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ay, K. B. (2018). Resisting Scientific Realism. Cambridge University Press
[이 책의 마지막 장으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고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는 장이다.]
실재론자들과 반실재론자들은 과학 및 이론 변화에 대해 동의하는 바가 많다. 많은 실재론자들은 급격한 이론 변화의 예가 과거에 많이 있었다는 점과, 미래에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반실재론자들은 수많은 과학 분야들이 성공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과학적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에서 과학에 진보가 있었는지 여부는 쟁점이 아니다. 현대의 반실재론자들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최선의 이론들이 크게 잘못되었을 논리적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실재론자들은 인간 지식의 가능성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런 실재론 진영과 반실재론 진영 사이에 이러한 광범위한 합의가 있음에도 왜 논쟁이 계속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양 진영은 현재 과거의 극단적 입장에서 벗어나 상당히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들이 있다. 실재론자들은 잘못된 존재론을 상정한 과거 이론들이 많이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에는 상당한 진보와 연속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실재론자들은 지식의 성장이 이론 변화와 상당하고 체계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을 부정한다. 레이가 이 책에서 발전시키고자 했던 반실재론적 관점은, 현재의 이론들은 과거의 이론들과 달리 기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실재론적 관점을 믿을 이유가 적다는 데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이론들이 기각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것들이 참 혹은 근사적 참이라고 추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요인을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 작업은 실재론자들이 반실재론자들의 회의주의적 우려를 약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과학사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은 이전 시대의 과학자들도 그들의 이론에 대해서 현재의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이론과 현재 이론을 구분하는 두드러진 특징이 규명되기 전까지, 실재론자들이 과거 이론은 거짓이면서 현재 이론은 참이라고 추론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몇몇 현대 실재론자들은 이론 변화를 인정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 최소한 어떤 층위에서는 연속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워럴의 구조적 실재론이나 실로스의 분할 통치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이렇게 실재론 내에서도 몇 가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실재론자들은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의 주목할 만한 진보와 연속성에 대한 최선의 설명은 과학 이론들의 몇몇 측면들이 참이거나 근사적 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이 정당한지도 논란거리이다. 따라서 이것만으로는 실재론자들의 주장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에 더해, 실재론자들은 이론적 덕목들(예를 들면 이론의 단순성, 넓은 범위 등)에 호소한다. 그러나 이론적 덕목이 그 이론이 참이라는 점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론적 덕목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론이 참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상대적으로 나은지 여부뿐이다. 앞 장들에서 과학 이론들이 세계를 잘못 표상하면서도 어떻게 경험적으로 성공적일 수 있는지 설명했다. 만약 과학자들이 그런 이론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면 그 이론이 경험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이 레이가 급격한 이론 변화가 미래의 과학 발전에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놓은 논증들 각각은 실재론을 결정적으로 논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재론에 이렇게 다양한 난점들이 있다는 점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반실재론이 설득력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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