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과학의 성공과 실재론
데빗은 성공을 개체적 성공, 종적 성공, 이론적 성공, 과학적 진보 네 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실재론 논의에 필요한 것은 이론적 성공과 과학적 진보이다. 이론적 성공은 현존하는 과학적 이론들이 관찰 가능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앞으로 일어날 현상들을 예측함에 있어서의 성공을 말한다.
과학적 진보는 역사적 측면에 대한 고려로서, 선행 이론을 대체한 후행 이론이 선행 이론보다 더 광범위한 관찰 가능한 현상들을 보다 엄밀하게 설명하고, 더 광범위한 미래 현상들을 더 엄밀하게 예측함을 뜻한다.
과학적 실재론의 열 가지 입론: 레플린이 제시. 모든 실재론자들이 이들 모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님.
(1) 현재의 가장 훌륭한 과학 이론들은 적어도 근사적으로 참이다.
(2) 현재의 가장 훌륭한 이론들의 주요 용어들은 진정으로 지시적이다.
(3) 과학 이론의 근사적 참은 과학 이론의 예측적 성공의 충분한 설명이다.
(4) 과학 이론의 근사적 참이 과학 이론의 예측적 성공의 가능한 유일한 설명이다.
(5) 과학 이론은 비록 지시적으로 성공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근사적으로 참일 수 있다.
(6) 적어도 성숙한 과학들의 역사는 물리적 세계의 참된 해명에로의 진보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7) 과학 이론들의 이론적 주장들은 문자 그대로 읽혀져야 하며, 또 그렇게 읽혀진 이론적 주장들은 명확히 참이거나 거짓이다.
(8) 과학 이론들은 진정한 존재적 주장들을 담고 있다.
(9) 이론의 예측적 성공이 이론의 주요 용어들의 지시적 성공에 대한 증거이다.
(10) 과학은 물리적 세계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참인 해명을 목표로 하며, 과학의 성공은 이 목표 달성을 향한 진보에 의해 평가될 수 있다.
하크는 과학적 실재론을 이론적 실재론(도구주의와 대비됨), 축적적 실재론(양립 불가주의와 대비됨), 진보적 실재론(지그재그 이론과 대비됨), 낙관적 실재론(겸양적 입장과 대비됨)의 네 부류로 나눈다.
이론적 실재론: 과학 이론들은 진정으로 참이거나 거짓인 진술들이다.
축적적 실재론: 선행 이론들은 동일한 영역의 후행 이론들의 한계적 경우들이다.
진보적 실재론: 과학은 진보적으로 진리에 접근해 간다.
낙관적 실재론: 현행 과학 이론들은 대부분 근사적으로 참이다.
저자는 축적적 실재론은 이론들 사이의 관계를 드러낸 것이지 세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으므로, 실재론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실재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나머지 세 부류의 실재론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해킹은 이론들에 대한 실재론과 대상에 대한 실재론을 구분한다.
이론 실재론: 이론들은 참 혹은 참에 가까이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개체 실재론: 이론에서 언급된 대상들이 실재한다.
하크와 해킹의 분류를 조합하면 실재론을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론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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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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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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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이론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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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개체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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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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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이론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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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개체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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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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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이론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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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개체 실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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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실재론은 실재론 중 가장 약한 주장으로, 진보적 실재론과 낙관적 실재론의 필요조건이며 심지어 반실재론의 일종인 구성적 경험론과도 양립 가능하다.
실재론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는데, 형이상학적 측면, 의미론적 측면, 인식론적 측면이다.
형이상학적 측면: 이론적 이론 실재론 <-> 이론에 관한 도구주의
의미론적 측면: 이론적 개체 실재론 <-> 개체에 관한 도구주의
형이상학적 측면 + 인식론적 측면: 진보적 이론 실재론, 낙관적 이론 실재론
형이상학적 측면 + 인식론적 측면 거부: 이론 반실재론(반 프라센의 구성적 경험론)
의미론적 측면 + 인식론적 측면: 진보적 개체 실재론, 낙관적 개체 실재론
의미론적 측면 + 인식론적 측면 거부: 개체 반실재론
이론 실재론은 반실재론과도 양립 가능하므로, 반실재론자들은 주로 진보적 실재론과 낙관적 실재론을 공격한다.
II. 반실재론자들의 실재론 비판
실재론 비판1: 진보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
이론 과학은 근본적으로 불연속적이다. 과거에 성공적이었던 이론들은 폐기되었고, 이론들은 경험적 증거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해서는 미결정되어 있다.
이론이 대체되면 이론적 대상에 대해 과학이 부여하는 규정이 바뀐다. 동일한 대상에 선행 이론과 후행 이론에서 매우 다른 기술(description)이 귀속되어 지시적 안정성의 확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의 구성 요소에 대해 참되게 알 수 없으며, 또한 세계의 구성 요소로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실재론 비판2: 낙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
이론이 기술하고 있는 근사적으로 참인 사실이 이론의 성공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론이 성공적이라고 해서 그 이론이 기술하고 있는 것이 근사적으로 참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근사적 참의 개념은 모호하다. 그리고 '근사적'인 부분의 불혹실성이 세계에 대한 우리 경험에 결정적인 영역이라면, 근사적으로 참인 이론이 성공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론이 확장되면서 확증 사례들이 발견될 수도 있지만 반증 사례들이 발견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론의 확장 가능성도 특별한 인식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낙관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2(진보적 실재론에도 확대 적용 가능)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이 합당하지 않다면, 이론의 성공에서 실재론이 옳다는 점을 끌어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결정적이지는 않다.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이 실재론의 진리성을 입증할 수는 없더라도, 여전히 반실재론에 대한 실재론의 우위성을 논할 수는 있다.
실재론자들의 대응 방식들
이론이 변화해도 지시적 안정성이 성립한다.
근사적 참은 지시적 성공을 요구하지 않는다.
프레게적 지시 이론의 기반 위에서 지시적 안정성을 허용하는, 역사에 대해 충분히 축적주의적인 해석을 주장하면서, 불연속적인 개념적 변화의 자료를 부정할 수도 있다.
이 논문에서 다룰 것은 첫 번째 방식.
퍼트넘의 인과적 지시 이론/관용의 원리
기술들이 변화해도 지시는 유지될 수 있다.
이론이 발전하면서 대상에 귀속된 기술은 변화는데, 이는 동일한 대상에 대한 믿음의 연속적 변화이지, 의미의 연속적 변화가 아니다.
모든 해석은 관용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해석할 때 적어도 약간의 믿음에 있어서의 차이는 항상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개념은 본질은 없지만 시간 변화 속에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관용의 원리에 대한 반례
"플로지스톤 이론가들이 원자가 전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것들은 단지 약간의 잘못된 속성들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과도한 관용일 것이다.
퍼트넘은 어떤 것이 합리적인 관용이고 어떤 것이 과도한 관용인가 하는 것을 안다는 것은 우리가 지닌 이해의 전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과학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이것은 중요한데, 과학 용어에 어떤 해석을 주느냐가 과학자들의 업적 여부, 합리성 여부를 확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을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규범적 판단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저자의 퍼트넘 비판
지시 안정성을 위해서는 관용의 원리라는 가치 의존적 원리를 끌어들여야 하며, 이 원리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는 또 다시 관용의 원리를 넘어선 또다른 규범적 판단들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와 규범에 대한 의존은 퍼트넘 이론의 약점이다.
III. 해킹의 실재론 옹호 [과학의 성공과 독립적인 방식의 옹호 논변]
해킹 이전의 과학철학자들은 대상 실재론과 이론 실재론을 독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다. 이론의 참이 곧 그 이론의 이론적 대상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킹은 실재의 개념에 두 개의 기원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표상이고 다른 하나는 개입이다. 해킹은 이전의 과학적 실재론 논의가 표상과의 관련 하에서 논의되었지만, 개입과의 관련 하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실재는 표상에서 독립적인 인과와 관계가 있으며, 우리의 실재 개념은 세계를 표상하는 우리 능력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우리의 능력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론에 관해서 생각하지 말고 실제적 실천에 관해서 생각하라"
해킹은 이론적 대상들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 증명은 그것들의 잘 이해된 하위 수준의 인과적 속성들을 이용해 그것들을 조작하는 우리 능력이라고 말한다. 이론적 대상들이 실재적 존재의 지위를 얻는 것은 우리가 다른 어떤 것을 탐구하기 위해 그것들을 사용할 때이다.
"이론적 대상들은 사고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행함을 위한 도구이다." - 해킹 p262
표상에서 개입으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
동일한 사실을 표상하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어떤 것이 실재인가?
해킹은 모든 관찰적 진술들이 과학 이론에 의존적이라는 것을 부인한다. 이렇게 이론과 관찰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다면, 우리는 관찰된 것에 의존하여 실재를 해명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한 최종적 진리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참 아니면 거짓이다. 이것은 표상의 문제가 아니다. 표상(이론)의 영역에서는 최종적 진리가 없다. 따라서 인과적 힘을 통해 세계에 개입하는, 최종적 진리를 담지하는 다눈 문장들로 기술될 수 있는 비표상적인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실재론을 논의할 때 표상하기에서 개입하기로 옮겨가는 이유이다.
이러한 점은 이론 실재론과 대상 실재론 사이의 구별로 이어진다. 이론은 비표상적 단순 문장으로 기술될 수 없으나, 이론적 대상의 인과적 역할에 대한 것은 비표상적 단순 문장으로 기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 실재론이 과학의 목표에 관한 학설이라면, 어떤 종류의 가치를 담고 있는 학설이다. 대상 실재론은 가치들 사이에서 훨씬 더 중립적인 학설이다. 이론 실재론은 우리 이론이 최종적으로 참된 기술로 수렴할 것이라는 원리를 채택해야 하나, 대상 실재론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서 나온다.
이론적 용어들을 포함하는 어떤 특정한 이론의 진리성을 믿지 않아도 그 이론의 용어들이 지시하는 대상들을 믿을 수 있다.
관찰될 수 없는 이론적 대상들이 그것들의 인과적 속성으로 인해 새로운 현상을 산출하고, 자연의 다른 측면을 탐구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때, 그러한 이론적 대상들은 실재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해킹의 구분에 따르면 이론에 대해 실재론자면서 그 이론이 상정하는 이론적 대상들에 대해서는 반실재론자일 수도 있다. 러셀의 기술 이론(theory of description)이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론적 대상에 대한 용어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론적 대상이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관찰된 현상들만을 기술하는 표현으로 대체될 수 있다.
반대로 이론에 대해 반실재론자면서 그 이론이 상정하는 이론적 대상에 대해서는 실재론자일 수도 있다. 해킹에 따르면 성직자들이 신에 대해 가지는 태도가 이러한 사례이다. 성직자들은 신의 존재를 믿지만 신에 대한 어떠한 참된 이론도 구성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과학의 경우 이론적 대상에 대한 기술이 참이 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이론적 대상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다.
해킹의 대상 실재론 옹호 논변에 대해 몇 가지 논의할 점이 있다. 첫째, 해킹의 논변의 성공 가능성은 모든 관찰 진술들의 이론 의존성 여부에 크게 의존한다. [이론과 관찰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어야 관찰에 근거해 이론적 대상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논란이 있는 주제이다(이 논문에서는 이 점에 대해 더이상 다루지 않는다.)
둘째, 이론적 대상들의 인과력을 규칙적으로 사용할 때, 그 이론적 대상들이 실재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론적 정당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저자가 보기에 다음과 같은 답변이 가능하다. 이론적 대상들의 인과력의 도구적 사용은 단순 문장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그 단순 문장의 참 여부는 인식적으로 알려질 수 있다. 그러한 단순 문장이 참이라고 알려지면, 그 이론적 대상을 이론 용어의 지시체로 고정시키며, 이로 인해 그 이론 용어는 일종의 고정 지시어가 된다. 그렇게 되면 이론이 변해도 해당 대상은 계속 존재한다. 여기서, 이론적 대상의 인과력의 규칙적인 도구적 사용이 참 여부를 알 수 있는 단순 문장으로 항상 기술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이 논문에서는 이 점에 대해 더이상 다루지 않는다).
셋째, 러셀은 이론에 대해 실재론자면서 이론적 대상에 대해서는 반실재론자일 수 있는 상황을 역설적이라고 생각했다. 러셀은 그러한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 이론을 개발해, 실재하지 않는 이론적 대상에 대한 용어는 관찰된 현상들만을 기술하는 표현으로 대체함으로써 이론적 대상의 실재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넷째, 해킹은 대상에 대해 실재론자이면서 이론에 대해 반실재론자가 될 수 있는 예로 성직자의 예를 드는데, 이는 잘못된 유추의 오류이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이성적 근거를 결여하고 있어도 가능하지만, 과학에서 이론적 대상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이성적 근거를 결여하고 있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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