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진화론이 크게 수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찬반양론을 다루고 있다. 원문에는 찬반 의견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도록 편집되어 있는데 순서가 조금 복잡하다. 그래서 본 요약문에서는 1절에서 수정이 가해져야 한다는 입장, 2절에서 수정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1. Yes, urgently[기존 진화생물학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져야 한다는 입장]
현재 주류 진화론은 거의 전적으로 유전자 빈도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적 대물림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생물이 자라고 발생하는 과정도 진화의 원인으로 보는 대안적 관점이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확장된 진화적 종합"(Extended Evolutionary Synthesis, EES)라고 불리며 발생생물학, 유전체학, 후성유전학, 생태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증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생물은 발생하도록 유전자에 의해 단순히 "프로그램"된 것이 아니라, 발생에서 구성된다. 또한 생물들은 이미 존재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구성하기도 하며 환경과 공진화한다.
Core Values
현재 진화론의 핵심은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구축되었다. 그 당시에 자연선택론과 유전학, 그밖에 다른 분야들이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통합되었다. 이런 '근대적 종합'은 진화 과정을 시간에 따라 개체군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의 빈도로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했다. 근대적 종합을 바탕으로 한 표준적 진화론에 따르면 (1) 새로운 변이는 무작위적인 유전적 돌연변이로 일어나며 (2) 대물림은 DNA를 통해 일어나고 (3) 자연선택이 적응의 유일한 원인이다.이런 관점에서 발생(생물이 자라면서 생기는 변화들)의 복잡성은 부차적인 역할만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유전자 중심주의가 진화를 이끄는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표준적 진화론에서 간과된 것은 (1) 발생적 편향(developmental bias, 발생이 변이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2) [표현형] 가소성(plasiticity, 환경이 생물의 형질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3) 니치 구성(niche construction, 생물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4) 비유전적 대물림(extragenetic inheritance) 생물이 유전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형질을] 전달하는지 등이다. 표준적 진화론에서 이런 현상들은 진화의 결과일 뿐이다. 반면 확장된 진화론에서 이 현상들은 원인이기도 하다.
진화발생생물학(이보디보)은 적응의 원인과 새로운 형질의 출현에 대해 값진 통찰을 제공했다. 이보디보의 몇 가지 발견들은 표준적 진화론과 동화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발생 과정이 특정 형태(forms)를 다른 것보다 더 잘 나타나게 하기 때문에, 여러 변이들이 무작위가 아니라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어 말라위 호수의 시클리드(물고기)는 탕가니카 호수의 시클리드보다는 같은 호수의 다른 시클리드 종과 근연성이 높지만, 두 호수의 시클리드는 매우 닮았다. 표준적 진화론은 이런 현상을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으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변이는 무작위적으로 일어났는데 유사한 환경 때문에 같은 형질이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설명은 발생적 편향이 자연선택과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다. 선택이 무작위적 변이에서 일어났다기보다는, 발생에 의해 어느 정도 제한된 경로를 따라 일어났기 때문에 두 호수의 시클리드가 유사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
다른 종류의 발생적 편향은 개체들이 그들의 형태를 바꿈으로써(가소성) 환경에 대응할 때 나타난다. 중요한 점은 가소성이 생물이 새로운 환경을 잘 다룰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환경에 잘 맞는 형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형질이 먼저 나타나고 유전적 변이는 그에 뒤따라 와서 더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nheritance Beyond Genes
표준적 진화론은 유전자에 의한 것이 아닌 대물림을 특수한 경우로 간주했다. 그런 대물림에는 후성 유전,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행동, 니치 구성을 통해 전달되는 환경 조건(e. g. 비버의 댐, 지렁이가 비옥하게 만든 흙) 등이 있다. 이에 대한 연구들은 이런 대물림이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특수한 사례로서가 아니라 일반적 과정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유전적 대물림은 대진화 패턴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면(sponges)이 바다에 산소를 공급했기 때문에 다른 생물들이 바다에서 살 수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Better Together
지금까지 언급한 통찰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온 것이지만 놀랍도록 일관적이다. 이에 따르면 변이는 무작위적이 아니고, 유전자를 통하지 않는 대물림이 있으며, 생물과 환경 사이의 관계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발생이 적응, 종 분화, 진화 속도와 패턴의 직접적 원인이다.
표준적 진화론은 이런 현상들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고 한다. 예를 들어 발생적 편향은 선택의 결과에 "제약"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확장된 진화론은 발생 과정을, 어떤 형태와 특징이 진화하는지 구분하고, 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왜 가지는지 설명하는 창조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2. No, all is well[위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표준적인 진화론 내에서 충분히 해결된다는 입장]
근대적 종합 이후로도 진화생물학자들은 개념틀을 수정하고 바로잡고 확장해왔으며, 다른 분야에서 통찰을 얻기도 했다. 예를 들어 분자생물학자들이 DNA가 유전과 변이의 물질적 기반임을 밝힌 일에 영향을 받아 진화론은 근본적으로 확장되었다. 많은 유전적 변화가 적합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집단유전학의 이론적 발전을 이끌었고, '이기적 DNA'의 발견은 형질 수준이 아닌 유전자 수준의 선택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다. 친족 선택론도 근대적 종합이 확장된 한 예이다.
진화론이 대대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네 가지 현상, 즉 표현형 가소성, 니치 구성, 비유전적 대물림, 발생적 편향이 진화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표준적 진화론자들도 동의한다. 그리고 그 네 가지 현상들은 이미 표준적 진화론 내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네 현상들이 표준적 진화론에서 이미 다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 세 가지를 제시한다.
New Worlds, Old Concepts
'니치 구성'이라는 용어는 새로 만들어졌지만, 사실 진화생물학자들은 생물과 환경 사이의 피드백을 한 세기 넘게 연구하고 있었다. 표현형 가소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예전부터 진화생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확장된 진화론의 지지자들이 이야기하는 현상들은 이미 그 이전부터 진화생물학자들이 연구하던 주제였다.
Modern Expansion
확장된 진화론의 지지자들이 제시하는 사례는 고작 네 가지 뿐이다.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그것들 외에도 주목할 만한 현상들을 많이 알고 있다. 상위성(epistasis, 하나의 형질발현에 2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여하고 각각 우성대립유전자로 공존할 때 그 표현형이 어떤 하나의 대립유전자만으로지배되어 다른 대립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것으로 발현되는 대립유전자가 다른 대립유전자에 대하여 상위성이라 함. - 농업용어사전), 은성(cryptic, 구조이형접합체이면서 감수분열의 이상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 열성유전자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는 다형현상을 형용하는 용어. 인접합 종과의 사이에서 보통 환경에서는 교잡이 되지 않는 독립종이면서 표현형에 대해서는 구별할 수 없는 상태.
- 농업용어사전), 멸종,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 행동의 진화 등등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와 같이, 그리고 확장된 진화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것과 다르게, 표준적 진화론은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Genes Are Central
표현형 가소성이 개체의 적응에 기여한다는 것은 옳다. 많은 연구들은 표현형 가소성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적 변이가 동반된다면 표현형 가소성이 진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표현형 가소성이 유전적 변이를 "이끄는지"는 보여주는 근거는 실험실 밖에서는 거의 얻어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단지 우리가 연구를 덜 해서 그런지, 아니면 실제로 자연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발생적 편향도 증거가 부족하다.
확장된 진화론의 지지자들이 말하는 네 가지 현상은 근본적인 과정들(자연선택, 유전적 부동, 돌연변이, 재조합, 유전자 흐름(gene flow))에 덧붙여진 것(add-ons)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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