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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1일 월요일

[요약정리] 김기현, 현대 인식론 4장: 인식정당성의 두 견해

현대 인식론 4: 인식정당성의 두 견해
 
인식론은 어떤 인식적 행위가 올바른 것인가”, “어떻게 믿는 것이 인식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하는가등 인식적 규범을 밝히는 작업에 관심을 가진다.
인식정당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는데, 크게 전통적 견해발생적 견해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식정당성에 대한 상반된 두 견해는, 인식정당성이 무엇을 평가하고자 하는가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 견해는 인식 주체를 평가하고자 하고, 발생적 견해는 믿음 형성 방식을 평가하고자 한다.
 
 
인식정당성에 대한 전통적 견해
전통적 견해: 인식 주체가 참을 추구하고 거짓을 피하는 인식론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평가
 
전통적 견해의 인식정당성 기준: SR이라는 근거에 의해 P라고 믿는 것이 인식론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SR이 주어졌을 때 P가 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상위의식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상위의식이란 인식 주체 내에 존재하는 심적 상태인 믿음과 그 근거들에 대한 의식을 뜻한다.
 
전통적 견해는 다시 의무론적 견해와 비의무론적 견해로 나눌 수 있다.
 
의무론적 견해 - Chisholm, BonJour
거짓을 피하고 참을 획득하는 것이 인식적 의무이다. 한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당한가는 이러한 인식적 의무의 이행 여부에 의존한다.
의무론적 견해는 상위 의식에 대한 요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참을 극대화하고 거짓을 극소화하는 인식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식 주체가 주어진 믿음을 받아들일 만한 적절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그 근거를 무시하고 부당한 근거에서 그 믿음을 받아들인다면, 그 인식 주체는 인식적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반성을 통하여 그 믿음이 그러한 이유 때문에 참이라고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러한 상위의식에 토대를 두어 믿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의무론적 견해 - Lehrer, Foley
Lehrer: 한 믿음이 인식 주체에게 인식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가 해당 믿음을 위한 논증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 논증을 통해 그 믿음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회의적 도전에 응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응수를 위해 왜 문제의 믿음이 참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를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인식은 그 믿음을 참이게 하는 근거에 대한 의식과 그것이 문제의 믿음을 참이게 한다는 상위 의식으로 이루어진다.
Foley: 어떤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믿음이 인식자에게 참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의식되고 있어야 한다.
 
LehrerFoley는 상위 의식의 필요성이 인식정당성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본다. 그들에게 "한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한가"라는 물음은, "그 믿음을 받아들이는 인식 주체가 정당하게 그 믿음을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물음과 동일하다. 따라서 어떤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믿음이 인식 주체에게 참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 의무론적 견해든 비의무론적 견해든간에 전통적 견해에서 상위 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는 인식 정당성 평가의 대상을 해당 믿음이 아닌 인식 주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 의무론적 견해와 비의무론적 견해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잘 모르겠다. "정당하게 그 믿음을 받아들인다""인식적 의무를 이행한다"라고 바꾸면 의무론적 견해와 똑같아지는 것 아닌가? (본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비의무론적 견해에서는 인식 주체에게 참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만 하면 되고, 의무론적 견해에서는 참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탐구해봐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인가?]
 
 
 
인식정당성에 대한 발생적 견해
발생적 견해란, 한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한지의 여부가 그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인식적으로 정당한 믿음은 인식적 목표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잘 형성된 믿음 또는 잘 유지된 믿음이라는 것이다.
 
Goldman의 과정 신빙주의: 만약 St의 시점에 P라고 믿는 것이 믿음을 형성하는 신빙성 있는 인지 과정의 결과라면, tSP를 믿는 것은 정당하다.
 
여기서 잘 형성된 믿음이란, 신빙성 있는 인지 과정에 의해 산출된 믿음을 뜻한다. 신빙성이란, 거짓 믿음보다 많은 참된 믿음을 산출하는 경향을 뜻한다.
 
다른 발생적 인식론자들: 믿음의 정당성을 증거와의 연관에 의해 정의하는 기존 틀을 수용하면서 발생적 견해와 결합시킨다. 한 믿음이 잘 형성되었는가(인식적으로 정당한가)는 그 믿음이 그 믿음을 위한 증거에서 적절하게 발생하였는가에 의존한다.
'근거'라는 표현을 '증거+인지 과정'으로 정의하면, 발생적 견해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R이라는 근거에 의해 SP라고 믿는 것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SP라고 믿는 것이 R에 의해 야기되어야 한다.
 
믿음의 인식적 정당성은 인식 주체가 인식적 목표를 추구한 결과인가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식 주체가 아니라 인지 과정의 성향을 인식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다.
 
전통적 견해와 발생적 견해의 변주들
전통적 견해와 발생적 견해 사이의 차이는, 다음 두 질문이 동일한 질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SP라고 믿는 것이 인식적으로 정당한가?
P의 믿음이 S에게 있어 인식적으로 정당한가?
 
전자는 S가 인식 행위를 정당하게 하고 있는지, 후자는 S에서 발생한 사건이 정당하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전통적 견해: 한 믿음이 인식 주체에게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믿음이 근거를 성찰하는 인식 주체의 반성적 의식에 참인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그 믿음의 근거가 내재적으로 포착되고 그 근거의 참됨 혹은 참일 개연성이 높음이 의식에 내재적으로 포착되어야 한다. 한 믿음이 인식 주체의 반성적 의식에 비추어 참인 것으로 나타나면 그 믿음이 객관적으로 참일 개연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인식적으로 정당한 것이 된다. 인식 주체가 최대한의 반성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 믿음이 자신이 성찰한 모든 증거에 비추어 참인 것으로 보인다면, 그의 믿음은 인식적으로 정당하다.
 
발생적 견해: 내재적 포착은 필요 없고, 한 믿음이 실제로 참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충분하다. 한 믿음이 반성적 의식에는 정당해 보이더라도, 그 믿음이 정당한 방식으로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그 믿음 자체로는 참을 추구하는 목표에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 믿음은 객관적으로 참일 확률이 높아야 한다.
 
 
 
전통적 견해와 발생적 견해의 갈등
전통적 견해가 발생적 견해의 한 특수한 형태라는 주장도 있다. 발생적 견해는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이 신빙성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전통적 견해는 바로 그 신빙성 있는 방식이 상위 의식에 의한 반성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 진영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전통적 견해를 대변하는 LehrerFoley는 인과적, 역사적 고려가 인식 정당성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발생적 견해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상위 의식을 요구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한 믿음이 정당함><한 믿음이 정당함을 앎>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상위 의식은 후자에만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견해의 대립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두 이론이 평가 대상을 달리하는 상호 병존 가능한 이론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통적 견해는 인식 주체를 평가하는 이론이며, 발생적 견해는 믿음 자체를 평가하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전통적 견해의 문제
전통적 견해에서 한 하위 믿음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상위 믿음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상위 믿음 역시 정당하여야 한다. 한 믿음에 대해 어떤 증거를 댔을 때, 그 증거가 그 믿음을 참이게 한다는 또 다른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무한 후퇴로 이어진다.
 
발생적 견해는 전통적 견해를 포섭하면서 무한 후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생적 견해는 반성적 고찰을 통한 믿음의 형성을 인식정당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반성을 통하여 믿음을 형성하는 방식을 믿음을 잘 형성하는 여러 방식들 중의 하나로 보는 것이 그것이다. , 한 믿음과 증거 사이의 증거 연관에 대한 반성적 상위의식을 토대로 주어진 하위 믿음에 도달하는 것을 믿음을 잘 형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무한 후퇴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발생적 견해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통적 견해에서 무한 후퇴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 하위 믿음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상위 믿음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상위 믿음이 또 다른 상위 믿음을 통하여 정당하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었다. 그러나 발생적 견해에서는 상위 믿음이 정당하기 위하여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상위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상위 믿음은 그를 입증하는 증거를 원인으로 한 결과의 형태로, 즉 발생적 방식으로 정당하게 되는 것으로 족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생적 견해의 문제
대부분의 인식론자는, 믿음이 객관적으로 참일 확률이 높은 한에서만 인식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발생적 견해가 갖는 문제는 바로 인식정당성을 객관적 확률과 연관시킨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다음의 경우를 보자. 인식 체계 내에 포함된 정보와 소유하고 있는 인지 과정이 정확히 동일한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한 사람은 현실세계에 살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데카르트의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전혀 차이를 모를 것이다. 이 경우에 한 사람의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한 믿음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의 동일한 믿음 역시 정당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 한 사람의 믿음이 인식적 규범에 의하여 용인되는 믿음이라면, 다른 사람의 같은 믿음에 대하여도 같은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 믿음이 신빙성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일 것임은 자명하다. 예를 들어, 시각이라는 인지 과정은 현실세계에서는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갖지만,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에서는 전혀 신빙성이 없다.
위의 고찰은 인식적 규범이 진리와의 객관적 연관성을 인식정당성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경우에 동일한믿음이 현실세계에서는 정당하지만 기만자의 세계에서는 정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따르는데,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일관적 판단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인식적 상황이 동일한데, 한 사람의 인식 행위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인식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듯이 보인다.
 
[[오히려 발생적 견해의 지지자들은 이 경우 둘 다 정당하다고 하지 않을까?]]
 
같은 논점이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만을 고려하여서도 옹호될 수 있다.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에서도, 정상적인 지각을 통한 믿음, 조심스러운 성찰을 통한 믿음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추측을 통한 믿음, 주어진 증거를 무시하는 믿음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세계에서도 전자의 믿음은 정당하고 후자의 믿음은 정당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전능한 기만자의 세계에서는 이들 믿음들이 참일 확률은 거의 없다. 따라서, 믿음이 인식적으로 정당하기 위해서는 참일 확률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들 믿음들은 구분 없이 모두가 정당하지 않은 믿음들로 분류될 것이다.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며, 결국 진리와의 객관적 연관성을 인식정당성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발생적 견해의 지지자들은 그냥 둘 다 정당하지 않다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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