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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4일 화요일

[요약] Siegel, S. (2013), "The Epistemic Impact of the Etiology of Experience" (3~6절)

 Siegel, S. (2013), "The Epistemic Impact of the Etiology of Experience", Philosophical Studies.


3. The Doxastic Downgrade Thesis
잘못-기초된(ill-founded) 믿음1에 바탕을 두고 다른 잘못-기초된 믿음2을 생성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믿음의 어떤 특성 때문에 믿음1이 믿음2에 "잘못-기초함"을 전달하는가?
그 특성은 믿음과 경험이 공유하는 특성인가, 아니면 경험에는 없지만 믿음에만 있는 독특한 특성인가?
- 믿음에 독특한 특성이라면, 변형된 경험이 그것의 원인론에 의거해 잘못-기초된 믿음을 생성한다는 아이디어가 약화될 것이다.
- 경험과 공유하는 특성이라면, 그런 잘못-기초된 믿음의 원인론을 닮은 원인론을 경험이 가질 때, 경험의 그 원인론이 그 경험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믿음들을 잘못-기초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전략에 따라 믿음적 격하 논제를 평가할 수 있다.
(i) 믿음의 특성 중 경험과 공유하지 않는 특성이 무엇인지 찾는다.
(ii) 그 특성이 잘못-기초된 믿음1의 잘못-기초됨을 믿음2에 전이하는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iii) 만약 그렇다면, 믿음적 격하 논제는 약화된다. 그렇지 않다면, 믿음적 격하 논제는 지지된다.


(i) 경험은 가지지 않는, 믿음의 독특한 특성에는 무엇이 있는가?
(1) 믿음은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경험은 비합리적일 수 없다.
(2) 믿음은 명시적 추론에 의해 형성될 수 있지만 경험은 그럴 수 없다.
(3) 믿음은 증거에 반응해 조정되어야 하지만, 경험은 그런 규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4) 어떤 믿음들은 성향적(disopositional)이지만, 경험은 성향적인 형태를 가질 수 없다.

(ii) 앞에서 나열한 믿음의 독특한 특성들이, 잘못-기초됨을 전이하는 역할을 하는가?
저자: 그렇지 않다.

(1) 믿음은 비합리적일 수 있지만, 경험은 비합리적일 수 없다. 
저자: 믿음1이 비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믿음1에 바탕을 둔 믿음2는 비합리적일 수 있다. 믿음2가 여러 믿음들의 모임에 바탕을 두고 생성되었다면, 그 모임의 모든 믿음들이 비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e.g.  
믿음1: 나는 오늘 뉴저지에 가야 한다.
믿음*: 메뚜기 떼가 뉴저지를 덮쳤다.
믿음2: 뉴저지에 가면 메뚜기 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체가 믿음1을 합리적으로 가진 반면, 믿음*는 비합리적으로 가졌다고 하자. 주체는 믿음1과 믿음*에 바탕을 두고 믿음2를 생성한다. 그렇다면 믿음2는 합리적인 믿음1에 부분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는데도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믿음1이 믿음2에 잘못-기초됨을 전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믿음1의 비합리성 때문인 것은 아니다.

(2) 믿음은 명시적 추론에 의해 형성될 수 있지만 경험은 그럴 수 없다.
저자: 믿음이 명시적 추론에 의해 형성될 수 있는지의 여부와, 그 믿음의 인식적 상태(합리적/비합리적)가 원인론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의 여부는 무관하다. 믿음을 명시적 추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할 때도, 그 방식이 믿음의 합리적 지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g. 지각적 믿음

(3) 믿음은 증거에 반응해 조정되어야 하지만, 경험은 그런 규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저자: 조정하기 힘든 믿음1도 잘못-기초됨을 전달할 수 있다.


(4) 어떤 믿음들은 성향적이지만, 경험은 성향적인 형태를 가질 수 없다.
저자: 믿음의 성향적일 수 있는지와, 그 믿음에 바탕을 둔 믿음의 합리적 상태는 관련이 없다. 잘못-기초된 발생적(occurrent) 믿음도, 잘못-기초됨을 전이할 수 있다.
※ 성향적 믿음: 주체에게 지금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주체의 다른 믿음들에서 아주 쉽게 추론될 수 있는 믿음. e.g. "야생 코끼리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발생적 믿음: 주체에게 지금 나타나 있는 믿음.


(iii) 믿음적 격하 논제는 지지된다.
이상과 같은 고찰은 잘못-기초됨의 전이가 믿음의 독특한 특성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경험이 공유하는 특성에 의해 일어남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믿음1과 유사한 원인론을 가진 경험도 잘못-기초됨을 전이할 수 있을 것이다(믿음적 격하 논제).



4. What Is Checkered Experience?
지금까지 변형된 경험이 무엇인지 엄밀하게 정의하지 않았다. 여기서 엄밀한 정의를 내린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몇 가지 명확히 할 점이 있다.
(1) 한 심리 상태의 원인론은, 그 원인론의 결과인 그 심리 상태도 포함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경험의 원인론은 그 경험도 포함하고, 믿음의 원인론은 그 믿음도 포함한다. 따라서 어떤 원인론이 무합리적인지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지 물을 때, 인과적으로 선행하는 것들에서 결과까지의 이행 과정에 대해 묻는 것이다. ['etiology'의 번역어로 '인과 역사'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무합리적 원인론과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원인론 사이의 구분선은 명확하지 않고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형적인 경우만 고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3) 여기서 논의 대상인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원인론은 인식 주체의 인지 체계 내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악마가 주체에게 특정 경험을 하게 만드는 등의 원인론은 고려하지 않는다.

4.1절에서 믿음을 산출하는 원인론들을 구분하고, 그 구분을 통해 4.2절에서 경험을 산출하는 원인론들을 구분할 것이다.


4.1. Etiologies of Belief
믿음의 원인론은 다음과 같은 과정들이다.
- 주체가 믿음을 처음 얻게 하는 과정
- 주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에 대한 확신의 정도를 조정하는 과정
- 주체가 믿음을 명시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서 믿음을 유지하는 과정 
- 주체가 믿음에 대한 확신의 정도를 재확인하는 과정 e.g. 정보적이지 않은 이중 확인: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확실히 믿지만,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

믿음의 경우, 무합리적 원인론과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원인론의 구분은 다음과 같은 두 직관적인 과정에 의존한다.
(1) 믿음이 1인칭적 인식 범위(first-person radar) 아래서 생성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합리적인지 혹은 합리적이지 않은지 평가할 수 있다.
e.g. 휴리스틱, 편견 등은 하위주체적으로(subpersonally) 작용하지만, 그런 과정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평가할 수 있다.

(2) 믿음을 형성/조정/유지할 때, 우리(혹은 우리의 하위주체적 체계)가 오류를 저지른 것으로도 간주하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이 믿음을 합리적으로 만들었다고도 간주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e.g. 레몬에 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레몬에 대한 빈약한 개념을 가지고 레몬이 빨갛게 익는다는 믿음을 가질 때, 그 믿음 형성 과정은 오류를 저지른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레몬이 빨갛다는 믿음을 합리적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2)는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믿음을 내놓으면서도 그 자체로는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하지 않은 원인론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믿음은 합리적 규범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무합리적 믿음 같은 것은 없다), 무합리적 믿음 형성 과정과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과정은 구분된다.

지금까지 극단적이고 가상적인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 믿음의 무합리적인 원인론이 실제로 있는가?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세뇌, 최면,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망상 등이 그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2. Etiologies of Experience
믿음의 원인론 구분을 염두에 두고, 경험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구분을 할 수 있다.

내용 C를 가진 경험 E의 원인론 X는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하다 iff 내용 C를 가진 믿음 B의 원인론 X*가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하다. 이때 X*는 중간(intervening) 경험이 없는 믿음을 낳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X와 유사한 심리학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잭&질 사례.

반론: 경험의 원인론은, 중간 경험이 없는 믿음의 원인론과 같을 수 없다. 믿음과 경험은 소시지와 캔디만큼이나 다른 종류이다. 소시지 생성 원인론이 캔디도 만들 수는 없다. 
저자: 경험이 인지적으로 침투될 수 있다고 볼 선험적 근거와 실험적 근거가 모두 있다. 그리고 인지적 침투는 믿음 형성 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선험적 논증
배경 믿음이 믿음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와 지각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 두 경우 모두 같은 구조와 유사한 심리학적 요소를 가진다.

실험적 근거
- 장면 지각을 먼저 하고, 장면 지각을 바탕으로 대상을 예측해서 대상을 빠르게 범주화한다는 실험 결과 e.g. 부엌 장면을 먼저 지각하고, 이를 통해 하얀 물체를 냉장고로 빠르게 범주화
- 회색 바나나 실험 결과

반론: 경험의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한 원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각은 그저 인과적 투입값만 포함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호 변환기 
저자: 단지 인과적 관계로는 지각의 내용을 총망라할 수 없다. 지각의 내용에는 그 이상이 있다. e.g. 크기, 모양, 색깔의 지속성.


이제 변형된 경험을 좀 더 주의깊게 정의할 수 있다.

변형된 경험: 내용 C와 원인론 X를 가진 경험은 C에 대해 변형되었다 iff
- X는 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하고,
- 내용 C와 원인론 X*를 가진 믿음은 믿음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여기서 X*의 산출값은 중간 경험을 가지지 않는 믿음이고, X*는 X와 충분히 유사한 심리학적 요소를 갖는다.

인지적 침투의 사례들은 모두 잘못-기초한 믿음과 유사한 원인론을 갖는다.
잭&질 사례.



5. Objections and Replies

5.1. Objection 1: Reduced Justification, or Mere Obstacle to Knowledge?
반론: 인지적 침투된 지각 경험의 정당화가 기준선 이하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정당화는 하는데 지식을 산출하지 못한 것이다. 
e.g. 주체가 냉장고에 머스타드 통이 있다는 환각을 경험했는데, 실제로도 머스타드 통이 있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주체가 냉장고에 머스타드 통이 있다고 믿는다면, 정당화된 참인 믿음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게티어 사례)
저자: 이런 반론은 환각이 우연히 현실과 같은(veridical) 경우에만 성립한다. 그러나 잭&질 사례에서 질의 인식적 상황이 나빠졌다는 직관은 잭이 실제로 화가 났든 나지 않았든 성립한다. 

질의 경험이 변형되었다는 점은, 변형되지 않았을 때보다 질을 더 나쁜 인식적 상태에 놓는다.
잭이 실제로는 화나지 않은 경우: 
질의 믿음은 그것이 변형되었든 아니든 지식이 아니다. 그래서 변형되지 않았을 때보다 변형되었을 때 지식의 측면에서 더 나빠졌다고 할 수가 없다.


5.2. Objection 2: High-Level Contents
반론: 저자가 제시한 인식적 격하의 사례들은 대부분 색깔, 모양, 움직임, 밝기 저차 속성이 아니라 배아, 머스타드 통, 화 등의 고차 속성이 인지적으로 침투된 사례였다. 그런데 고차 속성이 경험에 표상되는지 의심스럽다. 만약 경험에 고차 속성이 표상되지 않는다면, 경험들 그 자체는 인식적으로 격하되지 않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e.g. 전성론 사례에서 경험에 명암, 색깔, 모서리의 구조만 표상된다면, 그런 속성을 갖는 무언가가 슬라이드 위에 있다고 관찰자가 믿는 것은 정당화된다.

저자: 고차 속성이 표상되지 않는다고 해도 경험의 정당화 과정이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대상의 게슈탈트(대상의 저차 속성들이 배열된 것)는 그 대상에 믿음에 대한 정당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만약 게슈탈트가 인지적으로 침투되면 정당화 역할을 하지 못한다. 
e.g. 시각 경험에 검은색, 'L' 모양과 같은 속성들이 표상되었다고 하자. 이 속성들이 배열된 것(총-게슈탈트)은 총이 있다는 믿음을 정당화한다. 만약 이 총-게슈탈트가 인지적으로 침투된 것이라면, 총이 있다는 믿음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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