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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1일 월요일

[요약정리] 조수남,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2장: 프랑켄슈타인과 생명 창조의 비밀

2장 생명과 마음의 자리 - 프랑켄슈타인과 생명 창조의 비밀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것은 당시의 과학기술 발전 및 그에 따른 여러 문제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소설은 전기, 화학, 해부학, 생리학 등의 발전 및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와 관련된 고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세기 초는 과학기술이 사회 진보를 이끌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당시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메리 셸리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소설에서 전개되는 사건은 다윈 박사와 독일 생리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그들의 연구는 이 소설에 나오는 사건들이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전기는 열이나 자기와 달리 지속적으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18세기에 들어 전기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장치가 개발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전기에 대해 갖는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18세기에는 과학이 교양 있는 지식층의 여가 문화로 발전하고 있었는데, 전기 실험은 대중 과학 강연의 대표적인 주제가 되었다.

한편 의사들은 전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전기를 이용한 치료를 고안했다. 전기를 가하면 팔이 요동치고 땀이 흐르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현상을 질병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었다. 전기 치료가 주목을 끌면서 학자들 사이에서 전기를 통한 근육 수축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루이지 갈바니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신경 내부의 전기적인 물질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갈바니는 실험으로 검증하기 힘든 '동물 전기', '전기 유체' 등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갈바니의 전기 개념은 프리드리히 안톤 메즈머의 동물 자기 개념을 떠올리게 했다. 메즈머는 자기를 통해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의 주장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치료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며, 결국 조사 위원회의 조사 결과 동물 자기 개념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갈바니의 전기 개념은 이와 유사해 보였기 때문에 더욱 의심을 받게 되었다. 한편 볼타는 오랜 연구를 통해 갈바니의 동물 전기 개념을 반박하였다. 갈바니 역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볼타의 견해를 반박했지만, 볼타의 실험이 학계의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이를 뒤집기는 어려웠다. 또한 볼타의 이론에 기반을 둔 배터리가 널리 보급되면서 볼타의 연구는 확고하게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갈바니식의 생체 전기 실험은 그 이후에도 일부 학자들에 의해 수행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갈바니의 조카인 지오다니 알디니로서, 그는 자신의 연구를 알리기 위해 전기 실험을 사람들 앞에서 시연했다. 알디니의 실험은 특히 독일 생리학자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신경이 전기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신경 질환을 전기 방전의 일종으로 생각하였고, 전기 자극을 통해 신경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러한 전기 자극은 청각에 효과적으로 적용되었고, 20세기 들어 달팽이관에 전기 코일을 삽입하여 직접 전기 자극을 가하는 인공 와우 기술로 이어졌다.

한편 19세기 초 전기 자극 실험은 생명의 원리에 대한 질문을 낳았다. 알디니는 전기 자극을 통해 죽은 생명체를 되살릴 수 없다고 했지만, 이를 부정하는 생리학자들도 있었다. 이러한 논의들이 주목을 끌면서 인체 해부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사람이 죽은 뒤에도 일부 기관은 여전히 활동하는 것이 해부를 통해 관찰되면서, 생명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반응과, 1930년대 미국에서 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반응은 크게 달랐다. 영국에서는 산업 혁명 이후 이미 과학기술이 상당히 발전된 상태였고, 그로 인해 과학기술에서 경계하고 통제해야 할 측면들이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1930년대 미국은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가 풍요로워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1930년대 미국인들에게 과학기술은 경계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 작품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이제 우리가 과학자와 기술자의 윤리에 더해 그들이 창조한 과학기술의 산물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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