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발생계'(development system)라는 용어는 한 유기체의 유전자 전체와 유전자의 산물들이 발생 과정에서 상호작용하는 계(system)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발생계에서는 유전형에서 표현형으로 이어지는 후성유전적 과정들이 일어난다.
발생계 이론은 선천/후천 구분에 대한 비교심리학의 회의적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발생은 발생하고 있는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기존에 선천적이라고 여겨졌던 행동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떤 행동을 선천적이라거나 본능적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 왜냐하면 그런 본능이 어떻게 획득되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야마(Susan Oyama)는 한 발생 요인(유전적이든 아니든)의 표현형 효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오야마는 유전자에 발생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생각이, 유전자와 다른 발생 요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현형이 나타난다는 점을 가리고, 다른 여러 발생 요인들을 "환경"으로 뭉뚱그리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Epigenesis
발생계 이론은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한다는 당연한 주장 이상이다. 발생계 이론에 따르면 생물의 생애 주기는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발생의 각 단계마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DNA 서열이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도 유전체와 세포 환경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흔히 전체 유전체 상관분석 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y)가 유전자와 표현형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된다. 상관관계가 강할수록, 유전자가 그 형질의 강한 원인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를 파악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해당 형질이 환경에 의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유전 가능성(heritability)은 환경이 같은 개체군을 선택함으로써 높일 수 있고, 유전적으로 유사한 개체군을 선택함으로써 낮출 수 있다.
DNA가 발생적 결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한, 결과물이 DNA의 정보에 의해 나온 것인지 단지 다른 영향 때문에 나온 것인지 탐구하는 것은 옳아 보인다. 만약 생산물을 유전 정보의 발현에 의한 것으로 본다면, 유전 정보는 특별한 지위에 있다. 유전 정보는 생물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에서 벗어난 발생은 그 생물의 진정한 본성이 잘못 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의 효과는 간섭(interference)로 취급된다. 하지만 발생계 이론에 따르면 맥락 의존성은 발생에서 본질적인 것으로, 발생의 결과물은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나온 것이다.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한다는 말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데, 발생계 이론은 그 이분법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고, 유전자/환경(유전자 이외의 모든 것)의 이분법은 단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유전자와 다른 원인들 간에는 근본적인 "대칭성"이 있다. DNA와 RNA 서열의 역할은 다른 발생 요인에 의해서도 수행될 수 있다.
발생계 이론은 발생을 역동적(dynamic) 상호작용으로 본다는 점에서도 기존 상호작용론과 다르다. 여기서 '역동적'이라는 말은 발생의 각 단계가 이전 단계의 발생의 결과라는 뜻이다. 한 발생 단계에서 만들어진 요소들은 그 후의 단계에서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이 된다. 또한, 발생의 결과로 생물뿐만 아니라 환경도 변화한다.
Distributed Control
발생에 대한 후성유전학적 이론으로서, 발생계 이론은 발생이 유전 프로그램에 있는 정보에 따라 일어난다는 아이디어를 거부한다. 유전자에 발생이 프로그램되어 있다거나 유전자가 발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유전 프로그램이나 유전 정보와 같은 개념들이 정보 이론과 별 문제 없이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 정보에 대한 크게 두 가지 정합적 이론, 즉 인과적 이론(causal account)과 지향적 이론(intentional account)이 존재한다. 그러나 두 이론 중 어떤 것에서도 모두 유전자가 유일하게 정보를 담고 있다는 관점을 유지할 수 없다.
정보에 대한 인과적 이론은 수학적 의사소통 이론(mathematical communication theory)에서 나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보는 송신자에서 수신자로 연결되는 채널을 통해 흐른다. 수신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일이 송신자의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앨 때마다 채널이 있다. 정보 이론의 근본적인 면은 신호의 원천과 채널 상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과적 이론에서 정보는 단순한 공변화(covariation)이다. 인과적 이론을 따르게 되면 DNA와 다른 발생 요소들 사이에 대칭성이 생기기 때문에, DNA에 특권적인 지위 부여가 불가능하다. 다른 발생 요소들을 상수로 두면 유전자는 표현형과 공변하며 따라서 표현형에 대한 정보를 주지만, 유전자를 상수로 두면 다른 발생 요소들이 표현형에 대한 정보를 준다.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는 인과적 정보 이론이 아닌 목적의미론적(teleosemantic) 정보 이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에 따르면 유전자는 유일한 발생 요인도 아니고 대물림되는 유일한 요인도 아니지만, 유전자와 다른 요인 간의 비대칭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유전자는 그것이 만들도록 자연선택된 표현형에 대한 정보를 갖는다. 그러나 유전자가 아닌 요인들도 그것들 고유의, 특정 형질을 위해 자연선택된 역사를 갖기 때문에 이런 설명에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보에 대한 이야기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유전자 외의 요인에도 적용될 수 있다.
Extented Inheritance
유전자가 발생에서 다른 요인들과 다른 특권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따라서 유기체의 생물학적 본성은 DNA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DNA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대물림된다("확장된 대물림"). 후성유전적 대물림은 표현형의 DNA에서 유래하지 않은 변이가 대물림되는 것을 가리킨다. 후성유전적 대물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포 내의 후성유전적 대물림(세포에서 세포로든, 개체에서 개체로든)으로, 세포소기관, DNA 수식(DNA modification, 예를 들어 메틸화), 피드백 루프, 막(membranes), 염색질(chromatin)의 위치, RNA 등이 있다. 둘째는 넓은 의미의 후성유전적 대물림으로, 발생계에서 분자가 아닌 요인들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태아기의 신호, 사회적 학습 등이 있다.
니치 구성은 확장된 대물림의 일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 발생적 니치 구성과 생태적 니치 구성은 구분되어야 한다. 생태적 니치 구성에서 생물들은 환경을 고르거나 구성함으로써 그것들의 자손에게 가해지는 선택압을 변형시킨다. 발생적 니치 구성에서 생물들은 그것들의 자손들이 발생(develop)하는 환경을 구성함으로써 자손들의 표현형에 영향을 끼친다.
Evolution
발생계 이론은 진화론의 범위를 넓힌다. 발생계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유전자 빈도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발생 요인들의 변화를 아우른다. 발생계 이론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물 한 개체의 명확한 경계를 흐린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계를 유전체와 발생적 니치(niche)를 합친 것으로 본다면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이 부분 잘 이해 못함]
확장된 대물림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 모두, 유전자 외의 요인들이 진화 과정에서 얼마나 확실하게(reliably) 전달되는지, 즉, 유전자와 얼마나 유사하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생계 이론은 다른 관점을 취한다. 발생계 이론에서, 확장된 대물림은 발생계가 그것 자신을 재생산하는 한 가지 측면일 뿐이다. 확장된 대물림에서 중요한 것은 유전자 외의 요인들이 유전자와 유사한 진화적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 아니라, 유전자와 유전자 외의 요인들이 발생계의 일부로서 함께 진화한다는 점이다.
Criticisms of DST
(1) 발생계 이론은 인과적 상호연관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제 인과 분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발생을 분석하기 위해 발생계 전체를 분석하고자 하면 그 포괄성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반론: 발생계 이론은 복잡성에 대해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발생계 이론은 과도한 일반화를 피함으로써 인과 분석을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 중요한 발생 요소가 될 수 있는 것들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인과 분석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복잡한 현상을 탐구할 때는 어느 정도 블랙박스화가 필요한데, 어떤 부분을 블랙박스화할지는 실용적 고려에 의해 정해진다.
(2) 발생계 이론은 "안락의자 철학"(사변적 철학)에 불과하다.
반론: 철학자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나 생물학자 중에서도 발생계 이론가들이 있다. 발생계 이론이 나온 것은 철학에서가 아니라 생물학과 심리생물학에서이다(Introduction 참고). 발생계 이론은 철학이 생물학에 제공한 것이 아니라, 발생을 중요하게 생각한 과학자들의 작업에서 이론적 개념틀을 뽑아내는(abstract) 것이다.
(3) 발생계 이론은 구체적 예측을 내놓지 못하므로 과학 이론으로서 쓸 데가 없다.
반론: 발생계 이론은 가설-연역적 의미에서의 "이론"이 아니다. 그보다, 발생계 이론은 생물학적 개념틀이다.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은 발생계 이론에 있어 문제가 아니다. 똑같은 지적이 이보디보나 유전자 선택론에도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 구체적인 예측은 못할지라도, 일반적인 예측은 할 수 있다. e. g. 발생은 단일한 곳에서 조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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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논제에 대한 참고문헌
대칭성 논제
- Oyama S (2000a) The Ontogeny of Information: Developmental Systems and Evolution, 2nd edn. Durham, North Carolina: Duke University Press 200-203쪽
인과적 민주성 논제
- Kitcher P (2001) Battling the undead: how (and how not) to resist genetic determinism. In: Singh R, Krimbas K, Paul D and Beatty J (eds) Thinking About Evolution: Historical, Philosophical and Political Perspectives (Festchrifft for Richard Lewontin), pp. 396–414.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특히 290쪽 - 쪽수 표기 잘못된 듯?)
인과적 민주성 논제라는 이름에 대한 반대
- Oyama S (2000b) Causal democracy and causal contributions in
developmental systems theory. Philosophy of Science 67: 332–347
대칭성 논제 반대
- Waters CK (2007) Causes that make a difference. Journal of Philosophy 104 (11): 551–579.
- Weber M (2006) The central dogma as a thesis of causal specificity. History and Philosophy of the Life Sciences 28 (4): 595–609
대칭성 논제 찬성
- Griffiths PE and Gray RD (2005) Three ways to misunderstand developmental systems theory. Biology and Philosophy 20 (2): 417–425.
- Griffiths PE and Knight RD (1998) What is the developmentalist challenge? Philosophy of Science 65 (2): 253–258.
- Oyama S (2000b) Causal democracy and causal contributions in developmental systems theory. Philosophy of Science 67: 332–347.
- Griffiths PE (In Press) Proximate and ultimate information in biology. In: Couch M and Pfeiffer J (eds) Festschrifft for Philip Kitcher. New York an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대칭성 논제 반대
- Waters CK (2007) Causes that make a difference. Journal of Philosophy 104 (11): 551–579.
- Weber M (2006) The central dogma as a thesis of causal specificity. History and Philosophy of the Life Sciences 28 (4): 5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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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iffiths PE and Knight RD (1998) What is the developmentalist challenge? Philosophy of Science 65 (2): 25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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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iffiths PE (In Press) Proximate and ultimate information in biology. In: Couch M and Pfeiffer J (eds) Festschrifft for Philip Kitcher. New York an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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