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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1일 화요일

[요약정리] Achinstein, P. (1994), "Explanation v. Prediction: Which Carries More Weight?"

Achinstein, P. "Explanation v. Prediction: Which Carries More Weight?", PSA.



The Historical Thesis of Evidence
표준적 관점에 따르면, 새로운 현상에 대한 참신한(novel) '''예측'''은 오래된 현상에 대한 '''설명'''에 비해 이론에 대한 강한 증거가 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해, 한 이론은 그 이론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 이미 알려진 현상을 설명할 때보다는 그렇지 않은 현상을 예측할 때 더 강하게 지지된다. 반면 브러쉬(Stephen Brush)는 과학자들은 이론에서 예측된 현상이 그 이론을 만드는 데에 쓰였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반 상대성 이론이나 주기율과 같이, 이미 알려진 현상들에 대한 설명이 참신한 예측보다 더 강한 지지를 준다고 간주된 사례들이 있다.
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예측주의자와 포섭주의자[원문은 explanationists] 모두 다음과 같은, 증거에 대한 역사적 논제(historical thesis of evidence)를 받아들인다.

증거에 대한 역사적 논제: 어떤 주장 e가 만약 참이라면 가설 h에 대한 증거가 되는지의 여부나, 얼마나 강한 증거인지는, e, h, 또는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특정 역사적 사실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e가 h에 대한 증거로 간주될 수 있는지, 얼마나 강한 증거가 되는지는 e가 h가 정식화되기 전에 알려졌는지 후에 알려졌는지의 여부에 의존한다. 

머스그레이브(Alan Musgrave)에 따르면 역사적 논제와 관련해 예측주의에 몇 가지 변형이 있을 수 있다.

단순한 예측주의: h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 e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에만(only if) e가 h를 지지한다.
heuristic: h가 처음 정식화되었을 때, 그것이 e를 설명하고자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에만(only if) e가 h를 지지한다.
머스그레이브 본인이 받아들이는 관점: e는 선행 이론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만(only if) 이론 T를 지지한다.

변형이 더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모두 역사적 논제를 받아들인다.

카르납의 선험적 이론, 헴펠의 만족 이론, 글리무어의 bootstrap account, 가설-연역법 등은 역사적 논제와 양립 불가능하다. 이런 관점을 지지자들은 e가 h의 증거가 되는지, 얼마나 강한 증거가 되는지는 e, h,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 사실이며, 역사적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런 관점의 지지자들은 역사적 논제를 전제하는 예측주의와 포섭주의 모두를 거부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증거 이론은 증거가 역사적이라는 이론과 비역사적이라는 이론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 가능하다.


Selection Procedures역사적 논제는 참인가? 저자인 애친슈타인은 증거의 유형에 따라 참일 때도 있고 거짓일 때도 있다고 주장한다. 애친슈타인은 세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이 점을 설명한다.


ㅇ 역사가 증거에 영향을 주는 사례

가설 h: 약 D는 95% 정도의 사례들에서 증상 S를 완화시킨다.

이런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가설을 어떻게 시험할지, 증거를 어떻게 얻을지 결정하는 선택 절차(selection procedure)를 거친다. 이 사례에서 선택 절차는 피험자로 어떤 사람들을 선택할지와 어떤 식으로 연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선택 절차가 있을 수 있다.

선택 절차 SP 1: 다양한 정도의 증상 S를 보이는 나이, 성별, 인종, 거주지 등이 다른 2000명의 사람들을 모은다. 이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는 약 D를 복용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위약을 복용하게 한다. 각 집단에서 얼마나 많는 사람들의 증상이 완화되었는지 확인한다.

선택 절차 SP 2: 증상 S가 약한 2000명의 5살짜리 여자아이들을 모은다. 그 이후 SP 1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선택 절차 SP 3: 다양한 정도의 증상 S를 보이는 [나이, 성별, 인종, 거주지 등이 다른] 2000명의 사람들을 모은다. 이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는 약 D와, 약 D의 작용을 막으면서 95% 정도의 사례에서 증상 S를 완화시키는 다른 약 D'를 복용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위약을 복용하게 한다. 각 집단에서 얼마나 많는 사람들의 증상이 완화되었는지 확인한다.

위의 세 가지 선택 절차 각각에서 다음과 같은 증거 e를 얻었다.

증거 e: 약 D를 복용한 피험자 1000명 중 950명의 증상 S가 완화되었다. 대조군에 속한 1000명은 위약을 복용했는데, 증상 S가 완화된 사람이 없다.

증거 e가 똑같더라도, 어떤 선택 절차를 통해 e를 얻었느냐에 따라 e가 h를 지지하는 정도는 다르다. SP 2를 통해 얻은 경우보다 SP 1을 통해 얻는 경우에 e가 h에 대한 더 강한 증거가 된다. 그 이유는 증상 S와 유관한 요인들(성별, 증상의 강도 등)에서 SP 1의 피험자들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SP 3를 통해 얻는 경우 e는 h에 대한 증거가 전혀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례는 가설 지지의 정도가 증거에 대한 역사적 사실(증거가 어떻게 얻어졌는지)에 의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ㅇ 역사가 증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례

증거 e: 저번 주에 복권 1000개가 팔렸고, 그 중 999개를 존이 샀다. 각 복권의 당첨 확률은 동일하다. [그리고 1000개 중 하나는 반드시 당첨된다.]

가설 h: 존이 당첨된다.

증거 e를 모으기 위한 선택 절차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선택 절차 SP 4: 복권 회사에 누가 몇 개의 복권을 샀는지 문의한다.
선택 절차 SP 5: 복권 판매점 옆에서 누가 몇 개의 복권을 사는지 관찰한다.
선택 절차 SP 6: 신문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 경우 증거 e가 가설 h를 지지하는지,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는지는 선택 절차와 무관하다. 다른 역사적 사실을 알 필요도 없다. 저자는 복권 사례와 같이 증거의 가설 지지 여부나 정도를 결정할 때 증거 및 증거와 가설의 관계 외의 경험적 사실이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 증거가 '경험적으로 완전하다'(empirically complete)고 말한다. 반면 약 사례와 같이 증거가 가설의 지지 여부나 정도를 결정할 때 추가적인 경험적 사실이 영향을 주는 경우, 증거가 '경험적으로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분류가 되지 않는다. 증거가 경험적으로 불완전한데, 역사적 사실이 아닌 다른 경험적 사실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ㅇ 역사가 증거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추가적인 사실이 필요한 사례

증거 e: 수컷 까마귀는 검다.
가설 h: 암컷 까마귀는 검다.

위의 증거 e가 가설 h를 지지하는 지,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는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e 및 e와 h의 관계 외에도 추가적인 경험적 사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조류들이 성별에 따라 다른 색을 띠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이 추가적인 사실은 "역사적"이지 않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하다.

1. 경험적으로 완전한 사례: 복권 사례
2. 경험적으로 불완전한 사례
- 역사적 사실이 필요한 사례: 약 임상 실험 사례
- 비역사적 사실이 필요한 사례: 까마귀 사례


Prediction v. Explanation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논의는 예측주의 대 포섭주의 논쟁에 어떤 함의가 있을까? 예측이 강한 증거일 때도 있고 포섭이 강할 증거일 때도 있고 동등할 때도 있다. 주어진 자료가 가설에 대한 증거가 되는지, 얼마나 강한 증거인지는 예측인지 포섭인지보다는 선택 과정에 의해 정해진다. 다음 예시들을 살펴보자.

ㅇ 역사가 증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례

가설 h: 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오는 경우와 뒷면이 나오는 경우는 길게 보면 거의 반반일 것이다.
증거 e: 이 동전은 물리적으로 대칭적이고, 1000번 무작위로 던졌을 때 앞면이 대략 500번 나왔다.

여기서 증거 e는 경험적으로 완전하다. 증거 e의 가설 h 지지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데에 다른 경험적 사실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h가 정식화되기 전에 e가 얻어졌든(포섭), 뒤에 얻어졌든(예측) 상관이 없다.


ㅇ 역사가 증거에 영향을 주는 사례

가설 h: 약 D는 95% 정도의 사례들에서 증상 S를 완화시킨다.

증거 e1: 다음 임상 실험에서 증상 S를 겪던 1000명의 환자들이 D를 복용하면, 그 중 950명의 증상이 완화될 것이다.
증거 e2: 이미 실행되었던 임상 실험에서 증상 S를 겪던 1000명의 환자들이 D를 복용하자, 그 중 950명의 증상이 완화되었다.

예측주의에 따르면 e1이 e2보다 강한 증거이고, 설명주의에 따르면 e2가 e1보다 강한 증거이다. e2가 h를 정식화하기 전에 얻어졌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h가 e2를 설명하기 위해 정식화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한 쪽이 옳은 것은 아니다. [* 의문: 이건 애초에 e1과 e2가 같은 현상이기 때문인 것 같다. h가 e2를 설명하기 위해 정식화된 것이라면 e1을 설명하기 위해 정식화된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e1을 먼저 고려해보자. e1이 만약 위의 선택 절차 SP 2를 통해 얻어졌고, e2는 SP 1을 통해 얻어졌다면, e1은 약한 증거이고 e2는 강한 증거이다. 반대로 e1이 SP 1을 통해 얻어졌고 e2는 SP 2를 통해 얻어졌다면 e1은 강한 증거이고 e2는 약한 증거이다. e2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논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입증의 정도는 포섭이냐 예측이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선택 절차에 달렸다.


Brush Redux
브러쉬는 예측주의를 비판하고 포섭주의를 옹호한다. 그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현상을 설명할 때, 과학자들은 그 현상에 대한 여러 대안적 이론을 고려해 볼 시간을 갖는다. 예측의 경우 그렇지 않다. 저자는 브러쉬의 포섭주의 관점을 다음과 같은 세 논제로 일반화한다.

* 논제 1: 다른 조건들이 같을 때, 만약 가설 h의 경쟁 가설을 명시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지 못한다면, 가설 h를 시험하기 위한 선택 절차는 결함이 있거나 최소한 다른 선택 절차보다 열등하다.
* 논제 2: 과학자들이 h의 경쟁 가설이 있는지 오래 숙고할수록, 과학자들이 설득력 있는 경쟁 가설을 (만약 있다면)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논제 3: 주장되는 증거가 h의 정식화 이전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면 과학자들은 h의 설득력 있는 경쟁 가설을 고려해볼 시간을 참신한 예측의 경우보다 더 많이 갖게 된다.

저자는 1번 논제와 3번 논제를 비판한다.

ㅇ 논제 1에 대한 비판
약 임상 실험 사례에서, SP 1은 해당 가설의 경쟁 가설들을 명시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SP 1에 결함이 있거나, 경쟁 가설들을 명시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다른 선택 절차보다 열등한 것은 아니다. 만약 열등하다고 하더라도, 선택 절차가 경쟁 가설의 고려를 요구하는지의 여부는 주장된 증거가 예측인지 혹은 설명된 이미 알려진 사실인지의 여부와 무관하다. 예측의 경우에도 설명의 경우보다 덜하지 않게, 선택 절차는 경쟁 가설에 대한 고려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보자.
가설 h: 약 D는 95% 정도의 사례들에서 증상 S를 완화시킨다.

증거 e1: 다음 임상 실험에서 증상 S를 겪던 1000명의 환자들이 D를 복용하면, 그 중 950명의 증상이 완화될 것이다.

다음 임상 실험을 위한 선택 절차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포함할 수 있다.

규칙: 다음 임상 실험을 수행할 때, 피험자들이 증상 S를 대략 95%의 경우에 완화시키면서 약 D의 작용을 막는 다른 약을 추가로 복용할 지 결정하라.

이 규칙은 증거 e를 설명하는 다른 경쟁 가설, 즉 약 D가 아니라 다른 약이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경쟁 가설에 대한 명시적 고려를 요구한다. e가 예측이어도 그렇다.

ㅇ 논제 3에 대한 비판
가설 h를 시험할 새로운 실험을 설계할 때, 시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경쟁 가설들을 배제하기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 과거 자료에 대한 경쟁 가설을 고려할 때와 마찬가지로.


Thomson v. Hertz
실제 사례로 음극선(cathode rays)의 본성에 대한 헤르츠와 톰슨 사이의 논쟁을 살펴보자. 1883년에 헤르트는 음극선이 전기장에 의해 굴절되지 않음을 관찰했다. 그는 이것이 음극선이 대전된 입자가 아니라 일종의 에테르 파동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여겼다. 1987년에 톰슨은 헤르츠의 실험을 반복했는데, 헤르츠가 사용했던 음극관보다 진공에 더 가까운 음극관을 이용했다. 그러자 음극선의 굴절이 나타났고 이를 톰슨은 음극선이 대전된 입자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거라고 받아들였다.
헤르츠의 증거 보고를 보자.

e: 1883년 헤르츠의 음극선 실험에서 음극선은 굴절되지 않았다.
h: 음극선은 대전되지 않았다.

헤르츠는 e를 h에 대한 강력한 증거로 간주했지만, 1897년에 톰슨은 헤르츠의 결과가 강력한 증거가 아니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헤르츠의 실험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톰슨은 헤르츠의 선택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것은 선택 절차이지, 예측이냐 설명이냐가 아니었다. 
[애친슈타인은 이 예를 자신의 2000년 논문 "Why Philosophical Theories of Evidence Are (and Ought to Be) Ignored"에서도 사용한다. 2000년 논문에서도 전반적인 논지는 비슷하지만, 어떤 자료가 증거가 되는지의 여부는 선험적 관계가 아님을 강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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