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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2일 금요일

[요약정리] Wray, K. Brad. (2018). Resisting Scientific Realism 7장: The Nature of Radical Theory Change



Wray, K. B. (2018). Resisting Scientific Realism. Cambridge University Press


실재론 반실재론 논쟁에서 '이론 변화'라는 말이 엄밀하지 않게 사용된다는 점이, 비관적 귀납이 실재론에 얼마나 위협적인지에 대해 학자들마다 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비관적 귀납이 과학사에 의해 잘 지지되는지 여부는 이론 변화의 예가 어떤 거냐에 따라 달라졌다. 이 장에서 레이는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첫째, '이론 변화'라는 용어를 명확히 정의한다. 이론 변화는 기존의 이론을 단지 수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둘째, Ludwig Fahrbach에 의해 제기된 문제에 대응한다. Fahrbach는 주기율표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유지됐기 때문에, 주기율표는 반실재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라고 주장한다. 레이는 주기율표는 많은 부분이 변하지 않긴 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주기율표와 관련된 변화는 지난 백 년간 일어났기 때문에, 이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의 이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무엇이 이론 변화로 취급되는가
라우든의 1981년 논문에 대한 반박은 여러 가지로 이루어졌다. 몇몇 비판자들은 라우든이 열거한 사례들 중 일부는 실제로는 성공적인 이론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어떤 비판자들은 라우든의 주장과 달리 그러한 사례들 중 일부는 근사적 참이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비관적 귀납이 현재의 이론들에도 적용될만큼 강력한지이다. 그런데 무엇을 급격한 이론 변화로 취급해야 할 지는 불분명하고 정확하지 않다. 
Moti Mizrah는 과학 이론과 법칙의 다양한 사례들을 조사해, 반실재론자들의 주장대로 정말로 그것들이 기각되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반실재론자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낙관적이었다[유지된 이론과 법칙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문제가 있다. 먼저, 법칙은 비관적 귀납 논의에 적절하지 않다. 첫째, 법칙의 발견들이 급격한 이론 변화를 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칙의 발견은 대개 정상 과학 내에서의 발견이다. 둘째, 법칙들은 이론 변화에서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쿤은 이론과 법칙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뭍에 따르면 이론은 어떤 본질적인 측면에서 전체론적이다. 이론은 그것의 구성 요소들로 분해될 수 없다. 비관적 귀납은 법칙이 아니라 이론에만 적용된다. 이론 변화에서도 보존된 것이라고 Fahrbach가 주장한 과학적 발견들에는 이론과 가설, 주장(claims)이 섞여 있다. 그러나 비관적 귀납과 관련되는 것은 이론 뿐이다.
다른 한편, Fahrbach는 주기율표가 오랫동안 지속된 이론의 예이자, 현대 이론의 전형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또한 라우든이 제시한 목록과 달리, 주기율표는 성숙한 과학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그는 현대의 발전된 이론들은 라우든의 목록의 이론들보다 비관적 귀납에 잘 버틴다고 주장했다.
레이는 주기율표는 '이론'이 아니라 이론의 내용 중 일부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주기율표는 화학에서의 혁명적 이론 변화에 의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혁명적 변화가 잘 인식되지 않은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쿤에 따르면, 혁명적인 이론 변화가 잘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교과서를 쓸 때 혁명적 변화에서 보존되는 부분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쿤 식의 혁명
레이는 비관적 귀납에 관한 논의에 적절한 이론 변화 개념이 무엇인지 쿤의 이론에 의거해 정의한다. 이론 변화 개념은 선행 이론과 후행 이론 사이의 현저한 불연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쿤은 원래 과학 혁명을 패러다임 변화로 보았다. 패러다임 변화가 혁명적인 이유는 기존 패러다임과 새 패러다임이 공약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약불가능성은 다음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생긴다. (i) 경쟁하는 이론들을 비교할 공통적인 기준이 없다. (ii) 기존 패러다임과 새 패러다임의 용어 및 개념이 자연을 분절하는 단위가 다르다(do not cut nature at the same joints). 이러한 혁명적 변화 관념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선후행 패러다임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쿤은 연속성이 대개 환상에 불과하며, 두 이론이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둘 사이의 연속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쿤에 대한 비판은 쿤이 구조를 출판하자마자 시작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 혁명 과정에 대한 쿤의 주장이 과학의 합리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패러다임'이라는 용어가 비일관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쿤은 과학 이론을 패러다임으로 보는 대신 과학의 어휘구조(scientific lexicons)로 보면서 이론 변화를 다르게 설명했다. 서로 다른 이론은 (i) 서로 다른 개념들을 채택하거나 (ii) 개념들을 서로 다르게 정의하거나 (iii) 한 개념을 다른 개념들과 다른 방식으로 연관시킨다. 쿤은 혁명적 이론 변화란 선행 이론에서 개념들을 연관짓는 방식이 후행 이론에서 변화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변화된 후행 이론에서의 어휘구조는 선행 이론과 겹치지 않는다. 쿤은 이론 종류의 어휘구조 변화를 어휘구조의 단순한 확장과 대비시켰다. 기존의 어휘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혁명적 변화가 아니다.
쿤은 어휘구조에 의거한 설명이 패러다임에 의거한 설명을 정교화한 것으로 여겼다. 쿤의 후기 저작에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범례(exemplar)라는 뜻으로, 즉 관련된 다른 문제를 푸는 데에 본보기가 되는 뛰어난 성취라는 의미로 쓰였다. 초기 저작의 많은 개념들은 보존되었는데, 예를 들어 변칙현상이 이론에 위기를 불러와 이론 변화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 등이 그런 것이다. 어휘구조 변화의 중요성은 그것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커다란 차이를 낳는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적 지식이 누적적으로 쌓이며 진보한다는 관념을 약화시킨다. 과학자들이 관찰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서 점점 참에 다가간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이론 변화에서 연속성이 단절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이론이 전체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화학의 상황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사례는 주기율표에 원소들을 배열할 때 원자량이 아닌 원자번호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발견이다. Fahrbach는 주기율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들어 실재론을 옹호하지만, 그러한 연속성은 환상에 불과하다. 원소 배열 기준이 바뀔 때, 원소에 대한 이해와 주기율표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쿤의 의미에서 이 사례는 이론의 급격한 변화이다. 
19세기는 화학의 황금기라고 할 만 했는데, 수많은 원소들이 발견되었고 이론적 진보도 있었다. 원소들을 분류하고 조직화하는 일은 아직 부족했는데, 멘델레예프는 여러 가지 주기율표를 만들어봤으나, 원소를 원자량에 의거해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화학 원소에 대해 몇 가지 발견을 해냈다. (i) 원소들을 원자량 순서대로 배열하면 원소의 속성에 주기적 성질(periodicity)이 나타난다. (ii) 원자량에 의거한 배열은 원소의 원자가에 대응한다. (iii) 원자량은 원소의 특성을 결정한다. 주기율표는 단지 우원소들을 조직화할 뿐만 아니라, 화학 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멘델레예프는 주기율표를 이용해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의 특성을 예측했다. 그런데 셰리와 워럴에 따르면, 멘델레예프의 예측의 성공은 과장되었다. 멘델레예프의 많은 에측들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따. 단지 반 정도의 예측만이 옳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방법은 분명 어떤 면에서는 유용했고, 그래서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화학 원소의 발견에 기여했다. 
물론 주기율에 대해서도 변칙현상들이 있었다. 몇몇 원소들의 특징이 주기율과 맞지 않은 것이다. 멘델레예프는 그런 원소들의 순서를 바꾸어 이런 변칙현상에 대응했고, 아마도 원자량이 잘못 측정된 원소들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결정을 정당화했다. 다른 변칙 현상은 같은 화학적 특성을 가졌는데 원자량이 다른 원소들(동위원소)의 존재였다. 이런 변칙 현상들의 혁명적 이론 변화를 이끌었다.

20세기 초반의 화학 혁명
20세기 초반의 화학 혁명은 과학자들이 의식적으로 변화를 찾은 결과가 아니라, 고립되어 진행되던 여러 연구 프로젝트들이 화학에 대한 이해를 크게 바꿔놓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변화는 쿤이 혁명적이라고 했던 바로 그러한 종류의 급격한 이론 변화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번호의 발견이었다. 원자번호의 발견은 특정 시점의 일이라기보다는 여러 연구들의 결과였다. 원자번호가 발견된 후 화학자들은 원소들을 원자번호에 의거해 배열했다. 여기에는 원소를 원자량이 아니라 원자번호로 정의하는 매우 큰 개념 변화가 필요했다. 다만 주기율표 상의 변화는 크지 않았기에 겉보기에 혁명적이지 않은 것일 뿐이다. 동시대에, 다른 연구 프로그램에서는 동위원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원소를 원자량에 의거해 정의하는 방식에서는 동위원소의 개념 자체가 불가능하다. 동위원소는 기존 이론의 어휘구조에는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원자번호의 발견과 동위원소의 발견은 상호보완적이었다. 원자번호에 의거해 원소를 정의하는 방식에서는 동위원소라는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원자번호 순서대로 원소를 배열하면 다른 변칙 현상들도 해결할 수 있었다.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열하면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몇 가지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그 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일곱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이론의 세부사항을 채우는 작업을 쿤은 정상과학의 특징이라고 보았다. 새로운 이론의 개념틀 하에서 연구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러한 혁명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닌데, 쿤은 대부분의 과학 혁명은 오직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만 영향을 끼친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기율표가 이론 변화 전후에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남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속성 때문에 화학에 대한 이해의 근본적 변화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변화는 중요한 개념들의 외연과 내표 변화를 수반했다(예를 들면, 원소의 정의, 동위원소가 같은 원소를 가리키는지 등). 또한, 이론의 혁명적 변화 이후에, 선행 이론의 몇 가지 일반적인 진술들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예: '다른 무게를 가진 두 원자는 다른 원소이다').
실재론자들은 주기율표가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음을 근거로, 이 사례가 혁명적 이론 변화라기보다는 단지 기존 이론을 수정한 것일 뿐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변화의 본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원소를 원자량 기준으로 정의했을 때는 원소들 사이사이에 얼마나 많은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동위원소 개념도 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원자번호를 기준으로 하자 이런 것들이 가능해졌다. 또한 실험적 실행에 있어서도 현저한 변화가 생겼다. 따라서 원소 주기율표는 한 가지가 아니다. 원자량을 기반으로 한 주기율표와, 원자번호를 기반으로 한 다른 주기율표가 있는 것이다. 원자번호 기반 주기율표는 원자량 기반 주기율표를 단지 수정한 것이라고 보는 관점은 과학사에 대한 휘그주의적 관점이며, 20세기 초반 화학에서의 발견과 변화의 급진적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비관적 귀납을 둘러싼 논의에서 적절한 이론 변화 개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경험적 법칙과 이론을 구분하면 구조적 실재론과 같은 시도가 비관적 귀납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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