공에서 운동하며 서로 충돌함으로써
결합하고 해체되어 변화를 일으킨다.
히포크라테스 의학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기록은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은 것이다. 글마다 조금씩 다른 관점을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초자연적인 것을 배제하며, 병은
자연적인 원인에서 생긴다는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이론과 임상적 관찰의 결합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특징도 있다.
플라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은 그 전 시대의 철학자들과는 달리 자연보다는 윤리와 도덕에 초점을 맞췄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유물론자로 간주하며, 종교의
적으로 취급했다. 그는 이성을 감각보다 우월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감각의
대상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이데아)은 감각이 아닌 이성으로 인식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기술(art, 인간의 능력을 통해 수행하는 것)을 자연보다 우위에 두었다.
그는 플라톤은 물리적 세계에 대한 정확한 서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질적인
것들은 일시적이어서 진정한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우주론을 담은 『티마이오스」에서 이것은 하나의 가능한
이야기이지, 진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티마이오스」에서 나타나는 그의 우주론은
다분히 목적론적이다. 창조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의 모상으로 이 우주를 만들었다. 한편으로 그는 물질 변화를 요소 삼각형들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입체 도형으로 설명하는 수학적인 설명을 전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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